로봇 산업을 이끌어 가는 분야별 핵심 브랜드

4차 산업 혁명을 이끌 새로운 기술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인터넷, 가상 현실, 사물 인터넷과 더불어 로봇과 자율 주행차가 반드시 손꼽힌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라는 의미를 가진 로봇 산업의 강자는 과연 누구일까?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지능형 로봇 산업은 누가 주도하고 있을까? 로보 어드바이저로 알려진 알고리즘형 로봇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가올 미래를 이끌고 있는 로봇 산업을 이끌고 있는 브랜드들을 살펴본다.

 

사진_셔터스톡

 

산업용 로봇 최강자, 화낙과 ABB

 

로봇 산업은 1956년 최초의 산업용 로봇 회사 ‘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며 시작됐다. 산업용 로봇의 역사가 곧 로봇 산업의 역사인 셈이다. 국제로봇연맹(IFR)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세계 산업용 로봇 판매 대수는 약 42만 2천대에 달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165억 달러 정도다. 가장 큰 시장은 아시아다.

주 구매 국가는 중국, 일본, 미국, 한국, 독일 등 5개국이며(시장의 74%), 특히 중국이 많이 사고 있다(36%). 최근에는 일본, 미국, 유럽 쪽 시장 성장세가 무섭다. 한국은 2018년 기준 약 3만 8000 대를 설치했다. 1만명당 로봇 숫자를 따지면 8년째 세계 1위다. SW 등을 포함한 전체 시장 규모는 약 5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전기전자 산업, 금속 및 기계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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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는 일본에 본사를 둔 화낙(FANUC)과 스위스에 본사를 둔 ABB(Asea Brown Boveri), 일본 야스카와 전기, (중국 회사가 인수한) 독일 쿠카다. 이 네 회사가 사실상 과점한 가운데, 일본, 중국, 한국 등 작은 회사들이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우리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역시 이 회사들에서 사들인 로봇이 생산한다.

화낙은 1958년 일본 후지쯔 사의 사내 팀으로 시작했다 1972년 분리되면서 태어난 회사다. 2017년 기준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 21% 인 1위 업체다. 원래는 CNC 절삭 기계를 잘 만드는 회사이며, 이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용 로봇 제조와 공장 자동화 사업을 추진한다.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에 산업용 로봇을 공급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한편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회사로도 유명한데, 개별 언론사의 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품 제조 역시 기술 유출 우려 때문에 일본에서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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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비지니스 리뷰(RBR)에서 2017년 1위 로봇 기업으로 꼽은 AAB 는 미국 GE(제네럴 일렉트릭), 독일 지멘스와 함께 세계 3대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손꼽히는 회사다. 전신은 1883년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전기 조명 및 발전기 제조사 ASEA로, 1988년 발전기 등을 생산하는 BBC와 합병해 ABB가 되었다. 2017년 기준 시장 점유율은 15% 정도다.

야스카와 전기는 로봇팔을 주로 제조하는 회사로, 일본 최초의 산업용 로봇 제조사이기도 하다. 자동차 산업용 산업 로봇 1위 기업인 독일 쿠카는, 자동차 산업 경기 부진과 맞물려 최근 성적이 좋지 않다. 2016년 중국 메이디 그룹에 인수된 이후,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 지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다.

 

각개 약진 서비스 로봇, 빛나는 아마존과 소프트뱅크

 

기계 로봇 산업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개인 서비스용 로봇, 전문 서비스용(의료, 농업, 군사 등) 로봇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전문 서비스용 로봇은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시장을 과점하는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각 분야별로 뚜렷한 점유율을 보여주는 회사들은 있다. 수술 로봇 다빈치를 만드는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이나 우유를 짜는 로봇을 만드는 네덜란드 렐리(Lely) 등이 대표적이다.

 

물류용 로봇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미국 아마존에서 사용하는 아마존 로보틱스의 키바다. 아마존 로보틱스는 아마존닷컴의 물류센터 자동화를 위해 2003년 만든 자회사로, 2012년 인수한 키바 시스템즈의 로봇, 키바를 아마존 창고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미 3만대 이상의 키바가 16개 물류 센터에 사용되고 있다.

2016년 도이치 뱅크에서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키바 도입으로 인해 절감된 운영 비용은 약 20%고, 전세계 아마존 물류센터 120여 곳에 추가로 키바를 도입할 경우 굉장한 비용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앞으로도 키바의 독주가 이어질 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로커스 로보틱스, 6리버 시스템즈나 한국 마로로봇테크등 신생 기업들이 계속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내/도심 배송을 담당하는 로봇도 있다. 미국 아에쏜(Aethon)에서 만든 로봇 ‘터그(TUG)’는 병원에서 약품, 음식, 쓰레기 등을 자동으로 운반하는 로봇 카트다. 최근에는 호텔에서 쓸 수 있는 모델도 선보였다.

드론(무인 항공기)과 자율주행차도 로봇으로 분류된다. 군사용이 아닌 민간인용 드론 시장의 절대 강자는 중국 DJI 다.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 주행차 기술은 구글 자회사 웨이모가 가장 뛰어나다. 개발이 지연되고는 있지만, 최근 미국 캘리포이나에서 시범 무인 택시 사업을 허가 받기도 했다.

 

접객용 로봇으로는 2015년에 발표된 일본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가 가장 유명하다. 가게나 건물 앞에서 방문객을 환영하는 일을 주로 하는 이 로봇은, 사실 페퍼가 시장을 만든 것이나 다름 없다. 개발은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프랑스 알데바란 로보틱스가 맡았고, 인공 지능은 IBM 왓슨을 사용한다.

사실 접객용으로 개발된 로봇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인해 주로 상가나 행사장 등에서 접객용으로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성능 낮은 가정용 로봇’과 ‘비싼 가정용 로봇’ 사이, 적절한 가격에 쓸만한 기능을 갖춘 가정용 로봇이 아직 없다. 가장 가정용 로봇에 가까운 존재는 차라리 ‘로봇 청소기’다.

 

최근 연달아 화제를 만들고 있는 로봇 기업, 보스톤 다이내믹스도 소프트 뱅크에서 인수한 기업이다. 일본 로봇 기업 샤프트도 소프트뱅크에서 인수했다(둘다 구글이 팔았다). 최근 위워크 사태 등으로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에 대해 의심하는 눈초리가 가시지 않고 있지만, 로봇 분야에서는 계속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지능형 로봇 시대를 준비하는 오래된/새로운 기업들

 

지금까지는 산업용 로봇과 전문 서비스 로봇을 만드는 하드웨어 제조사가 로봇 산업을 이끌고 있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구글과 아마존, 소프트뱅크가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로봇 산업의 중심은 점점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스스로 행동하는 지능형 로봇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능형 로봇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다. 로봇 움직임, 인식 및 제어 속도 등이 여기서 결정된다. 로봇을 가동하는 모터나 다른 부품들은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반면 소프트웨어는 표준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기업과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보유한 기업의 기술 차이가 크다.

 

이런 차이는 개인용 서비스 로봇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몇년 전 많은 관심을 받은 인공지능 스피커들이 대표적이다. 아마존 에코, 구글 홈, 네이버 웨이브, 카카오 미니 등은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해 음악을 들려주거나, 물건을 주문하는 일을 하는 정도지만 조만간 가정용 사물 인터넷 허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탑재된 인공지능이 IoT 플랫폼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 단계로 접어든 청소 로봇도 마찬가지다. 아이로봇은 지난 2002년 MIT 출신들이 만든 회사로 북미 시장 90%를 차지하고 있는 ‘룸바’ 로봇 청소기를 만들고 있다. 이 청소 로봇은 직접 집 공간을 파악해 지도를 만들어 청소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 가정용 로봇 제품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1999년 강아지 로봇 아이보를 만들어 엔터테인먼트 로봇 시장을 만들었던 소니도 다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커뮤니케이션 로봇 ‘엑스페리아 헬로’를 내놓고 단종됐던 강아지 로봇 아이보가 좋은 예다. 두 로봇의 핵심은 인공지능이다. 이를 위해 소니는 2016년 미국 AI 기업 코지타이를 인수했으며, 1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인공지능과 로봇 연구자들을 지원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 협동로봇(CoBot) 등 이제 인공 지능 SW이 탑재되지 않은 신기술은 없을 정도지만, 그 밖에 주목해야할 떠오르는 신생 기업들도 있다. 아마존과 손잡은 자율주행 트럭 엠바크(Embark), 역시 자율 주행 트럭을 테스트 중인 스타스키 로보틱스(Starksy Robortics), 투심플(Tusimple), 코디악 로보틱스(Kodiak Robotics) 같은 회사다.

 

2009년 설립된 크리에이터(이전 이름 모멘텀 머신즈)는 2018년 로봇 햄버거 가게를 오픈했다. 가정용 로봇 지보(Jibo)는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 받는 소셜 로봇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파산했다. 고 있다. 최근 삼성이 투자한 필로 헬스(pillo health)는 개인용 건강 관리 로봇이다. 이 회사들은 모두 아직 투자금으로 살아가는 스타트업들이지만, 몇년 후 로봇 산업의 애플이라 불리게 될 지도 모른다.

 

다양하게 성장하고 있는 로봇 사업

 

로봇공 장난감으로 유명한 스피로, 코딩을 배울 수 있는 로봇 장난감 코즈모(Cozmo)를 만든 안키(Anki), 농업, 군사, 산업용 무인 자동차를 만드는 ASI(Autonomous Solutions, Inc)도 기억해두면 좋을 이름이다. 많은 브랜드를 거론했지만, 로봇 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딱 하나, ‘자동화’다.

 

사람이 했던 일을 알아서 대신해 주는 것. 인간이 프로그래밍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에게 명령을 하려면, 이들이 어떻게 말해야 알아듣는 지를 알아야 하니까. ‘자동화’라는 존재 이유 때문에, 로봇이 직업을 뺏아간다고 보는 사람도 꽤 많이 있다.

정말 로봇이 사람 일을 뺏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분명 사라진 직업이 있고, 새로 생겨난 직업이 있는 것처럼. 핵심은 ‘자동화를 통해’ ‘사람이 하는 일을 도와’주는가 아닌가에 있다. 로봇은 로봇이 잘하는 일을, 사람은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같이 일하거나,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때, 로봇과 인간이 보다 폭넓게 같이 ‘사는’ 세상이 만들어진다.

 

* 2017년 12월에 작성한 글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 왜 이리 늦게 올리냐고 물으시면, 올리는 걸 잊고 있었어요. 언제나처럼. ㅜ_ㅜ 그 사이에 참, 많이 또 바뀌었네요. 큰 흐름이야 비슷하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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