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계 소칼 사건 터지다. 더 북 오브 벨레스(The Book of Veles)



사진계의 소칼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게 터졌습니다. 매그넘 소속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요나스 벤딕센이 5월에 출판한 사진집 ‘The Book of Veles’가 문제의 주인공. 겉으론 가짜 뉴스의 근거지, 북마케도니아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집으로 되어 있지만, 이 사진에 등장하는 배경은 진짜이되, 그 안에 등장하는 사람과 동물은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짜였습니다.

… 문제는,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한 것.

2016년 미 대선에서트럼프 당선을 도운 가짜 뉴스는 마케도니아에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냥 가짜로 만든 게 아닙니다. 일부러 가짜로 만들었습니다. 그걸 위해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눈치챌 만한, 여러가지 단서들도 잔뜩 흘려뒀습니다. 책 안에 들어가 있는 텍스트도 AI 가 작성하고, 사람이 손만 본 글입니다. 작가 본인도 곧 다들 눈치챌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출간 후 반응이 그게 아니네요. 엄지 척!하는 얘기만 나옵니다. 사진 멋지다! 의미가 있다! 이런 소리만 들립니다.

저명한 프랑스 국제 사진 기자 페스티벌인 Visa Pour L’Image 에 사진집 소개 영상도 올라갔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진 기자들이 모이는 곳에서. 역시 다들 모릅니다. 이거 안되겠다 싶어서 가짜 SNS 계정을 사서, 자기 작품을 스스로 공격하는 폭로도 저질렀습니다(내용은 나의 마케도니아는 이렇지 않아! 작가가 사람들을 돈 주고 사서 찍었다!였지만)만.

… 음, 역시 소용이 없군요.


결국 작가가 직접 매그넘에 전화를 걸어, 이거 다 페이크 사진이라고요! 라고 자기 폭로(…)를 해야만 했습니다. 매그넘에선 발 빠르게, 작가 고백을 담은 글을 올렸고요. 사람에 따라 반응은 다릅니다. 축제 위원장이나 매그넘 대표 같은 사람은 당연히 섭섭함을 토로하지만, 동료 사진가나 비평가들은 재밌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걸 알고 봐도 좋은 사진이다-라는 반응도 있고, 요즘 사진계가 어떤 상황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라는 얘기도 나오고.

근데 제 생각은…



이 작가가 전에 찍은 사진들을 보니, 사람들이 오해할 만도 했겠다- 싶습니다. 뭐랄까. 되게 몽환적인 다큐 사진을 잘 찍는 작가라고나 할까요. 이번 작품과 결은 다르지만, 그거야 동유럽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고요. 아래 사진처럼, 게임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대박 눈치채기 쉬운 작품도 있었습니다…



뭐 요나스 벤딕센도 제 머릿속에 있는 사진 작가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게 생겼네요. 처음엔 작가 사진도 CG로 그린 건가? 했었다는- 서양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친구 1 이미지입니다…



아무튼 당분간, 이 사진과 관련된 논쟁이 좀 일어나겠죠? 최근 미술이나 사진계에 이런 페이크 자체를 다루는 작품도 많아졌고, 이 작품도 페이크로 페이크 뉴스 근원지를 취재(?)한 거라서. 할 말이 좀 많긴 합니다.

저는 요즘 세상이 그냥 페이크가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아무리 봐도 의미 없는 것을 진짜라 믿는 이가 너무 많아서. 아무리 모두의 믿음이 모이면 원기옥…아, 아니, 진실이 되는 거라지만, 그게 좀 너무 심해져 간다. 선을 자꾸 넘네-싶습니다.



그나저나, 요나스 벤딕센의 사진은, 11월 2일까지 열리는 ‘대구 사진 페스티벌’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마침 한국에 작품도 들어와 있네요. 시간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러 가세요. 저도 보러 가고 싶습니다(…).

* 사진은 인터뷰 기사에서 공개한 이미지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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