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니 블로그 18주년이 되었습니다



다른 분 블로그 개설일을 축하하다가, 아, 나도 이 맘 때였는데-하고 보니, 8월 8일이네요. 좋은 날입니다. 그리고 어느새, 블로그를 만든 지 18년(…)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십대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하아, 이 놈의 세월. 아무튼, 그렇습니다. 블로그를 만든 지 18년이 되었어요. 이때 결혼해서 애를 낳았다면 지금쯤… 아하하하.

제가 뭐든 시작이 늦어서 그렇지,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성격이긴 한데요- 정말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18세는 그런 거잖아요.

생각해보면, 이글루스도 원래 성인 전용 블로그 서비스로 시작했죠. 제가 이글루스를 택한 건 그런 이유는 아닙니다만. 실은 테스트용으로 만든 블로그였습니다. 당시 ‘컬처뉴스’라는 인터넷 문화예술 신문을 기획할 때였는데, 블로그로 원고를 받고, 거기서 올라온 글을 채택해서 메인으로 올리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었거든요(당시만 해도 블로그는 신문물. 클릭 몇 번으로 만들 수 있는 개인 홈페이지! 였어요-).

그러다 정착하게 된 건, 당시 쓰던 흰둥이 맥북에서 제대로 돌아가던 블로그 서비스가 여기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내린 결정이 잘한 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18년간 이 자리에 머물게 됐습니다. 첫 글이 뭐였나 해서 찾아보는 데, 확인 불가능. PC통신과 싸이월드에 썼던 글을 몇 개 백업하는 바람에, 최초 글이 1997년(…)입니다.





몇 번 도망갈 생각을 했는데, 모 님이 강하게 붙잡는 바람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전 그러시더군요. 그때 잡아서 미안했다고. 지금이라도 도망치라고. 님아, 제 블로그 데이터 이제 5G 에요… 쓴 글이 7천개가 넘어요… 이제 블로그 한물가서, 제가 이사가려고 해도 받아줄 곳이 없어요…ㅜ_ㅜ





하여간, 진~짜 애증이 맺힌 이글루스입니다. 한때 이글루스 피플을 하기도 했지만, 좋은 일 안좋은 일 참 많았죠. 온갖 악플러도 여기서 만나고, 여러 인연도 여기서 만났습니다. 말 그대로 제 청춘의(…) 이글루스.

그냥 서비스가 잘 살아있으면 좋은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사실상 본사에서 방치 상태로 놔둔지 오래됐고요. HTTP’S’ 하나 붙여 달라는 거 안해줘서, 왜인지 각종 검색 엔진에서 검색 결과가 다 빠지는 느낌입니다(…진짜로 빠지긴 했습니다. https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오랜만에 옛날 글 다시 보니 여러가지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15년 전엔, 이런 글도 썼었답니다.

“이제, 올해도 몇시간 남지 않았네요.

내년에 나는, 어떤 모습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떻게 세상을 살고 있을까요-

때로는 세상 모든 일이 너무 막막한 삼십대의 초입에서,
내 자신에게 던져보는 질문입니다.

나는 내년에, 어떤 내가 되어 있을지-

…해피 뉴이어- 행복한 한 해를 시작하시기를.”

“지금 내 블로그의 모습은 어떨까요. 저는 2003년에 이글루스에 가입했고, 2005년 9월부터 포스팅을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포스팅 불이행시 만원-의 계약을 걸었던 10월부터였고, 그 사이 600여개의 글(네이버에서 옮겨온 글 포함)을 포스팅했고 현재는 6만히트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변하가고 있을까요.

저도 때로는, 남들이 끊은 링크의 시체들 사이에 숱하게 쌓여있는, 그런 블로그가 되어가고 있진 않을까요.
그냥, 그냥 별의별 것들이 다 궁금해 지는 밤입니다….”







힘들고 괴롭고 그랬던 날도 있었죠. 그때마다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는 건,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었습니다.


“아름답게 사는 이들을 봅니다
.. 흐릿한 풍경..

지나가는 모습들.
눈부신 햇살에 부서지는 풍경들.
나즈막히 스쳐지나는 노래와 함성…

돌이켜 생각해보면
진짜로 꿈꿔왔던 것도 없었고
간절히 바랬던 것도 없었던 듯 합니다.

주어진 길을 그냥 내딛었을 뿐
앞으로도 그냥 그렇게 내딛겠지요

당신, 정말, 잘 지내고 계시는 지…
궁금합니다, 무척.”

“지금도 다들 잘 지내고 있는지.
나를 기억하기는 하는 지.
그 때처럼 푸른 꿈 하나 계속 꾸면서 살아가는 지.

나는…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데.
참 많이 사랑받아서,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데.

당신, 내가 기억하고, 나를 기억하는 당신
잘 살아가고 있는 지
정말, 잘, 살아가는 지. “




하하하. 18년전 글을 다시 되돌아 보니,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청춘이었구나-싶기도 하고.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좋아하고 아파하고 힘들어하던 모습이 그대로 보여서, 그 시절의 저한테,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 시간을 거쳐, 열심히 살고 살아서, 어떻게든 여기까지 왔습니다.

.. 남들 블로그 안하고 유튜브할 때, 저는 딴 일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ㅜ_ㅜ

 

 



슬프게도, 블로그를 시작할 땐, 지금 이 맘 때쯤엔 아빠가 되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언젠가 나도 육아 블로그 쓰게 되겠지-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런 건 세상에 없었습니다. 언젠가 손 잡아 줄 사람? 없어요. 절대 없어요. 어디에도 없어요. 당신에게도 없을 거에요(응?).

그래도 다, 살아가니 어떻게든 살아집니다. 청승맞은 소리는 여기까지하고, 내일은 다시 내일의 원고를 써야죠. 지금까지 잘 버틴 절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 고맙습니다. 제 블로그에 와주신 분들, 댓글 달아주신 분들, 광고 눌러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정말, 여기까지 왔어요.

… 사실 글 써도 댓글 달아주는 블로그 서비스가 여기밖에 없는 것 같아서 남아 있는 이유도 있긴 합니다. 방문자는 몇 만명인데 댓글 하나 없는 유명 블로그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의미로, 예전 글 하나 붙여놓고, 전 이만 자러 가겠습니다. 18년이 지나도, 전 이때 마음과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듯 합니다. 항상, 당신이 보고 싶어요.


“지금도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어. 그리고 내일은, 모레는, 또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지도 몰라.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를 내가 외면하고 있을 지도 몰라. 인생이란 워낙에 장난을 잘치는 놈이니까, 어디서 어떻게 인연을 어긋나게 할 지도 몰라. 정말 멋진 사람을 만났는데 내 생활이 어려워 외면하게 될지도 모르고, 정말 좋은 사람을 눈 앞에 두고 다른 사람을 찾아 헤맬지도 몰라. 누구나 눈 앞에 있는 100%의 아이는 스쳐지나가기 마련이야.

하지만 … 나쁘지는 않잖아.

하루하루, 그렇게 두근거림은 이어질테니까(최소한 엔돌핀은 많이 나올거라고 믿어… -_-;;). 비록 백수라고 해도, 당신을 사랑할 시간은 있어(오히려 많아.. -_-;;). 당신에게 열어줄 마음은 있어(돈이 없다고 구박하지마…-_-;;). 당신에게 하고픈 말이 있고, 하루종일 둘이서 낄낄대고픈 일들이 있어.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당신에게 전화해서, 꼭 하고픈 말이, 참, 많이 있단 말야. 그러니까, 나중에 어쩔수 없이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해도, 당신 잘못이 아니니까, 지금은, 살아가자.

하루하루 피곤한 몸을 뉘이면서라도, 누군가를 열두번은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일어난다고 해도, 몇달치 월급을 못받고, 누군가에게 한없이 무시당한다고 해도, 몇 달을 연습해도 베이직 스텝 하나 못밟는다고 해도, 집에선 결혼이나 하라고 닥달을 해도, 살아가자.

옷은 진흙탕이 묻어 지저분하고, 가방엔 떡볶이 묻은 자국이 선명하다고 해도, 새 옷을 입고 나온 날 소나기가 쏟아진다고 해도, 바이러스 먹은 컴퓨터 때문에 일도 못하고 있는데 놀고 있다고 꾸지람을 당해도, 감지도 못한 머리에 지우지도 못한 화장, 올이 나간 스타킹을 신고 있다고 해도, 살아가자.

옛날 놈팽이는 자꾸 생각나고, 친구들은 옆에서 염장을 지르고, 누구는 연봉이 얼마고 누구는 어떻게 돈 많은 사람 만나서 잘 결혼 했는지 수군댄다고 해도, 점심 사먹으려는데 2000원밖에 없어서 담배 사서 필지 라면 사먹을지 고민된다고 해도, 하고픈 일은 참 많은데 풀리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살아가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라서, 정말 술 한잔 마시며 울고 싶다고 해도, 살아가자.

살아가자.
당신과 같이 놀아줄 내가 있으니까.”




다시 한번, 제 블로그에 와주셔서, 댓글 달아주셔서, 제 블로그를 18년이나 계속 쓰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근데 이글루스님아, 조금만 이글루스 서비스에 좀 투자해주면 안될까요…

About Author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