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30주년을 축하하는 이유

내가 살면서 만난 최고의 사람들은 모두 리눅스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All the best people in life seem to like LINUX)

– 스티브 워즈니악(애플 공동 창업자)

모두 쓰고 있으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프로그램이 있다. 윈도우, iOS,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 체제(Operating System, OS)인 리눅스다. OS는 컴퓨터를 관리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로, 이걸 설치하지 않으면 우린 어떤 애플리케이션도 쓸 수 없다. 요리로 따지자면 하드웨어가 가스레인지, OS가 냄비라고나 할까. 조리 기구와 요리 재료가 있어도 냄비나 팬이 없으면 요리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앱을 쓰고 싶다면 반드시 OS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인 리눅스는 1991년 9월 태어났다. 핀란드 헬싱키 공대생이었던 리누스 토르발스가 만들었다. 만든 이유가 재미있는데, 대학 시절 OS 관련 수업을 듣다가, 자기가 가지고 있던 386 컴퓨터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OS를 취미 삼아 만들었다고 한다.

 

취미였기에 무료였고, 모든 소스 코드를 공개했다. 무료인데다 소스 코드가 공개된 리눅스는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을 비롯해 공개 SW 개발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고, 그들과 함께 성장하게 된다.

 

 

리누스 토르발스 옹

 

왜 많이 쓰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용자가 직접 쓰기보다는 서버 컴퓨터에서 주로 사용되고, 소비자 제품에 쓰일 때는 이름을 바꿔 붙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인 소비자용 리눅스 OS의 이름은 뭘까? 바로 안드로이드다. 우리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살 때 들어 있는 그 OS가 맞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마트 기기 운영 체제다.

인터넷은 어떨까? 구글, 네이버, 카카오, 위키피디아,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같은 주요 웹서비스는 모두 리눅스 서버 위에서 실행된다. 2018년 기준, 세계 웹사이트 상위 100만 개의 96% 이상은 리눅스로 돌아간다. 사실상 우리는 리눅스를 통해 인터넷을 쓰는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는 대부분 리눅스를 쓰고 있다. 슈퍼컴퓨터에서 돌아가는 기상 예측, 항공 충돌 시뮬레이션, 감염병 연구, 경제 모델링 등에 관한 연구는 리눅스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말이다. NASA는 리눅스가 윈도우보다 더 사이버 공격을 잘 견딘다는 판단을 내린 후, 2013년부터 국제 우주 정거장(ISS) 시스템을 리눅스로 바꿨다.

 

 

민간 우주 탐사선 스페이스X도 리눅스로 작동한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운영하는 대형 강입자 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 LHC)도 리눅스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주식 거래소 상당수는 리눅스 서버를 쓰고, 전기차 테슬라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도 리눅스 기반이다.

이미 대세로 떠오른 클라우드 서비스는 어떨까? 세계 3대 클라우드 서비스 중에서 아마존과 구글은 당연히 리눅스 기반 서버를 쓰고 있고, 윈도우를 만든 MS에서 제공하는 애저(Azure) 클라우드 서비스도 절반은 리눅스로 제공된다.

 

리눅스에서 돌아가는 게임은 적지만, 게임을 유지하는 서버는 리눅스로 가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만든 스팀 OS는 리눅스 기반 게임 전용 OS로, 프로톤이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윈도우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

미국 교육용 컴퓨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크롬북에서 쓰이는 크롬OS나, 코딩 교육에 쓰는 미니 컴퓨터 라즈베리파이도 리눅스를 이용한다. 사물인터넷 기기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제한된 능력을 갖춘 기기에 딱 맞게 수정해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베디드 리눅스가 도입됨으로써, IP카메라를 비롯한 여러 사물인터넷 기기들은 크게 진화했다.

 

 

리눅스는 무료이기에 유지비가 덜 들고, 소스가 공개되어 있기에 다양한 용도로 수정해서 쓸 수 있는 강력한 OS다. 개인용으로 쓰는 사람은 적지만, 21세기 네트워크 사회를 움직이는 OS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개발에 이바지하는 기업들 면면도 화려하다. 인텔, 화웨이, 구글, 삼성, IBM 같은 회사가 리눅스 개발에 참여한다. 오픈소스 OS가 존재함으로써, 우린 엄청나게 많은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리눅스가 태어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리눅스의 서른 살 생일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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