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와 조지의 로맨스 코미디, 티켓 투 파라다이스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네요. 아무리 늦은 밤 마지막 상영 회차라고는 하지만, 영화관에 저만 있었습니다. 시간 맞춰 입장했는데도요. 14,000원 내고 극장을 전세 내는 호사를 누렸다고 해야 하나요.

재미없는 영화였던 것도 아닙니다. ‘티켓 투 파라다이스’. 요즘 갑자기 보기 힘들게 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죠. 그렇다고 배꼽이 빠지게 웃었던 건 아닙니다만. 주연 배우가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잖아요. 최소한 이 두 배우가 나오면 기본은 합니다.

… 두 사람만 보인 게, 좀 문제였다고 생각하지만요.

 

아아, 솔직히 이거, 잘 모르는 영화였습니다. 둘이 나왔던 옛날 영화 재개봉한 건가? 그런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요즘 재개봉 참 많잖아요? 원래 보려던 건 양자경 누님이 나오는 다른 영화였는데, 제 산책 시간이랑 안 맞아서 배우 이름만 보고 들어간 영화. 그런데, 신작이었네요.

영화에서 줄리아 로버츠(조지아 역)와 조지 클루니(데이빗 역)는 오래전 이혼한 부부로 나옵니다. 서로 사이가 안 좋은데, 둘이 함께 끔찍이 아끼는 딸(릴리, 케이틀린 디버 분)이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로펌에 변호사로 취직하기로 한 자랑스러운 딸이죠.

문제는 취직 전 잠깐 발리로 놀러 간 딸이, 여기서 만난 현지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고 편지를 보낸 겁니다. 깜짝 놀라서 발리로 날아가는 두 사람. 둘은 여전히 서로가 싫지만 잠깐 휴전을 맺고, 딸의 결혼을 깨기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쨌냐고요? 뭐, 사실 뻔하고 정해진 로맨틱 코미디의 흐름대로 흘러갑니다. 스토리는 정말 아쉬워요.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화해하는가가 꽤 중요한 요소인데, 그게 무슨 쌀로 밥 지어 먹듯 흘러가 버려서.

뭔가 충분히 감동 포인트가 될 만한 내용이 있었는데, 영화 볼 때는 이걸 이해 못해서, 집에 돌아와 찾아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어, 이거 나름 감동할 만한 내용이었네-하고요. 물론 다른 분도 영화만 보고선 이해 못할 거라 믿습니다(…). 나중에 대본집 찾아봐야겠어요.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물론 나이 든 게 보여요. 제가 줄리아 누님을 처음 영접(?)했을 때가 중학생인가 그랬는데, 아직 현역이신 게 대단한 거지만요. 제게 있어서는 미남의 대명사(…)였던 조지 클루니도 딱 아저씨 느낌이 납니다.

 

그런데도, 영화를 보다 보면 두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게 참, 신기하죠? 나름 호흡도 잘 맞아서, 티격태격 아주 죽이 잘 맞습니다. 현실에서도 친구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가능했다고 하더군요. 둘 다 웃는 게 참 예쁜 사람이고요. 근데 그게 폭발(…)하는 장면이 엔딩 스텝 롤에서 나오는 비하인드 씬이란 건 또 참.

거기에 더해, 발리에 대한 환상도 갖게 됩니다. 제목에 나오는 파라다이스가 발리였어요. 와, 발리가 저렇게 좋은 곳이었어? 이거 발리 관광청에서 후원받았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놀랍게도, 촬영지가 발리가 아니었습니다. 발리가 배경인데 발리가 촬영지가 아니라니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호주에서 찍었데요.

촬영 시기(2021년 11월쯤) 인도네시아는 외국인에게 국경 개방을 잘 안 한 상태라서, 현실적으로 발리에서 찍을 수 없었다고. 그래서 발리를 닮은 ‘호주 리조트’에서 찍었다고 합니다. 관광지에서 찍었다면 당연히 나왔을 드론 씬이 안보여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그래서 영화가 약간 소품처럼 느껴집니다.), 나올 수가 없었던 거였다는.

그리곤 깨달았죠. 아, 내가 영화관을 전세 낸 이유가 있구나-하고요.

 

중간에 살짝 루즈해지긴 하지만 분명 재밌었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노팅힐’이나 ‘어바웃 타임’에는 비할 수 없고, 줄리아 누님 데뷔작인 ‘귀여운 여인’도 이 작품보단 나을 겁니다. 코로나19 이전이라면 이런 영화라도 데이트 무비로 어느 정도 인기를 끌었겠지만,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이 찾아온 한국에선, 돈 아까운 일이죠.

다만 나중에 스트리밍 서비스로 나오면, 그땐 한 번 즐겨보셔도 좋겠습니다. 재밌기는 하거든요. 일종의 힐링 무비 역할도 하고요. 좋은 풍경과 예쁜 사람들, 귀여운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지금 극장에 가셔도 좋고요. 저처럼 극장을 전세 내는 호사를 누릴지, 누가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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