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 수집은 못하니까, 책으로? 게임 콘솔 2.0

재미있는 책이 나왔다고 해서 샀습니다. 사실 가격이 좀 부담 됐는데(할인가 31,500원), 풀컬러 게임기 사진집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서, 망설이다 구입. 이름은 ‘게임 콘솔 2.0’이고, 게임 사진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당연히 사진만 있는 건 아니고요. 게임기에 대한 짤막한 해설도 붙어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 보존 작업을 하게 된 건 즉흥적이었으며 거의 우연이었다. 몇 년 전 누구나 수정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에서 오래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기에 대한 글을 읽다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위키백과를 보다 보면 사이트의 사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사진을 사용해야 하고, 대다수의 위키백과 편집자들은 사진가가 아닌 필자이기 때문에 사진 화질이 좋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도 있다. 이런 옛날 게임기들에 대한 문서들을 읽으면서, 나는 이 문서에 기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카메라 장비와 게임기 몇 대를 구해 위키백과 문서를 위한 사진을 찍었다.

먼저 읽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게임 퍼펙트 카탈로그 이런 것들은 텍스트가 나름 빽빽하게 들어가 있잖아요? 이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읽는다기 보다는, 보는 책이니까요. 보는 책이면 사진이 중요한데, 그 사진을 깔끔하게 잘 찍었습니다. 도록 보는 기분이에요. 게다가 분해도(주로 유명 게임기)가 붙어 있는 사진이 많아서, 어린 시절 로봇 미니 대백과 보는 기분도 맛볼 수 있습니다.

다른 장점은,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게임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정말 마이너한 세계 각국의 게임기를 수집해서 사진 찍었더라고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게임기가 이리 많을 줄 몰랐습니다. 일본 레트로 게임기 책을 몇 권 봤는데, 그런 책에서는 볼 수 없는 게임기가 많습니다.

물론 여기에 있는 사진은, 위키피디아에 제공할 목적으로 찍은 사진이기에, 위키피디아에서도 볼 수 있는 사진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아 놓고 보는 것과 위키에서 보는 건 아예 맛이 다르죠. 제가 게임기 콜렉터도 아닌데 게임기 콜렉터가 된 기분입니다. 퍼펙트 카탈로그 시리즈 사면서 레트로 게임 콜렉터가 된 기분이 드는 것처럼요.

다만, 책 받고 나서 파손 여부는 꼭 확인하세요. 저는 이상하게 밑이 깨진 책이 와서(…) 교환 받았습니다. 낙장이나 파본도 아니고 깨진 책이 온 건 처음이라서 저도 당황했다는.

왜 제목이 게임 콘솔 2.0 인지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웹3.0 시대에 유행어로 2.0을 썼을리는 만무한데요. 뭔가 근사한 이름을 붙여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사진을 보니 이런 사진 찍는 작가가 더 근사한 이름을 붙일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겠어요. 꼼꼼하게 담백하거든요.

아무튼, 게임기 수집은 못하겠지만 옛날 전자기기나 레트로 게임기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넥슨 컴퓨터 박물관 이런데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책도 만족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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