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언젠가 그럴듯한 날개를 달아본다면 좋겠지만, 끝내 그러지 못한다 해도 그것 또한 어엿한 나의 삶이라고. 누가 뭐래도 나의 삶은, 굼벵이처럼 바닥을 기는 지금 이 순간까지 포함된 것이다. 진짜 삶이란 다른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사는 삶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책을 왜 빌렸는 지는 확실히 기억납니다. 2017년 11월이었습니다. 상암에서 일 마치고 강남으로 갈 일이 있었는데, 네이버 지도에서 버스가 빠르다고 해서 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30분 걸린다던 버스는 90분이 되어도… 올림픽대교 위에서 움직이질 않네요.
… 망할.
개를 안고 돌아오며 생각했다. 어딘가로 갈 때엔 돌아올 때를 생각해야 한다고. 무언가 시작할 때도 다시 돌아올 때를 생각해야 한다고. 불행히도 인간은 무언가 시작할 때 산책을 시작하는 개처럼 한없이 달릴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신나고, 들뜨고, 무서울 게 없고, 언제까지라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때조차 만에 하나 돌아와야 할 때를 생각해야 한다고.
그날입니다. 이 책을 발견한 건. 결국 저녁 일정은 다 깨져 버리고, 일단 좀 쉬자-고 들어간 교보문고에서 발견했습니다. 아주 그냥 제목이 내 맘에 쏙쏙 들어와 박혀서, 그날 저녁 리디에서 빌렸다죠. 그리고 까먹었습니다(…). 까먹고 있다가, 내일이 대출 마감이라고 해서 읽었는데, 재밌네요.
… 아 왜 나 이거 이제야 읽었지.
자학개그 같기도 하고, 하루키 냄새가 납니다. 글에 비친 성품이 예민하면서도 따뜻하고, 관조적이면서 개그(…) 욕심이 있네요. 그래서 편하게 술술 읽었습니다. 그래, 우리 모두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 뭐-하고 킥킥대면서. 그런 의미에서, 추천합니다. 특히 사는 게 X 같을 때 읽으면 좋습니다.
아아, 나만 혼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구나-하고 즐거워지실 거에요.
그리고 초콜릿이나 맥주 사러 가게 될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