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세상에 하도 제목이 뜬금 없어서 읽어본 책. 2017년에 써서 한국에는 2018년 1월에 출간됐다. 왜 뜬금없이 여겨졌는 지는 다들 아시리라 믿는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게 된다. 모든 것이 과잉이라 세계적인 위기가 찾아올 거고, 그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① 기술혁신을 통한 구조조정 ② 그에 기반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개척 ③ 고수준 인력 양성을 통한 고수익 산업 구조로 전환 ④ 서비스 산업 혁신 등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 대과잉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분야는 노동력과 상품, 돈, 에너지. 에너지는 셰일 혁명으로 미국이 엄청난 원유 공급 능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든다. 그래서 유가가 더 안 올라갈 거라고.
* 상품이 남아돌 거란 예상의 근거는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됐다는 것. 다시 말해 더 많은 물건을 사줄 시장이 멈추면서, 수출이 어려워졌다. 이는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거라고. 신흥국 경제 성장이 멈추는 건 덤.
* 노동력 과잉은 고수준(?) 이민자들이 선진국으로 많이 유입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들이 좋은 선진국 일자리 일부를 가져가고 있다고.
* 돈은 2008년 국제 금융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금리 낮추고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 이건 거꾸로 돈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 감세와 인프라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기는 어려우니, 문제가 생길 수 있음.
다시 말해 장기적 구조적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이것 때문에 앞으로 세계 경제는 위기를 겪을 거라는 말. 성장하지 않는 경제라고 해야 하나.
재미있는 것은 '금융'을 경제의 일부로 보지 않고, 경제랑 동등하게 놓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금융거래에서 생기는 부가가치가 이제 엄청나게 커져서, 경제 상황에 관계 없이 돈을 벌 수 있게 됐다고.
세계적 공급 과잉 상황을 구조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경제 구조 개혁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수요와 공급을 창출해야 한다. 여기서 경제 구조 개혁은, 풍부한 사람, 상품, 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개혁을 말한다.
지금 2022년 상황은 어떨까?
돈은 남아돌았던 게 맞다. 그 때문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되고, 그래서 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수많은 투자는 암호 화폐나 NFT 같은 가치 없는 곳으로 흘렀다.
에너지는 러시아가 일으킨 침략 전쟁으로 세계적으로 위협 받고 있다. 상품 공급은 코로나19로 인해 유통망이 흔들렸다가, 여전히 혼란스럽다. 인력은 ... 고수준 인력은 확실히 모자라다. 회사마다 좋은 인력 확보하기 어려워서 힘들어 하는 상황.
지금 나왔다면 비웃음 받았을 책. 따지자면, 돈만 대과잉 시대였다. 예상이 틀린 근본적인 이유는, 2017년 상황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거라고 가정하고, 그에 기반해 이런저런 썰을 풀었던 탓. 그러니 기술 혁신으로 고수익 산업을 육성해서 대비한다 같은 뻔한 대책밖에 안 나오지.
미래를 이야기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 (코로나 19 대유행이 찾아오면서, 2018~2019년에 많이 나온 '미래를 예측한다!'류의 책을 꽤 들여다 봤는데, 다 요모양 요꼴이었다. 코로나 19야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해도, 트럼프 재선을 상수로 놓고 예상을 풀어나간 책도 있었다.)
다만 금융을 경제와 동급으로 놓는 건 내겐 꽤 신선한 발상이었다. 한번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