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패러디, 서글픈 우리의 자화상

고병규님의 두 컷 만화를 패러디한 「조삼모사」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두 컷으로 된 단순한 구조, 극적인 반전에서 나오는 웃음, 말칸만 바꾸면 간단히 패러디되는 간편함이 인기의 비결입니다. 쉽게 말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패러디 만화입니다.

▲ 고병규님의 조삼모사, 패러디된 시리즈의 원본

조삼모사의 웃음은 앞서말한 극적인 반전에서 나옵니다. 하나의 나쁜 제안을 하는 A(주인)와, 그 A에게 항의하는 다수의 B(원숭이들)가 첫번째 컷을 이루고, 시니컬한 표정으로 그게 싫으면 더 나쁜 조건(또는 얻게 되는 좋은 댓가)을 감당하라는 A의 말에, 언제 항의를 했냐는듯 태도를 돌변하는 B가 두번째 컷을 이룹니다.

이 패러디의 특징은, ① 대부분의 경우 A가 사장이나 교수등, 권력을 가진 쪽으로 묘사되고 ② B는 자기자신이나 친구들로 묘사되며, ③ 원래 원숭이들의 우끼끼-하는 소리가 있는 곳에 자신의 사정에 맞는 “불평 문구”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패러디도 있지만…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_-;;(단도직입)

또한 대부분의 패러디는 원본이 가지고 있는 보편성(조삼모사라는 고사에 대한 패러디)에 비해 구체적인 개인들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발생가능한 사건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원숭이들의 끼끼 소리가 여러가지 문장으로 대체되는 것은, 패러디에 사실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 패러디의 배경을 설명하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 조삼모사 패러디, 대학생 버전

그런데 조삼모사 패러디를 보다보면, 낄낄대며 웃다가도 가끔 서글픈 기분이 밀려들고는 합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조삼모사 패러디가, 바로 우리 자신의 씁쓸한 자화상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삼모사 패러디에서 A(주인)의 위치에 패러디 작가 자신이 대입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의 위치는 대부분 힘없는 다수인 B(원숭이들)입니다. 우리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힘없는 존재인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만약 B가 아래 그림처럼 제안 첫번째와 두번째를 모두 거부하는 강한 모습으로 그려졌다면, 우리는 결코 지금처럼 재밌게 느끼지 못할 겁니다.

▲ 이런 조삼모사였다면 과연 히트쳤을까요?

또 하나, 조삼모사에서 보여지는 의사소통은 상식선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비합리적 요구가 통용되는 관계”입니다. 조삼모사 패러디는 대부분 이 “납득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 권력 관계에 의해 “현실로 존재”하는 관계들을 폭로합니다. 클라이언트와 하청업체, 사장과 직원, 선생과 학생, 기업과 소비자등- 조삼모사 패러디에서 수평적인 관계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조삼모사 패러디가 유행처럼 웹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자신의 현실에 쉽게 대입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그렇다고 힘없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만 했다면, 결코 지금과 같은 붐-을 일으키지는 못했겠지요. 나 불쌍해-하고 패러디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조삼모사 패러디에 감춰진 진짜 힘은 바로 “현실을 드러냄”에 있습니다. 자신이 ‘약한 위치’에 처해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드러냄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비상식적 현실을 만드는 권력자들을 조롱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기회 아니면, 우리가 언제 그래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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