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혹은 악의 유혹

반지의 제왕을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서 다시 읽어보기 위한 글. 편집자의 말이 책의 내용과 성격을 잘 대변해준다.

“이 책에서 그는 톨킨을 처음 대하는 독자들이 반지의 제왕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당혹감을 정확하게 꼬집어내고 있다. 어째서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줄거리로 삼고 있는 작품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리도 어둡고 우울하게 묘사되어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어째서 이 작품에서는 여성이 부차적인 존재로밖에 묘사되지 않는지, 그리고 오르크에 대한 인종적 편견과 골룸에 대한 계급적인 편견에 대한 불쾌감까지 말이다. … 하지만 이자벨 스마쟈의 시도가 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텍스트 자체를 잘못 이해하지 않았나 싶은 부분도 없지 않고, 톨킨의 다른 작품과의 연관은 배제하고 반지의 제왕만을 문제로 삼는 탓에 지나치게 무리한 해석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의 창조부터 멸망까지 이르는 완벽한 신화를 구성하기 원한 작가 톨킨의 관점을 이해하여 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으로 올바른 관점에서 선과 악, 그리고 오르크와 골룸에 대한 문제를 다루려 한다는 데서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 p193~194

솔직히 반지의 제왕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관점에서는 아이들에게 읽히기에는 무리가 있다. -_-; 뭐,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문학작품에 부여한다는 것도 올바른 일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아무튼 이 책을 등록하기 위해 찾아보니, 의외로 반지의 제왕을 분석하는 책들이 많이 나와있어서 놀랐다(한국적 풍토에서 다시 읽는 류의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흔치 않다.).

다음은 이 책에서 얻은, 판타지를 읽는데 도움이 될 만한 몇가지 것들.

“G. 포노는 환상 문학에 내재하는 완전한 ‘모호함의 전략’을 간파했다. 포노는 작가들이 독자들을 매혹시키기 위해 “연관된 두가지 애매한 의미들을 능수능란하고 교활하게 다루고 있다. 두 가지 의미 중 어느 한 쪽을 거두어 들이는 일은 절대로 없다(환상문학에 나타난 광기에서)”고 말했다.” -p28

“사이렌의 노래처럼 뱀이 일부러 말해 주지 않은 것이 있는데, 바로 그 때문에 뱀은 거짓말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바로 유혹당한 사람을 반드시 기다리고 있을 죽음이다. 인간이 당하게 될 피해를 얘기하지 않은 대신 뱀은 자신이 약속한 보상으로 인간을 유혹한다.” -p58

“프로도와 간달프의 말은 겉만 번드르르할 뿐, 순수하고 솔직한 진보주의자의 메시지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소설 전반에 걸쳐서 톨킨이 상상을 통해 창조한 악당들, 악인들은 ‘본래부터’ 악하게 타고난다. 따라서 그들을 착하게 변화시키려고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그것이 골룸이나 사루만의 행동에서 얻게 되는 교훈이다.” -p92

“플라톤이 이야기하는 신화의 해석은 쉽다. 그것은 노동의 가설을 거짓으로 만들면서 타인의 시선과 형벌의 두려움, 이 두가지만이 도덕의 진정한 토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104

“여기에서 다시 한 번, 권력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귀족주의적인 환상이 드러난다. 소박한 분별력을 갖추고 있는 대중들은 자신이 권력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혈통과 계급에 따라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에게 이런 책임을 맡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그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p125

“롤랑바르트는… 일반적으로는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라든가 장황한 글이라고 판단해 폐기해 버리는 것들을.. 그러니까 그 의미를 찾으려는 모든 분석을 철저히 거부하는 모든 상세한 묘사들은 ‘현실 효과’를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도무지 줄일 수 없는 잉여물들은 모두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을 나타낸다. 플로베르의 기압계, 미술레의 작은 문은 결국 ‘우리는 지금 현실 세계에 있다’라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140~141

“푸코는 ‘인간 괴물’이 19세기에 나타난 비정상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 괴물을 정하는 기준은 법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의 법칙과 자연의 법칙을 동시에 어기면 괴물이 된다.” … ” 괴물을 불안한 힘과 능력을 가진 존재로 만드는 것은 괴물이 법을 어기면서 그 법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괴물의 존재 자체로 괴물이 법칙을 어기는 순간에 괴물이 불러일이키는 것은 법 자체의 반응이 아니라 아주 다른 어떤 것이다. 그것은 폭력일 것이다. 그리고 단순하게 법을 완전히 폐지하려는 의지일 것이다. 하지만 법을 공격하는 괴물의 존재에 대한 대응은 법 자체가 아니다. 괴물은 필연적으로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법의위반 자체이다(1975년 1월 22일 강의, 비정상인들, p51)-p146~147

“문학과 예술은 계속해서 스캔들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집요하게 호의를 가지고 악을 묘사하는 예술가는 보수주의자들의 위선적이고 인습적인 이미지를 비난하고 공격한다. 그래서 예술가는 늘 인간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인간을 타락시킨다는 비난을 당한다. 예술가는 진실을 추구하기와 유혹하기의 두 가지 역할을 한다.”폴 리쾨르, 역사와진실,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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