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홍대앞, 꽃반지 낀 그녀를 만난다면

반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 날, 홍대 앞 거리에서, 꽃반지를 낀 그녀를 우연히 만난다면.
나는, 반할지도 모른다고.

키는 작거나 큰 사람이면 좋겠다. 낡고 바랜 청자켓을 걸친, 아무렇게나 고른듯한 옷을 입은 사람이면 좋겠다.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써서 눈도 보이지 않고, 한 손에는 조금 식은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한 손에는 하도 읽어서 때묻은 책 한 권을 들고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깨끗하고 찢어진 운동화를 신고 있었으면 좋겠다. 입에서는 재잘재잘, 노래같은 말들이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가볍게 썅- 한마디 내뱉으며,
지나가는 바람을 한대 걷어차 줘도 좋겠다.

빌어먹을 세상에는 입술끝에 걸린 미소로 대해주면서
나에게, 배고파- 하고 깔깔대며 전화 한통화 넣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더 좋겠다.

기왕이면 힘껏 살아가는 사람이면 좋겠다.
슬프다거나, 힘들다거나, 외롭다거나-하는
말을 쉽게 내뱉지 않는,
그래서 그 어깨가 떨리는 날이면
가만히 옆에 앉아서 기다려도 하나 어색하지 않을

햇살이 눈부시게 아픈 날,
지독한 감기몸살에 몸을 떨면서도
맑은 하늘이 예뻐, 하면서
하늘 한번 올려다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꽃반지를 낀 사람은,
나를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 떠나가도 마음 아프지 않고,
언제 돌아와도 웃으며 반겨 맞아줄 수 있도록


웹을 돌다 우연하게, omondieu라는, 꽃반지와 셔츠, 장신구들을 만들어파는 사이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위의 사진들은 모두 그 사이트의 갤러리에서 가져온 사진들 입니다. 사진을 보다가 갑자기, 홍대 앞 옷가게 거리에, 꽃반지 끼고 웃으면서 춤추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서, 생뚱맞게 한번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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