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혐한류를 읽으며 배운 것들

 

1. 지난 8월 13일, KBS에서 방송한 「야스쿠니와의 전쟁 제1편 야스쿠니와 세 여자」를 보다가 적지 않게 당황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참모총장이었던 도조 히데키의 손녀 도조 유우코가 말하는 논리 때문이었다. 하나는 우리나라 우익들의 인식과 너무 닮았다는 사실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녀가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녀는 한일합방 한일병합 이후의 조선을 ‘식민지’가 아니라 ‘일본’이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일본의 전쟁에 끌려가 죽은 조선인들에 대해, 그들은 일본군으로서 죽은 것이라며, 일본을 위해 함께 싸워주신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2. 오늘, 만화 혐한류2를 읽으면서 배운 점도 그와 비슷하다. 하나는, 우리 생각만큼 우리는 대단한 민족이 아니라는 것. 그거야 해외여행 몇번만 다녀봐도 알 사실이고, 인정하기 싫어도 다들 알고 있는 일일테니 생략. 두번째는, 일본의 자칭 ‘우익’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었다는 것. 그들에게 있어서 일본의 잘못은 그저 ‘전쟁에 진 죄’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단순히 조선인을 전쟁에 내몰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조선에 대한 모든 것을 부정함으로써, 그들 자신이 자신의 국민들에게 저지른 죄까지 싸잡아 모른척한다(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사망자 숫자는 약 122만~300만명이다. 여러 통계가 서로 달라 함께 기재한다. 물론 이 숫자에는 일본군으로 차출된 조선, 대만, 중국인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죽고 싶은 사람은, 전쟁터에 끌려가고 싶은 사람은 누구도 없다. 설마, 일본군은 전쟁을 일으킨 국가의 국민이니 죄다 “천왕폐하 만세”를 외치면서 죽어갔다거나, 그들의 죽음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3. 우파와 좌파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자본주의/사회주의로 나누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파와 좌파의 차이는 한 사회를 분석할때 ‘사람간의 이합집산’적인 관점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정치경제’적인 관점/생산구조와 생산관계의 관점에서 사회의 시스템을 분석하는 가의 차이다.

똑 같은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종교적인 관점을 가진 부시가 네오콘의 이상을 따라 이교도를 심판하려고 한다’라고 분석하는 사람과 ‘석유, 군수 산업의 지원을 받는 부시가 석유자원의 확보를 통한 이윤 추구를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라고 보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물론 진실은 둘 사이의 어느 가운데 쯤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합리적 사고’다. 우파가 이해하기 쉽고 사람들도 쉽게 동요되지만, 아무리 어렵고 골치 아파도 좌파적 관점을 견지해야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우파와 좌파라는 말이 싫은 사람들에게는 ‘단편적 사고’와 ‘합리적 사고’를 나누는 것이라고만 해두자.

4. 우파적 사고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짜고 치는 것이라고 우기는 것과, 별 것 아닌 일들을 침소봉대하여 포장하는 것에 있다. 논리와 합리가 거세되면 저렇게 된다.

혐한류에서 침소봉대하고 있는 한국적 사실들, 우리가 유교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을 아랫것으로 여겨서 지금의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라던가, 일본 문화의 모든 것을 한국이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다던가, 일본의 반일 매스미디어들이 침묵하고 있기에 일본인 들이 진실을 알지 못해서 한국과 중국의 요구에 굴복하고 있다던가-

또 하나는 “성급한 일반화”와 “침묵은 동의와 같다”라는 식의 주장이다. 한국 안에서도 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모든 한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포장하던가, 일제 시대나 박정희 시대에 저항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대에 “동의”한 것이라고 규정한다던가.

혐한류를 보면서 배우는 또 하나의 사실이다.
(덤으로.. 월간 조선의 조갑제 편집장이 일본의 우익신문 산케이 신문의 칼럼 ‘정론’의 멤버라는 사실도..-_-;)

5. 마지막으로 몇가지 오류 수정. … (사실 별로 반박할 가치도 없는 책이다.)

  • 피파에서 펴낸 공식 dvd에 최악의 오심 10가지중 2002년 월드컵 한국전의 경기가 4건이 포함되어 있었다-라는 사실은, 그 dvd가 프랑스 회사의 이름을 쓴 일본 회사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식 인준 취소.
  • 한일합방한일병합에 대해서는 좀더 공부하는 것이 좋을듯. 영국과 미국의 인준이 있긴 했으나 군사적인 위협으로 먹어삼킨 것은 사실.
  • 당시 대한제국 지도부가 대한제국을 일본에 넘겼다고 해서, 그것을 민중의 동의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류.
  • 한글은 세계 ‘최고’의 문자는 아니나 ‘과학적인’ 문자인 것은 사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몇 안되는(거의 유일한) 문자임. 더불어 한글의 창제 원리는 한자에 기반하고 있지 않음.
  • 한글이 만들어지고 반포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은 사대부의 반대-_-때문만이 아니었음. 문자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이 3년밖에 안걸린 것이 더 신기함.
  • 대체 스시, 유도, 꽃꽂이, 검도, 사무라이가 한국이 원조라고 주장하고, 모든 한국 사람들이 그에 동의한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왔습니까?
  • 한국이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 않아 옛날 문서 해석에 서툴다는 -_- 주장은 대체 무슨 근거로 나옵니까?
  • 한국어와 일본어가 전혀 다른 계열의 문자라는 것은… 어느 언어학자의 주장입니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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