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에서 불온한 상상력으로

* 이 글은 민족예술 2002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기억상실에서 불온한 상상력으로

– 김은주

기 억 상 실 에 서 불 온 한 상 상 력 으 로
당신을 위한 사이버 아트 페스티벌 ‘caf4.net’

젊은 창작인을 위한 지원 프로젝트 ‘caf4’ _ 기억상실에서 불온한 상상력으로 발전한 사이버 아트 페스티벌 ‘caf4’. 이번 행사는 2000년 사이버 갤러리 Amnesia(기억상실)와 연장 선장에 놓여 있다. caf4 ‘불온한 상상력’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이버 졸업작품 전시회나, 사이버 백일장, 사이버 신춘문예, 플래쉬 애니메이션 공모전 등과 같은 행사들과는 뚜렷하게 다른 점이 있다. ‘작품의 심사를 통한 선별’이 아닌 ‘장점을 찾아 지원해 주는’ 형식이라는 점이다.


민예총 문예정보화팀은 1999년부터 문예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민족예술 홈페이지 경연대회’와 2000년 사이버 갤러리 ‘Am-nesia(기억상실)’, 이번 ‘caf4’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 이 행사들은 각각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지만 하나의 흐름을 갖고 있다. 그것은 아마추어와 신인 작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 또 창작의 대중화와 인터넷을 통해 작품을 공유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아주 사소한 것들로 구성된다 _

‘불온한 상상력’사이트(www.caf4.net)는 2001년 12월 25일 정식 오픈 해 2002년 2월 28일까지 창작자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사이버 아트 페스티벌은 ‘당신을 위한 사이버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취지 아래 ‘불온한 상상력’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caf4’는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거나, 플래쉬 영화를 만드는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이트 자체가 하나의 종합예술품을 연상하게 한다.

현재까지(1월 21일) ‘caf4’에는 소설 8편, 시 23편, 수필 4편이 올라와 있고 이미지로는 사진, 그림, 만화, 낙서 등 73점, 음악이 1곡 올라와 있다.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면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많다. ‘caf4’가 말하는 창작행위는 예술의 특별함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창작이다. 이밖에 아직까지 참여 작가들은 없지만 텍스트로 비평, 편지, 여행기 그리고 이미지에 패러디와 웹디자인, 동인지 등이 참신한 창작자들의 접속을 기다리고 있다.

참가 방법은 홈페이지를 통한 작품 투고, 기존에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는 이-메일 응모, 전시회 등 오프라인 상의 활동이 주가 될 경우 복사본을 제출해도 된다.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이 형식적으로 아직은 미약하다. 하지만 투고 작품 중 매주 세 명을 선정하여 문화상품권을 지급하고, 후원작가로 선정될 경우 소정의 후원금과 함께 사이버 갤러리 제작 지원, 우수 작품의 경우는 가능한 매체를 통해 수록하거나 홍보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문화예술계에서 이미 명망(?) 있는 예술인들에게 이러한 일련의 행사들이 젊은 세대들의 치기 어린 귀여운 반란쯤으로 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조차 무시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의 고전적인 의미는 시대에 따라 계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꿈꾸는 이들의 ‘불온한 상상력’이 지속되는 한 기존 예술계에 대한 위협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사이버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위협이 아닌 공존이며 다양한 예술 표현 형식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기존의 작품 발표 형식에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자신의 예술 작품이 평가되기 원한다면, 지금 이곳에 들려보자 www.caf4.net.

불온한 상상력 ‘caf4’ 기획자 이요훈 인터뷰
창작자들의 자발적인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동기 _

사실 이번 행사는 직접적으론 2000년 사이버 갤러리 ‘암네시아’와, 간접적으론 1999년의 ‘민족예술 홈페이지 경연대회’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둘 다 아마추어와 신인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였죠.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아마추어와 프로, 가상 공간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 보자는 거예요. 직접적인 계기는 작가회의에서 98년에 작성된 「글 쓰는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보고서」와, 99년에 서울 지역 문예단체의 상황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였습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지만, 문제가 심각했죠. 대중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창작 행위만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요.

왜 불온한 상상력인가 _

이번 사이버 페스티벌에 있어서 ‘불온한 상상력’은 하나의 테마입니다. 작년의 테마는 ‘Amnesia(기억 상실)’이었구요. 사실 테마 자체가 페스티벌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단지 페스티벌의 주최자들이 세상을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작년의 테마가 현실이 배제된, 그저 ‘언젠가 좋은 세상이 될 테니 희망’이나 가지고 있으라는 사람들에 대한 반발이었다면, 올해의 테마는 노골적으로 ‘억압하고자’ 하는 세상에 대한 안티 테제입니다. 원래는 검열에 걸린 그림과 음악 등을 모아놓은 ‘불온한 갤러리’나 ‘불온한 자료실’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2002년 하반기를 기약하고 있습니다.

참여작가 연령층은 _ 사회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어립니다. 적게는 80년대 생들부터 많아야 60년대 후반 생들입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기획자로서 의도했던 바는 _ 초기 인터넷 커뮤니티의 부활이라고 해야 할까요. 늘 새로 시작하는 그리고 소수자들의 사회가 그렇듯이 초기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묘한 동질감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간의 자발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곤 했었죠. 단순히 얼마를 지원하고 작품을 인정했다고 해서 아마추어 예술가들, 신인 예술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그들만의 세상을 따로 만들어가는 방법밖엔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지원과 작품의 공유를 위해서 작가들이 모이지만, 그들 사이에 새로운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형성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작가들 말고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참여하는지 _ 작년까지만 해도 ‘갤러리’란 이름 때문에 미술 쪽 신인 작가들의 참여가 많았는데, 올해는 오프에서 ‘작가’라 불리는 사람은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작품 심사 기준은 _ 선정 기준은 ‘창의적·유쾌함·완성도’ 세 가지라고 사이트 상에 공지한 바가 있지만, 실제로는 매주 심사위원이 달라지며, 그들의 주관적인 관점이 개입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는 듯 합니다.

운영상의 어려운 점이라면 _

아무래도 작가들의 참여도가 낮을 때와 참여 작가들의 불만이 제기되었을 때가 제일 힘들죠. 그것보다도 더 어려운 문제는 ‘caf4’를 단순한 창작품 경연대회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라고 얘기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게시판 내에서의 관계 형성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입니다.

행사의 지속가능성은 _

페스티벌은 계속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넘어야할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원금이 끊길 경우 작품의 투고도 분명히 멈출 것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참여 작가들 사이의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사이트를 계속 꾸려나가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무료 커뮤니티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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