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7 크라이시스 코어 후기 – 넌, 내가 살아있었다는 증거(FF7CC)

파이널 판타지 7 크라이시스 코어
….그래, 네가…
….내 몫까지…. 살아….

….너는….
….너는…. 내가 살았던 증거….

….내 긍지나 꿈…. 전부 줄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잭스 페어. 평범한 솔저로 시작해 클래스 퍼스트까지 올라간 유일한 남자. 스승이자 선배이자 친구였던 안질의 의지를 잇고, 같은 솔저 클래스 퍼스트였던 제네시스의 꿈을 이뤄줬으며, 역시 같은 솔저 클래스 퍼스트였던 세피로스의 폭주를 끝까지 막으려고 했던 남자. 에어리스의 첫사랑, 클라우드의 은인이자 친구, 신라 솔저들의 친구이자 리더, 88통의 편지를 받지 못한 남자 … 파이날 판타지 7 크라이시스 코어(Final Fantasy VII Crisis Core, FF7CC)는 바로, 이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FF7CC는 FF7의 세계관을 완성시키는 게임입니다. FF7의 몇 해전을 배경으로, FF7의 스토리에서 조금 혼란스러웠던, 왜 클라우드가 스스로를 솔저라고 생각했는지, 왜 세피로스를 그토록 증오하는 지, 잭스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는지, 에어리스는 왜 분홍색 리본을 매고 있는지 … 등등을 밝혀줍니다. 사실 이 부분은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게임의 시스템은 잘 짜여있는 편이네요. 시니리오는 조금 짧은 편이지만 억지로 늘린 흔적이 없어서 오히려 깔끔하게 느껴집니다. 미션은 단순하지만 짧은 플레이 타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주며, 약간의 중독성도 있습니다. 이동은 지루하지 않고, 전투도 무의미하게 많이 일어나지 않고요. 마테리아 합성등의 기능은 시나리오 진행을 위해 레벨 노가다를 많이 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 물론 미션 노가다-를 하는 경향은 있지만 🙂 매 시나리오마다 서브미션이 존재하긴 하지만, 즐기기 위한 선택은 각자의 몫.

그래픽은 PSP 최고의 수준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3D 동영상은 스퀘어 에닉스 답고, 게임 화면도 도저히 PSP로 믿겨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로딩도 짧은 편이라 플레이하기에 쾌적한 수준. 적절한 위치의 세이브 포인트와 지도 화면을 제공하는 것도 장점.

조금 단점이라면 이번에 새로 도입된 D.M.W 시스템 정도일까요. 전투중 슬롯머신의 화면에 따라 각종 특수기가 발동되는 이 시스템은, 한편으론 좀더 편리하게 전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줌에도 불구하고, 자주 게임 플레이의 맥을 끊고, 소환수를 제외하면 리미트기 발동 화면을 스킵할 수가 없기에 나중엔 조금 짜증이 날 때도 있습니다.
뭐, 심긱한 편은 아니고, 또야? 라는 느낌이 들 정도? 엔딩을 볼 때쯤엔 정말로 리미트기 발동 동영상의 대사를 따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_-;; 소환수들의 동영상은 매우 화려하지만, 거의 행성급으로 등장하는 화면에 비하면 위력이 별로라서 가끔 웃음나기도 하네요. 음악은 FF7의 음악을 리메이크 했다고 하니 두말할 필요가 없을듯.

FF7을 플레이해 봤던 사람들에겐 여러가지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소소한 부분까지 다른 작품들과 이어질 수 있도록 잘 배치해 놨거든요. 무엇보다 이 게임은 시나리오가 잘 짜여져 있습니다. 굳이 세계를 구하겠다느니 뭐라고 할 필요없이, 잭스의 이야기만 회상하면 됐으니 가능했겠지만…

무리한 반전도, 억지스러운 이야기 전개도 보이지 않습니다. 턱스, 신라 컴퍼니, 신라의 솔저들, 클래스 퍼스트 솔저들, 에어리스 등과 잭스의 관계는 이해가능한 선에서 진행됩니다. 모자란 부분들은 D.M.W의 회상장면이나 미션을 통해서 보충되는 부분도 있고. … 단, 제네시스 軍..-_-;;은 좀 이해가 안됐다는-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캐릭터들. 클래스 퍼스트 솔저들은 좀 정신이 나간듯 보이기도 하지만(마더 콤플렉스 같은 세피로스, 허구헌날 싯귀나 읊어대는 제네시스, 인성(仁星)이 뼛속깊이 박힌 안질 등등), 모시모시~하며 잭스를 깨우는 에어리스, 내 본명을 말해주지 못했어-라는 시스네, 88통의 편지를 전하지 못했다-는 챙.. 등등, 하나같이 아까운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가장 최고는 역시 잭스. 전형적인 열혈 바보…이긴 하지만, 때로는 고민도 하고, 아파서 울기도 하고, “인간의 말을 버리지마, 몬스터가 되지 말란 말이야!”라는 대사를 내뱉기도 하는… 그저 단순한 열혈 바보만은 아닌 녀석. 시니컬쟁이 클라우드와는 달리, 가장 특별하지 않으면서, 가장 사랑하고, 가장 아파하고, 가장 타인을 지키기 위해 열심이었던 녀석…

…꿈을 품어라….
…그리고 어떤 때라도….
…솔저의 긍지를 잃어버려서는 안돼…

자- 이제 FF7의 세계는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PS3로 FF7의 리메이크가 나올 것만 남았습니다-만, 내주겠죠? 스퀘어 에닉스-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이랬는데 FF7 리메이크가 아닌 FF7AC의 뒷이야기..뭐 이런 것 만들어내면 미워할거야-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찌보면… FF7 세계의 최강자는 잭스-일지도 모르겠네요. 무려 일반인에서 솔저 클래스 퍼스트-로 올라가고(안질, 제네시스, 세피로스는 모두 제노바 세포가 투입된 프로젝트의 산물입니다.) 퍼스트 클래스의 솔저들을 차례로 사망-_-케 했으며, 차세대의 최강자를 키워내고, 실질적으로 세피로스도 봉인했으니 말이죠. … 에어리스에겐 여자를 밝힌다고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FF7의 이야기), 오히려 여자에게 인기가 좋았던 것은 클라우드고… 게다가, 거의 유일하게 라이프 스트림으로 돌아간 퍼스트 클래스 솔저일지도.

아하- 어서내줘 스퀘어, FF7 리메이크를… PS3를 구입할 용의도 있단 말이닷!!

● FF7CC 공식 홈페이지_http://www.square-enix.co.jp/ccff7/
– 바탕화면과 스크린세이버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약속하지 않은 내일이라 할지라도….
그대가 서 있는 장소에 반드시 돌아오리라…
별의 희망이 모인 바람이 되어…
땅의 끝에, 하늘의 저편, 아득한 수면.
은밀한 희생이 되리…

P.S. 게임을 강력추천해주신 나르사스님께 감사를 🙂

이글루스 가든 – 게임문화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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