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인터넷 공용어가 아닙니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30일 열린 “영어 공교육 공청회”에서 ““영어는 이미 세계 공용어 가운데 하나이며 인터넷 정보의 90%가 영어로 돼 있다. 영어교육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해주기라도 할듯 조선일보는 “잉글리쉬 디바이드”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인터넷 정보의 70%가 영어로 돼 있는 현실에서 영어는 지식과 경제력의 원천이다.“라고 거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짓말이다. 기본적인 자료도 조사하지 않고 주장하고 글을 썼다는 말이다.

확실히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90년대는 인터넷이 국경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동시에 영어가 인터넷을 장악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1996년 “영어는 이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세계 표준어로 굳건히 자리 매김했으며 글로벌 통신 혁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본 특징이 되었다”라는 기사까지 실었다. 같은 해 뉴욕타임즈는 “월드world, 와이드wide, 웹web – 세 개의 영단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인터넷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다. 영어를 배워라”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93)

그러나 인터넷에 대한 초창기 많은 예측이 그랬듯이 이 역시 잘못된 생각이었음이 드러났다. 90년대 말 인터넷 정보는 80%가 영어로 되어 있었지만 2002년말 경에는 그 비율이 50% 미만으로 줄었고 2005년에는 인터넷 사용자의 2/3가 비영어권 사용자인 단계에 이르렀다. … 1999년 무렵만 해도 인터넷에서는 영어 사용이 기본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중에는 오히려 그게 일시적인 기현사잉었음이 드러났다. …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나라들이 인터넷에 연결되자 이제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세계 인구의 8% 미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인터넷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94~95)

– 잭 골드스미스, 인터넷 권력전쟁, NEWRUN, 2006

▲ 언어별 인터넷 이용자수 상위 10위

실제로 KOTRA에서 2007년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언어별 인터넷 사용자 숫자에 있어서 영어 사용자는 약 3억 3천만명으로 30% 정도에 해당한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이나 조선일보가 가지고 있는 자료는 십여년전의 낡은 자료다. 이미 시대가 얼마나 변했는가. 근거를 대고 싶다면 정확한 근거를 들어주길 바란다.

P.S. 영어 공교육은… 딴 것은 다 모르겠고, 하나만 물어보고 싶다. 우리들 가운데 “영어를 못해서 일상 생활이 불편해요.”, “영어를 못해서 업무를 할 수가 없어요”라는 사람이 대체 몇 명이나 있을까? “영어를 못하면 취직을 못할 것 같아요”라던가 “영어를 못하면 승진에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요”라는 사람은 있어도. 지금 이 나라에서 영어는 “도구”가 아니다. 자질 평가의 기준점이 되었기 때문에 문제인거다. 영어가 꼭 필요한 자리나 업무가 아니면 평가 기준으로 삼지 않으면 해결될 문제를 왜 이런 식으로 풀려는지… 궁금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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