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소녀의 죽음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지난해 5월 발생한 노숙 소녀의 죽음에, 청소년 노숙자 다섯명이 추가로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사실을 다룬 기사를 찬찬히 읽는데, 뭐랄까, 조금 기분이 암담해졌다.

사건의 발단은 14살 곽아무개 양이 노래방 도우미-를 하고 받은 3만원 가운데 2만원을 숨진 소녀가 훔쳐갔다는 오해를 받은 것에서비롯되었다. … 14살이다. 중학생 나이다. 대체 이 소녀를 고용한 노래방 업주는 누구인가? 이 소녀에게 도우비 봉사료를 준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물론, 이 곽양을 고용한 노래방 업주와 손님들만 아니었다면 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다-라는 것은 아니다.

숨진 소녀를 폭행한 이들을 보자. 곽양은 14살, 김아무개(남)와 조아무개(여)는 15살, 강아무개는 17살, 최아무개는 18살이다. 이들의 노숙 기간은 1~2년이었으며, 대부분 가정불화로 집을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도 그동안 수시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이들은 검찰에서 “우리도 노숙인들한테 수차례 폭행을 당해봤기 때문에 이 정도 때려서는 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사건의 원인은 해체된 가정, 그리고 그 해체를 만들었을 (아마도) 경제적 궁핍, 그리고 이들에게 전혀 제공되지 못했던 사회안전망에서 기인한다. 이들을 도와줄 공적 기관이 없는 것은 아닐게다. 하지만 이들에게 분명 손길이 닿지 못했다. 제 발로 찾아가야 받을 수 있는 것은 빚이지 사회안전망이 아니다.

불안한 사회 안전망, 그리고 더러운 몇몇 어른들… 노숙 소녀의 죽음은, 어쩌면 이 두가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전, IMF 가 터지고 난 후 일어났던 몇가지 변화가 떠올랐다. 영아 유기의 증가, 가족 노숙인의 증가, 가족의 해체… 정태춘이 “우리들의 죽음“이란 노래를 통해 “더이상 우리를 죽이지 말라”고 외쳤던게 십몇년 전이건만, 어쩌면 이 사회는, 스스로 아이들을 죽여가고 있는 화마가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이런 죽음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몇년전 CF에서 김정은이 “부자 되세요”라고 외친 이후, 사람들이 돈만 벌면 그만이라고,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라고 당당하게 외치게 된 이후… 이 나라는 긍지를, 그 긍지에서 비롯되는 품격을 점점 잃어버려가고 있다. 어쩌면 그 긍지조차 환상이었는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대운하도, 영어 공부도 아니다.
버림받은 아이들이라도 내팽겨치지 않을 시스템이며, 어린 아이들을 착취하지 않을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또 어느 아이의 시체를 모른 척 스쳐지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한겨레_수원 ‘노숙 소녀의 죽음’ 또래 청소년 5명도 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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