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상호작용을 주고 받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고, 이렇게 복잡한 체계에서는 카오스 물리학의 방정식이 부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체계에 내재된 무질서의 경향이 초기의 장애들을 쉽게 무마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p66
하지만 컴퓨터로 꼭 계산만 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대안을 시험해보는 데 컴퓨터를 활용할 수도 있다. 원칙은 간단하다. 하나의 가능한 접근방식을 우연한 방법으로 몇 번 변형시켜가면서, 다양한 버전이 얼마나 일을 잘해내는지를 컴퓨터를 활용해 비교하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좋은 대안들은 남기고 나쁜 대안들은 버린다. 다음 판에 게임은 새로 시작된다. 진화도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p139
커다란 사회가 작은 하위집단으로 나뉘어 있으면 새로운 것은 각각의 공동체 안에서 너무 큰 경쟁에 휩쓸리지 않고 퍼져나갈 수 있으며, 새로운 것이 기존의 것보다 더 우월할 경우 먼저 자신의 집단에서 자리매김을 한 다음 전체 사회로 퍼져나갈 확률이 높다. 카를 지그문트는 “다양성은 진보에 도움이 된다. 그 이유는 다양성이 우연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라며 “그에 반해 모든 종류의 독점은 진화를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p146
찰스다윈은 우리에게서 모든 생명의 발전이 인간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기분 좋은 생각을 앗아가 버렸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연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을 가능케 한 것은 제멋대로 구는 우연만은 아니다.
유전자의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돌연변이를 통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연의 무제한적인 지배를 허락하지 않는 두 가지 힘이 있다. 첫 번째 힘은 새로운 것이 출현하면 그것은 경쟁 속에서 기존의 것에 대항하여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의미한 고안품은 제거된다. 자연에는 아주 탁월하여 언제나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고안품이 있다. … 우연을 조절하는 두 번째 힘은 진화는 단지 가진 것으로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은 기존의 것을 다르게 조합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결코 아무때나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다. 우연은 그런 한계 내에서만 작용한다. p155~156
컴퓨터와 인터넷 덕분에 정보를 얻는 것은 너무나 쉬워졌다. 하지만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우리는 그렇고 그런 자료의 홍수에서 익사할 지경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의심스러운 경우 각각의 사실이 얼마나 논리정연한가, 그것들이 우리의 문제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자신의 믿음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듯이 보일 때는 특히 의심의 촉각을 세울 일이다. …. 정확하게 자세하게 보이는 것이 커다란 착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하라.-p216
복잡한 상황에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은 결코 잘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그만큼 속도가 떨어지고, 결과와 오류를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완벽함을 위해서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그로 인한 낭비는 그로써 얻는 안전성을 능가한다. -p275
별로 영향력이 없는 작은 결정을 자주 거듭하다보면 각각의 선택이 유발할 수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제한할 수 있다. 작은 걸음과 부정적 피드백의 원칙은 게임 이론에 입각한 것이다. 손해를 가능한 줄이는 방향으로 행동하라. 그러면 실수를 용인하면서 미지의 영역으로 돌격할 수 있다. – p316
– 슈테판 클라인, 우연의 법칙
우리는 우연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사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불확실함에 대한 공포, 막막한 미래에 대한 공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대기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슈테판 클라인은, 그 우연한 삶을 즐기라고 말합니다. 세상은 원래 우연한 것이고, 어떤 일들을 완벽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우연에 관대하게 대하고, 그 우연이 가져다 주는 논리니어한 상황들을 즐기라고. 그럼 그 속에서 새로운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연을 예측할 수 없는 이유는, 하나의 행동이 수없이 많이 다른 행동들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그 피드백 속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됩니다. 자유도가 높은 RPG 일수록 버그가 많은 것처럼, 피드백의 갯수, 그 피드백과 피드백이 연결되어 일어날 수 있는 일의 갯수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우연한 일들에 긍정적으로 대처하며, 빠르게 문제를 수정할 줄 아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겠죠.
실은 자연의 진화도 그런 방식으로 일어납니다. 다윈이 이야기하는 진화론,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적응하는 놈이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는 우연적 진화에 기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 몸이 적절한 방향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존재하는, 우연히 태어난 다양한 돌연변이 가운데 자연 적응에 더 성공적인 돌연변이들이 살아남는 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자연도 결코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양성은 동물과 인간의 삶과 사회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물론 자연과 인간, 동물은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먼저 평정한 놈이 계속 평정한다던가, 한 사막에서는 존재하는 돌연변이가 똑같은 조건의 다른 사막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과학사적 관점에서, 생물학적 관점에서, 물리학적 관점에서 근거를 대며 죽죽 늘어놓는데, 참, 대단하더군요. 아무튼 이제 국내에서 출간된 슈테판 클라인의 책 3권을 모두 읽었습니다. 재미있네요. 덕분에 과학, 특히 뇌과학쪽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르게 세상을 보는 창문을 하나 낸 기분입니다. 상쾌합니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나의 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