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지지자들의 오만함

읽다가 굉장히 걸리는 글이 있어서, 결국 글을 쓴다. 이제와서 “나는 이명박 지지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이명박 당선됐으니 약오르지롱” 같은 느낌의 내용이나 “어쨌든 당선됐으니 당분간은 입닥치셈”이라는 논조를 접하게 되면 조금 어이가 없다. 대놓고 이 글은, 쏭군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죽었다고요? 특정 후보, 일부 지지자들의 오만함」이란 글을 읽고 쓰는 글이다. 그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 메신저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던지, ‘근조’ 같은 표시가 즐비하게 달려있습니다. ‘정말 이 사람들이 공교육은 제대로받은 사람들인가?’ 라는 생각이 들고 허탈감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고, 국민 동의가 필요한의사결정은 ‘다수결의 원칙’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하는 그네들은 ‘꼴통’소리 듣는 보수보다도 더 ‘꼴통’이된 것 같습니다. 무엇이 이 꼴통들을 양산해냈는지 한숨만 나옵니다.

이명박이 당선되건 말건, 그를 비판하고 그의 당선 때문에 허탈한 심정을 표시하는 글들이 욕먹어야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당선됐으니 인정하는 것과, 당선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별개다. ▶◀ 근조 민주주의-라고 리본을 달았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짓”이라는 딱지가 달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2004년 한나라당의 대통령 탄핵도 형식적 법적 절차를 거친 일이었고, 따라서 그에 분개해 ▶◀ 근조 민주주의 리본을 달고 촛불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모두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자신의 입장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니, 무슨 망발인가.

자신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뭔가 대단한 ‘철학’이나 ‘신념’이 있는 것 마냥 말하면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과반수는 단지 ‘찍을 사람이 없어서, 찍었다’라고 주장하는 모습이나, ‘사표가 될까봐 이명박을 찍었다’, ‘혹은 교육 수준이낮은 시장 아줌마들이 찍었다’라고 매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귀가 꽉 막히고 아집이 가득한 사람으로 만들었는지눈물이 핑 돌 지경이였습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다면 구체적인 근거를 드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에 대한 인신공격에 가깝다. 말은 얌전한 척하면서 특정후보 지지자들을 ‘몰상식한 인간’이나 ‘허풍쟁이’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의제 민주주의와 위임 민주주의는 전혀 다르다. 위임 민주주의에서는 투표를 통해 누군가를 뽑는 순간 투표자의 권리는 끝난다. 당선자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기 때문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최악의 형태다. 하지만 실제 대의제 민주주의는 투표로 뽑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는 견제와 제한, 확인이 들어간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얼마나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지는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확실히 보여줬으니… 더 할 말이 없다.

당선자가 결정되면, 다른 쪽은 당연히 그를 견제하는 세력이 되고, 견제하는 세력이 (정당한) 자유로운 의견을 내놓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투표는 그 자리에 올라갈 사람을 결정하지 모든 것에 면죄부를 내려주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과 이의가 있을 때 오히려 민주주의는 성장한다. 당선됐으니 이제 덕담이나 하고 예의나 차리셈-하고 말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다.

분명 이명박의 행보는 앞으로 지켜봐야할 것이다. 지금 당장 속단을 내릴 필요는 없다. 이명박의 행보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부터 보다 차분하게 준비를 해두는 것이 낫다. 어떻게 해야할지 안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맞다. 별 것 아닌 기상 예보에도 우산을 준비하는 것이 사람 아닌가.

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이 있다. 이명박이 어떤 정치적 태도로 국정에 임할 것인가-이다. 쏭군님이 했던 말 그대로 “셰 보르스키는 ‘민주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은 민주적인 제도를 통해서 해결이 되었을 때 이것을 아무나 통제하거나 결정할 수 없으며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민주세력들이 순응할 수 있을 때’ 그 나라 민주주의는 더욱 공고히 된다고 했”다. 대운하를 비롯, 대북정책, 한미FTA, 교육정책, 부동산 정책등 이 나라는 지금, 수많은 갈등에 직면해 있다. 그것을 민주적인 제도, 다시 말해 대화와 합의를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폭력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강요할 것인지 지켜봐야만 한다.

그러니 함부로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입다물라-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건 상대의 오만함을 비웃고 싶은 오만함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상대의 오만함을 보지 않고 그 글의 오만함만을 볼 것이다. “이명박이 당선되니 이젠 이런 글들이 설치네”라고. 애시당초 입장 표명은 결과가 나오기 전에 했어야 했다. 아무리 겁장이라고 해도.

그리고 스스로 책임을 지기를 바란다. 만약 이명박을 지지했다면, 그리고 그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표명했다면, 이제 당신이 찍은 한 표로 만들어질 정부에 대해, 그리고 그 정부가 할 일에 대해 스스로도 일말의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그 책임은 제대로 일이 진행되도록 감시하는 일이다. 불행히도(?) 그렇게 자신의 성향을 스스로 밝혔으니 응당 감당해야할 몫이다. 어차피 이제 (아는) 사람들은 일이 잘되도, 못되도- 당신이 뽑은 사람이 했다는 사실을 다 알게 되었으니, 잘못되게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싸울 준비도 해두는게 좋겠다. 지금 꽤 많은 사람들이, 꽤 독하게 마음 단단히 먹고 있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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