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로그 축제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이제 슬슬 마무리가 되어가는 것 같지만. 이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히자면, 이름이 좀 거창하긴 하지만, 누가 주관을 하건 어떤 단체가 주관을 하건 상관없이, “블로그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발전“하는 것을 환영한다. “그렇지만 (기획력 부분에서) 앞으로 내용은 좀 갖췄으면 좋겠고“, “만약 혹시라도 (풍림화산님의 의견처럼) 특정 단체 설립 목적이라면 각오는 해야“한다. … 뭐, 그정도다.
특정 사안이나 특정한 주제, 취향을 가지고 연대가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체 블로거를 대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있을 수도 없다. 마지막 부분은 조금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것이, 예전의 한블연 사태도 그렇지만, 실제로 “인기있는 테마(?)”가 생겼을 경우 자신들이 그들을 대표한다고 단체가 만들어지는 경우를 종종 봤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특징은 대부분 “실질적인, 사회적인” 권위를 획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절차적 과정과 형식적 단체 명칭”을 통해 권위를 내세우며 통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그러니 “(우리에게) 돈 내라, (우리에게) 후원하라, (우리에게) 자격증을 사라”로 귀결된다. (…모를 사람도 많겠지만, 개인적으론 예전 한국 살사 협회란 것이 대표적으로 그런 짓을 했다.) … 아무튼,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2.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비결은 간단하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나랑 말이 통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모든 사람과 친해칠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꼭 피해야할 사람들도 있다. 주디스 울로프가 자신의 책 ‘포지티브 에너지(positive energy)’ 에서 말하는 에너지 흡혈귀들이다.
이 의견을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지만, 가까이에만 있어도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에너지 흡혈귀들의 모습은 블로고스피어에서도 흔히 볼 수가 있다. 그들은 보통 다음의 여섯가지로 분류된다.
- 희생자를 자처하는 울보형 : 항상 우는 소리, 세상 탓이나 남 탓만을 해대는 사람들. 회복하기 힘든 무력감, 자기 모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 일기장형 블로그를 운영하는 몇 사람들에게서 보인다. 블로그 전체가 우울의 장막으로 도배되어 있다.
해결법 – 이들의 우는 소리를 들어주지 마라. 이야기를 하게 되면 시간을 정해두고 이야기를 들어주라. / 댓글을 안다는 것이 상책.
- 끊임없이 비난을 일삼는 학대자형 : 울보와는 반대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에너지를 타인에게 내뿜는 형. 남 탓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들은 “너 때문에 내가 이 모양이야!”, “네가 일만 그렇게 처리하지 않았어도!”라며 타인을 공격한다. / 일부 막장 블로거들에게서 보인다. 갔다가 인상을 찌푸리고 오는 일이 다반사.
해결법 – 심리적 거리감을 두라. 근처에 있지 마라.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 만나지도 마라. / 아예 블로그에 접근도 하지 말자.
- 지나치게 오버하며 표현하는 호들갑쟁이형 : 자신에게 일어난 작은 사건을 어마어마하게 부풀려서 말하는 이들. 미치도록 좋거나, 죽을 만큼 불행한 감정의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이들. 격렬한 감정 변덕쟁이들이기도 하다. / 사실 블로그에선 환영받는 이들이기도 하다. 블로거는 비동기적 소통이니까. 취향이 맞고 안맞고에 따라 블로그에 대한 선,호가 갈린다.
해결책 – 그들의 감정 굴곡에 함께 빠져들지 말아라.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라. 굳이 이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하라. / 예민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부풀려 까대는 사람들이 있다면, 원래 상관하지 않는 것이 낫다. 애당초 글을 쓴 목적이 ‘자기표현’에 있는 탓이다. 댓글이나 트랙백을 걸 경우 정확한 논리로 응하라.
- 너무 원기 왕성한 수다쟁이형 : 얼핏보면 재밌고 화제도 많지만, 그치지도 않고, 남의 얘기는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자기 말만 하는 수다쟁이들. 자신의 의견, 농담, 상태에만 관심있고, 자신이 주목받는 것에만 관심있는 사람들. / 댓글이나 타인의 대한 반응은 전혀 없고, 자신에 대한 찬사에만 관심 있는 블로거들도 분명 존재한다. 나쁜 글이 달리면 바로 지워버린다.
해결책 – 뚜렷하게 의사를 표시하라. 친절하지만, 분명하고 중립적인 태도로 대하라.
- 부정적 집단 에너지를 가진 군중 : 사람들이 모이면 에너지가 생긴다. 그것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그것이 긍정적일때는 즐기면 된다. 하지만 서로 부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문제. / 블로그 논쟁이 대표적. 논쟁은 진행되지 않고 서로에 대한 까대기에만 급급한, 또는 상대에 대한 비이성적 ‘공격’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
해결책 –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근처 커피샵에라도 들어가 차 한잔 하며 머리를 식히자.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 / 논쟁에 대해 입장 정리하는 식으로 논쟁과 선을 긋고, 더 이상 논쟁과 상관없는 쪽으로 관심을 돌린다. 블로그 전쟁에 끼지 말라. 입장 표명 정도면 충분하다.
- 비의도적인 에너지 도둑 : 아픈 가족, 죽은 애완 동물, 사업에 실패한 가족, 실연당한 친구… 어쩔 수 없지만, 우리를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일들이 많이 있다. / 블로그에서 알게 된 소중한 친구와 멀어지거나, 누군가가 자신의 닉네임을 스팸 단어로 처리하거나, 내가 쓴 댓글들이 이유없이 지워지는 경우. 나를 비방하는 사람들이 생긴 경우.
해결책 – 폭발하기 전 5분간 생각을 정리하라. 산책을 하고 휴식을 취하라. 즐거운 영화를 보라.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보호 받아라. 딴 일을 하라. 굳이 하나하나 반박하기 위해 애쓰지 말라.
3. 그렇지만 에너지 흡혈귀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부단히도 블로고스피어에 떡밥을 던져댄다. 그 떡밥을 물었다가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떡밥에 대처하는 여러가지 방법은 위에 적었지만… 제일 간단한 방법은 딱 하나다.
무시하라.
댓글을 적지도 말고, 관련 글을 쓸 필요도 없다. 자꾸 물면 배 부른 것은 낚시꾼 뿐. 먹은 떡밥 뱉어 놓고 나오는 것이 최선이다. 떡밥에 물렸다고 나도 화내면, 결국 그 부정적 에너지가 쌓이고 쌓여서 블로고스피어의 흐름을 이상하게 만든다. 내 편이라고 추천 누르고 내 편 아니라고 스팸 신고 누르고- 옳고 그름을 떠나서 모두 나빠진다.
주목 받아야 할 것들이 주목 받지 못하고, 모두 싸움 구경만 하게 만든다. … 그러니까, 떡밥이다 싶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무시하자.
4. 그런데 써 놓고 보니, 나는 에너지 흡혈귀 아닌가..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도 흡혈귀는 아니고, 아직은 모기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아아, 좀 더 착하게 사는 방법을 찾아봐야 겠어요.
결론 : 떡밥 물지 말자. (이 한마디 하려고 쓴 글)
주디스 올로프 지음, 김소연 옮김 / 한언출판사
나의 점수 : ★★
존 고든 지음, 유영만.이수경 옮김 / 쌤앤파커스
나의 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