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클릭 금지, 당신은 네티즌을 신뢰하십니까?

가볍게 쓴 글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의견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에 링크가 되던지 그랬나 보네요. 약속한대로, 관련해서 글 하나 더 포스팅하고 자려고 합니다.

밑의 글에 밝힌 의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펌질 블로그면서 우클릭 금지하신 분들은, 별로 논할 가치가 없습니다. 그런 분들은 펌하신 글을 비공개나, 네이버 블로그의 메모 카테고리에 따로 저장해 놓으셔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글 쓴이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 우클릭 설정 자체는 제가 가타부타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때 우클릭을 풀어놓는 것이 글쓴이에게 더 이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결론에서 분명히 밝힌 이야기입니다.)
  • 우클릭 해제가 금지보다 더 이익인 이유는, 인용과 공유(추가)를 막기 때문입니다.
  • 개인적으론 티스토리 블로그 쓰시는 분들의 블로그에서, 트랙백 주소를 가져오지 못했던 경험을 몇번 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른가 보네요.

일단 우클릭 금지가 소통을 막는다는 근거는 다음의 두가지입니다.

  • 정보는 널리 퍼져야 힘이 생긴다.
  • 인용은 많이 될수록 좋다.

출처가 분명하게 표시된다면, 정보는 널리 퍼질수록 힘이 생깁니다. 유명해질수 있다는 점에서, 글쓴이에게도 더 좋은 일이구요. 좋은 정보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좋다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래야 검색에도 더 잘걸리고,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싸이월드에서 클럽 활동할때의 일이지만, 클럽에서 퍼간 사진들에 걸린 링크를 보고 클럽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우클릭 금지는, 이런 퍼질 수 있는 기회를 줄여버립니다.

인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면, 누군가가 내 글의 한 부분을 인용하는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누가 내 글을 가져가서 씹을때는 속상하기도 하지만 -_-;; 내 글에서 생각난 것을 적어줄때는 그로 인해 내 생각이 열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리고 그렇게 글이 소개되서 많이 인용될 수록, 그 글에는 새로운 생각들이 달리고 더 큰 힘이 생겨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클릭 금지는, 이런 인용이란 시스템을 아예 박탈해버립니다.

사실 우클릭 금지-라는 문제에는, 중요한 철학적 문제가 하나 개입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집단(네티즌)의 지성을 신뢰하는가/하지 않는가"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런 철학은 시스템에 대한 태도를 결정합니다. 결국, 내 글을 퍼가도 좋다- 불펌하고 출처도 안밝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 글이 필요해서 가져가주는 사람, 그로 인해 더 멋진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 믿는다-라는 태도와 "어짜피 뚫리겠지만 남들이 함부로 내 작품을 가져가는 것이 싫다. 우클릭 금지는 최소한의 규제책은 될 것이라 믿는다"라는 태도의 차이는 철학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태도의 차이는, 그 태도를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의 차이로 귀결됩니다.

물론 우클릭을 풀든 막든, 어느 쪽도 일정 정도의 이익과 리스크를 함께 감수하게 됩니다. 다만 어떤 이익과 어떤 리스크를 선택할지를 택하는 것일 뿐이죠. ... 그리고 저는 장기적으로, 우클릭 금지를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그게 더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습니다. 사실 출처 밝히지 않고 함부로 불펌해서 자기것인양 가로채려는, 무임승차자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이긴 하지만.

하지만, 그런 무임승차자들이 아무리 많아도, 내 자신의 가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내가 그린 그림은 가져갈 수 있어도, 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내 능력"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펌(저작권 가로챈)을 한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헛명예에 불과합니다. 그런 헛명예는 오래가지 않고, 불펌했다는 하나의 질타로도 쉽게 무너지게 됩니다.

그러니 저라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과 만나고 싶다면) 우클릭 풀고, 저작권을 가로챈 사람들이 있다면 정확하게 대응하시는 쪽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확실하게 조사된 자료가 없어서 뭐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그쪽이 방문자 숫자를 늘리고 댓글을 늘리는 것에도 장기적으론 더 도움되실거에요...ㅡㅡ;;

* 저도 불펌 문제는 꽤 많이 당하긴 했었습니다. 싸이에 올린 사진을 저작권 표시 지우고 클럽 대문에 건 사람들, 여자친구 사진을 디씨에 올린 인간들, 홈페이지에 있던 논문 가져다 레포트 쓰고 레포트 월드에서 팔아먹은 인간도 있었고, 몇년전 게임동아의 한 기자가 제가 쓴 글을 한뭉탱이 잘라다가 자신의 기사에 써먹는 꼴도 봤습니다. 이글루스에서 제 블로그 한 카테고리에 있는 글을 카피한 블로그도 있었고, '연애사진' 카테고리의 글들은 싸이에서는 꽤 많이 불펌되는 편입니다. --;; 제가 쓴 글 살짝 바꿔다가 싸이 베스트(?)에 올라간 사람도 봤고... 젤 안습이었던 것은, 제 글 잘라붙여다가 저한테 레포트로 제출했던 한 학생 -_-;;;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담그게 되면, 지는 겁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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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니스트. 디지털로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IT 산업이 보여 주는 'Wow' 하는 순간보다 그것이 가져다 줄 삶의 변화에 대해 더 생각합니다. -- 프로필 : https://zagni.net/about/ 브런치 : https://brunch.co.kr/@zagni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zagni_ 이메일 : happydiary@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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