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의 예언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조중동이 인터넷을 때리기 시작한 이후, 세칭 “인터넷 괴담”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떠돌던 근거없는 루머들을 모아다 소개하며, 그 가운데 “광우병 괴담”이란 것을 슬쩍 끼워넣고 있네요.

그렇지만,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조중동이 괴담이라고 부르는 것 가운데 근거없이 과장된 소문(루머)들이 있을지 모르나, ‘괴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라는 괴담의 정의에 맞는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독도, 인터넷 종량제, 정도전 예언…이 괴담인가? 광우병 관련 이야기들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하자.)

다만 조중동은 사람들의 ‘우려’나 ‘루머’가 아닌 ‘괴담’이라고 부르면서 그것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일인데 호들갑떨며 무서워하는 듯’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을 뿐이겠지요. 이미 블로고스피어에선 루머에 불과한 일들은 스스로 걸러내고 있는데 말입니다.  … 뭐, 생각해 보니 이건 이들이 옛날부터 늘상 해오던 일네요. 예전에 그 유명한 평화의댐 사건, 아직 기억하시는 분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글에서는 그 가운데 “정도전의 예언”이라 부르는 이야기에 대해 적어볼까합니다. 간단히 말해 “숭례문이 불타면 나라가 망한거니 다 도망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되었고, 어떻게 만지작거려졌으며, 어떻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을까요?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정도전의 예언이 시작된 시기는 지난 2월에 발생한 숭례문 화재 사건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조금 복잡한 면이 몇 가지 개입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한국 사람들이 은연중에 믿고 있는 “풍수지리” 사상입니다.

이 풍수지리 사상은 숭례문 전소 이후, 숭례문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고찰하는 글들과, 숭례문 전소에 대한 ‘풍수지리적 괴담’이 겹쳐지면서 공개적으로 처음 드러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숭례문의 위치와 현판 모습등을 ‘풍수지리’적인 면에서 해석을 하고, 숭례문이 불타버린 이유를 풍수지리적인 이유에서 찾았습니다.

숭례문과 풍수지리」라는 짜집기된 글이 나타나게 된 것이 바로 이 무렵, 2월 15일 경입니다. 이 글은 서프라이즈 게시판에 올라왔던 「숭례문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는 글의 일부와 중앙일보의 「풍수지리적으로 본 숭례문」이란 기사를 짜집기 한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짜집기한 글의 주된 내용이 되었던 두 글의 내용과는 달리, 두 글에 없던 부분이 ‘숭례문과 풍수지리’에서는 들어가게 됩니다. 바로 아래 부분.

 

실록에 보면 당시 정도전이 말하였는데..자기가 만든 이 숭레문이 훗날 불타 소실될 날이 올것이니 ..이때는 서울 장안의 모든 백성들은 다른 지방으로 피난을 가야한다고 일럿습니다. 또한, 이 징조는 즉, 서울 한양의 500년 고도의 국운이 다한다고 서산대사가 예언한것과 일치합니다. 무학대사는 북한산을 기준으로 사대문을 만들고 풍수에 따른 많은 한양천도의 예언을 왕(태조 이성계) 에게 알렸는데. 그중 숭례문이 전소되면 이나라 한양의 고도도 끝내 그 운을 다하고 수명이 다했다고 알립니다.즉, 이나라 국운도 곧 쇠퇴한다고 알렸으며 이 이치는 전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습니다.

갑자기 이 내용이 왜 들어가게 되었을까요? 글쎄요, 제가 신이 아니어서 어떻게 알 수는 없지만, 초기에 ‘숭례문과 풍수지리’가 퍼져나갔던 블로그 중 많은 수가 ‘개벽’이나 ‘한국적 예언’, ‘환단고기’등을 주로 이야기하는 블로그였던 것은 확인했습니다. 이쯤 되면 어느 정도 짐작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예, 저 내용은 ‘정감록’에 있는 ‘무학비결’의 내용을 대충 짜집기한 내용입니다. -_-;;; 물론 정도전이 말했다거나 숭례문이 불타면-어쩌고 하는 것은 거의 다 뻥..입니다. 정감록의 저자가 ‘정도전’이라고 주장하는 몇몇 분들에게야 정도전이 주장한 걸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감록 + 무학대사가 화기 때문에 현재 궁궐의 위치를 반대했음 + 무학대사가 500년후 조선의 멸망을 예언했다는 설이 결합되어 저런 식의 루머로 끼워넣어졌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그러니까, ‘정도전의 예언’이란 것은 실은 ‘무학대사가 조선의 운명에 대해 예언했다’는 전설의 패러디..인거죠. –;;;

이후 이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도 있다더라..휴’ 정도의 선에서 끝날 위기에 있다가, 4월말부터 ‘광우병 소고기 수입 재개’ 결정과 맞물려 몇몇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다시 되살아나게 됩니다. 정말 딱~맞는 것 같다는 평가와 함께. 물론 여기에는 새로운 자료가 몇가지 더 추가되게 됩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예언에 대한 증거 자료들입니다.

1. 조선실록 선조 4서에서는 임진왜란 보름전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하여, 여러 대신들은 흉조라 하였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2. 한일병합조약 3일전 숭례문의 현판이 떨어져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3. 6.25가 발생되기 몇개월전 숭례문의 좌측 성벽이 돌연 무너져 내렸다는 기록도 있다.

사실 이 부분은 폭군Y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조선 실록에는 저런 내용이 없다, 라고 이미 조사를 마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저렇게 씌여진 근거는 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 아마, 관련 블로그나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것을 멋대로 짜집기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태종 13년(1413)에 노루가 숭레문에 뛰어들어와 ‘흉조’라고 했던 일이 -> 임진왜란전에 화재가 일어나 ‘흉조’라고 했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성벽은 이미 일제시대때 없어졌으며, 현판이 없어진 일은 임진왜란 때 발생…O-o;;)

물론 이 사건에 대해 조선일보는 인터넷 신문이 기사 장난을 한 것에 네티즌이 생각 없이 휘말린 것으로 몰고 갔지만, 정도전 예언 관련글은 네이션 코리아의 5월 5일 기사 이전에 이미 루리웹(?)으로 추정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와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눈….

이쯤에서 정리해 보면, 숭례문 전소 -> 풍수지리적 해석 -> 한국적 예언론자(?)들의 개입 및 부풀림 ->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확산… 이 이 ‘정도전의 예언’의 실체입니다. 결국 별 것 아닌 해프닝 -_-;;; 또는 일종의 루머였던 셈입니다. 인터넷 특유의 ~카더라 적인 속성이 이번에도 발휘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봐야할 것은 항상, 왜 그 루머에 불과한 이야기가 계속 떠돌게 되었는가-입니다. 다시 말해 그 이야기를 믿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그 이야기를 재생산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 인터넷 상의 루머는 받아들이고 퍼트리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으면 결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중은 단순히 ‘정보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선전선동에 휩쓸리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이 글을 읽는 누군가와 마찬가지도, 우리 자신도 스스로 정보를 판단하고 선택해서 ‘배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에는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을 바로 보지 못한다면, 오로지 퍼지는 이야기만을 두들겨 잡으려고 한다면, 결국 그것은 또다른 루머를 낳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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