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촛불 시위의 진짜 목적

이번 촛불 시위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구호는 아래와 같습니다.
  • 고시철회 협상무효
  • 이명박은 물러가라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가 시위의 발단이었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말하는데도 말 안듣는 정권에 대한 분노-가 위의 두가지 구호에 담겨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뭐, 그 배경에는 인수위때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치는 정부의 무능력한 귄위주의가 자리매김 하고 있었구요.

저는 여기에 덧붙여, 이번 시위의 진짜 목적은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 뭐든지 니네 맘대로 하게 놔두진 않겠다.

간단한가요? 🙂

사실 대한민국은, 이제야 대의제 민주주의의 본질이 뭔지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가장한 ‘위임 민주주의’에 가까웠거든요. 선거에 뽑히고 나면 뽑아준 사람이 아닌 뽑힌 사람의 뜻대로 권력이 행사되는. 하지만 헌법 제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다-와 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사실은, 뽑힌 사람이 뽑혔다는 이유로 자기 마음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뽑힌 사람은 뽑아준 사람의 뜻을 반영하여 권한을 행사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러지를 않았습니다. 거기에 대해 시민들은 ‘대의제 민주주의 시스템’을 넘어서 직접 의견을 행사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스스로 소리높여, 그동안 자신들이 빼앗겼던 권력을 찾아오고 있는 중입니다. … 본의 아닌 직접 민주주의의 부활이랄까요.

그렇지만 예전과는 다릅니다. 이번에 길에 나선 사람들은, 놀 줄을 아는 사람들이고, 위트와 재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거기에 미디어에 굉장히 친숙한 사람들입니다. 기기들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그것을 배포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언론에 어떻게 비칠지를 알고, 어떻게 하면 언론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를 알며,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미디어 프렌들리’하게 행동합니다.

이 촛불의 끝이 언제 어떻게 끝날 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그 촛불이 끝날 때 우리는 ‘힘을 가지고’ 있게 될 것이란 것이고(그래야만 합니다.), 저들이 정책을 집행할때 언제나 시민의 눈치를 살피도록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고, 그것을 위해서 언제라도 다시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표와 힘, 민주주의에서 시민이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는 단 두 가지 방법입니다. 우리는 비록 표에서는 눈 앞의 이익에 눈멀어 실수를 범했지만, 대신 잃어버렸던 힘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살아서 내 눈으로 지켜볼 수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많이 행복합니다.

초록불님의 「바스티유와 광우병」을 읽다가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About Author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