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 민영화에 대한 입장 정리

정부가 「‘쇠고기 고시’를 틈 타 ‘수돗물 사유화’를 발표 」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좀 이상하다. 원가는 절감되는데 수돗물값은 오른덴다. … 뭐냐 이건? 위에 링크한 글에서 가져온 아래 내용을 들여다 보자.

정부는 “현재 각 지자체별로 운영하고 있는 상수도 사업의 계속된 적자와 전문인력 부족으로 관리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광역화해 전문기관에 관리를 맡길 경우 연 2000억 원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정부는 “현재와 같이 상수도 시설에 대한 소유와 수도요금의 결정과 징수는 해당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수탁업체는 수도시설의 관리.운영권만을 갖게 된다”며 “전문관리가 되더라도 원가절감으로 인해 요금인상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도 ‘전문화’에 따른 수도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시인했다. 정부는 “물 낭비를 억제하고 지자체의 부담을 경감하는 차원에서 수도요금의 단계적 현실화도 병행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다수 지자체의 상수도 사업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한다고 해도 적자를 다 해소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민간기업이 관리를 맡게 되면 수도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정부는 또 상수도의 위탁 관리 결정권을 지자체에 맡기겠다면서 “광역화 관리 등에 참여하는 자치단체에 대해 지역특성과 재정력 등을 고려해 특별교부세, 국고보조금, 각종 세제혜택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된 쿠키뉴스의 또다른 기사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행안부는 우선 상수도를 직영하는 155개 시·군을 취수원과 행정구역, 상수도망 등을 고려해 3∼15개 자치단체를 묶은 뒤 수자원공사 등 전문기관이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먼저 몇가지만 살펴보자.

① 2천억원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을 거라면서도 수도물 값은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 이 이야기는 적자가 매년 2천억원 이상난다는 말이다.

② 수자원공사 등 전문기관이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 이는 수자원공사 말고 다른 기관도 관리를 맡을 수 있다는 말이다.

2. 수자원공사말고 관리를 맡을 수 있는 기관은 외국 기업들 밖에 없다. 주간조선 2005년 3월 28일자 기사를 참고하자면, 이런 다국적 물기업들은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다.

“현재 한국에 진출해 있는 대표적인 외국계 물 기업은 ‘베올리아’와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Ondeo)’”로서, 세계 물 기업 중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은 이미 한국의 하수처리 부문과 공업용수 분야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최종 목표는 한국의 상수도 시장일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2007년 환경부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상수도 시장은 5조 48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이들이 얼마만큼 군침을 흘리고 있을 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물론,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이 상수도 사업에 뛰어들려고 준비하고 있을 것은 뻔하다.

3. 사실 우리나라 상수도 사업은 적자 사업이다. 한국은 특별·광역시를 비롯해 지자체별로 모두 하나의 수도사업자로 돼 있다(167개). 이들 지자체는 일제시대부터 제각각 취수원을 개발하고 상수도 시설을 깔아 주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해왔고, 이렇게 만들어진 독립적인 상수도 공급망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자원공사가 광역상수도사업자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지자체별 상수도망까지는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수돗물 가격은 지자체 별로 다 다르다. 수자원 공사가 공급하는 도매가 + 지자체별 추가 원가가 합산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생산 원가가 공급 가격이 되지는 않는데, 이는 수돗물의 가격이 서민들의 생활 물가에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값이 오르면 생활비가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7개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면서 물을 공급한다. (7대 특별/광역시는 지자체 보조금이 없어도 수지 타산이 맞는다.)

2007년 통계 기준 국고 보조금은 1,727억 정도고 도보조금은 615억 정도였다. 도보조금의 대부분은 477억 정도를 지원하는 경기도가 차지하고, 국고 보조금은 전라남도(468억)-경상북도(257억)-전라북도(234억) 순으로 지급되었다. 상수도 사업이 손해를 보는 이유는 낡은 수도관, 전문인력 부족, 영세한 지자체별 사업 규모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유수률(수도관에서 물이 새지 않는 비율)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는 이를 대비할 방법을 강구해왔고, 그로 인해 사업 적자가 많이 줄어드는 추세에 있었다. 경영성과의 개선이 있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2000년 4조 2천900억에 달했던 부채도 2006년에는 1조 4천880억으로 감소했다. 이는 실제로 2조 8천억원에 해당하는 빚을 갚을 만큼의 수익이 났었음을 의미한다.

 

4. 그런데 왜 정부의 민영화에 가까운 ‘지방상수도 통합 전문기관 관리계획’이 터져나왔을까?

우선 혹시라도 나올지 모를 한국은 물부족 국가다-라는 견해에 대해선, 오마이뉴스의 「물 위기 조장하는 정부, 그치지 않는 국민탓」이란 기사를 참고해 주기 바란다. 우리나라가 정말 UN 지정 물부족 국가인지, 우리나라 수도요금이 해외에 비해 정말 싼지, 한국 사람들이 정말로 물을 낭비하는 지에 대한 답변이 들어있다.

결론만 말하자면, 정부는 아닌 척 하겠지만, 상수도 사업을 민영화하려고 한 것이 맞다. 지금도 지자체의 수도 관리 사업을 수자원 공사에 위탁해서 하는 곳은 있다(현재 논산시 등 13개 시·군이 상수도를 수자원공사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이런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수자원공사가 아닌 다른 곳에 물 관리를 맡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라고 밖에는 생각하기 어렵다.

현재 7개 특별/광역시는 수익이 나고 있는 상태이므로, 상수도 관리를 특별히 위탁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국고와 도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던 나머지 지자체들의 상수도 요금이다. 수자원공사의 위탁 경영에 맡겨진 곳은 소폭 요금이 오르는 정도로 끝났지만, 혹시라도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에게 상수도 관리, 운영이 맡겨진다면, 그 가격을 아무리 지자체에서 결정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대폭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5. 물론 쉽게 물 가격이 오르진 않는다. 정치 논리가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지자체에서 가격을 결정하도록 맡겨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불안하긴 하다. 민영화 이후 대폭 상승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다국적 물기업인 ‘베올리아’와 ‘수에즈’가 근거를 두고 있는 프랑스도 수도사업 민영화 이후 수도요금이 150% 상승했다. 잉글랜드에서는 106%나 올랐고, 볼리비아에서는 수돗물 공급권을 글로벌 물기업인 벡텔이 인수한 이후 3배나 상승했다.

… 가난한 사람들 일수록 물값 상승에 따른 고통은 커진다.

지역에 따라 수자원공사에 위탁 운영을 하는 것은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역화 관리 등에 참여하는 자치단체에 대해 지역특성과 재정력 등을 고려해 특별교부세, 국고보조금, 각종 세제혜택 등을 지원할 계획”이란 말은, 다시 말해 정부의 계획을 따르지 않을 경우 그동안 지원되던 국고보조금을 줄여버릴 테이니 알아서 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결국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이번 관리계획을 무산시키거나, 실질적인 시민의 정치력으로 외국계나 대기업의 참여를 봉쇄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마산에서는, 외국계 기업이 수자원공사와 공동으로 ‘유수율 제고사업’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무산시킨 적이 있다. 당시 마산시의 시민단체, 시 의회, 공무원 노조 등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공공재인 물을 민간위탁으로 관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수도 사업의 민간 위탁을 막는 것에 성공했다.

6. 상수도 사업의 민영화는 “돈 없으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김길복 회계사의 말은 그래서 귀담아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볼 때 외국계 물 기업이 상수도 사업에 참여하면 시설이 현대화되고 물이 깨끗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급격한 물값 상승이 뒤따라 옵니다. 그 대가로 외국계 물기업은 엄청난 이익을 챙기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돈을 내지 않으면 물은 없다’는 논리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사람이 전기 없이는 살아도 물 없이는 살 수 없죠.”

– 김길복 한국수도경영연구소 소장·회계사

게다가 현재의 상수도 민영화 조치는 지난 2008년 3월 22일 이명박 대통령 주제로 열렸던 ‘경제상황 및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점검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대중교통요금, 상수도사용료 등 공공요금을 가능한 한 동결”하기로 한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7. 이래저래, 말도 안되는 시점에서 이런 발표가 나버렸다. 다른 곳에 정신 쏠리기 전에 필요한 내용들을 미리 정리해 보지만, 어째 정리하면 할 수록 허무하다. 왜, 지금, 이런 시점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하게 됐는지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날 수 있는 것은 하나, 묻어가기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고시에 대한 반발로 여론이 정신을 쏟고 있는 사이, 어물쩍 수돗물 위탁경영으로 포장된 민영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민 부담 증가다.

민영화 하면, 아니 정부 말대로 위탁 경영을 한다면, 정부 말대로 어느 정도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로 인해 받아야 할 비난을, 광우병 정국을 타고 어물쩍 묻어가려는 속셈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하나 더하자면, 대운하 착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정도의 성격이랄까. 거참, 살다살다 이렇게 꼼수를 부리는 공무원들 참 오랜만에 본다. 정말 영혼이 없다는 소리 들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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