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은 당연히 불편하다.

컴퓨터를 조립하려고 웹사이트를 뒤지는데, 사양 선택할때마다 쇼핑몰이 묻는다. 삼성 하드는 어때? 삼성 메모리는 어때? 삼성 DVD-R은 어때? 하고- 어떤 때는 삼성을 택하는 것이 더 싸다. 마음이 흔들린다.

…그럴땐, 그냥 웹페이지 탭을 접어버린다.

지난 일요일에는 오랫만에 코엑스에 들렸다. 링코에 전시된 삼성 P2가 손짓을 한다. 가격도 내렸어, 터치스크린이야, 영화보기도 편해-하고. 몇번 만져보며 침흘리다, 아이쿠-하면서 내려 놓는다.

…나는 당분간, 리뷰에서도 삼성 제품은 다룰 생각이 없다.

예전에 가장 자주가던 마트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까르푸 매장이었다. 이랜드에 인수된 뒤 홈에버로 이름이 바뀌었다. 작년 여름부터인가, 이랜드 불매에 참여한다고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 이후 홈에버 매장에 한번도 안갔는데, 얼마전 마라톤이 끝나고 근처에 있는 상암동 홈에버 근처에서 식사를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까봐 매장에 들어가자는 말도 안했다.

내가 뭐라도 된다고, 이런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안사도 살 사람은 다 삼성 사고 다 홈에버 간다. 이랜드 제품은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대체 뭐가뭔지 헷갈리기도 한다. 언제 이 불매운동이 끝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불매운동은 불편하다.

아니, 불매운동은 당연히 불편하다. 편하자면 그냥 사고픈거 사서쓰면 된다. 하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 사서 고생이다. 사서 고생하겠다고 선언한거다.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차마 이제와서 슬그머니 접지는 못하겠다. 별로 고지식한 놈도 아닌데 살다보니 고지식한 놈이 된 것만 같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염치가 있어야지.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자기가 돈을 벌면 돈을 번 만큼의 품격은 스스로 만들고 가꿔야만 한다. 그게 브랜드 관리다. 그렇지만 최근 기업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참, 저질스럽다. 그렇게 버릇 없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주지는 차마 못하겠다. 떡 줄 사람은 떡 줘라. 그런데 난 정말 못하겠다.

차라리 발품을 더 파는 한이 있어도, 맘이 편한 길을 가고 싶다. … 그냥, 사서 고생하고 말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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