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탈의는 명백한 인권 침해입니다.

과연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는 지켜져야할 규칙(링크)」일까요? 앞에 링크한 글에서 한정호님은 ‘안전불감증’과 ‘인권탄압’을 혼동하지 말자며, 브래지어 같은 물건으로도 얼마든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에, 브래지어 탈의는 유치장의 안전을 위해 지켜야할 규칙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촛불 집회에 참석한 여성에 대해 브래지어를 벗도록한 사건’은 명백한 인권 침해입니다.

침해받은 권리, 인격권

인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추구할 권리를 말합니다. 그리고 인권은 ‘사회 윤리’가 아니라 ‘지켜야 할 규칙’에 가깝습니다. 1948년 UN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과 1966년 채택된 ‘국제 사회권 규약’ 그리고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은 세계 사회에서 규범적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 규약에 가입한 국가는 규약의 내용을 이행할 의무를 집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에 의해 보장받은 권리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인격권은 보통은, 헌법 기본권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이름으로 구제야할 권리를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초상권, 명예권, 생명권등이 모두 이 인격권에 포함되거나, 인격권의 다른 이름입니다. 인격권은 가장 사소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권리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기에, 조금 애매한 권리이기도 하지만.

속옷 탈의는 왜 인격권 침해인가

일반적으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인격권 침해라고 부릅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데일리 서프라이즈의 기사에 따르면, “브래지어를 벗도록 요구받은 사람들이 못하겠다고 버텼지만, 경찰은 “끈으로 자살할 수도 있으니 벗어야 한다”고 계속 요구했고, 결국 17일 저녁 풀려날 때까지 40여시간을 모두 브래지어를 벗은채 지내야 했“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밖에서 유치장 안이 훤히 들여다 보여 움직일 때마다 신경이 쓰였고, 남자 경찰관 앞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너무 수치스러웠다“고 합니다.

위 기사에 나타난 내용을 따르면, 경찰은 명백한 인권 침해를 저질렀습니다. 사실 이 모든 사건은 경찰에서 2005. 10. 4일, 경찰청 훈령 제461호로 발표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만 스스로 지켰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이 <직무규칙>에 따르면

  • “인권”이라 함은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말하며(2조 1항)
  • “인권침해”라 함은 경찰관이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모든 사람에게 보장된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하고(2조 2핟)한다.
  • 경찰관은 직무수행시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인권보장과 관련된 제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여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하며(4조 1항)
  • 경찰관은 직무수행 중 폭언, 강압적인 어투, 비하시키는 언어 등을 사용하거나 모욕감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하여서는 아니되며(8조 2항)
  • 경찰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당 직무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가장 적합하고도 필요 최소한의 수단과 방법을 선택해야만(11조)

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에서 “유치인보호주무자는 피의자를 유치함에 있어 유치인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고, 유치장내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치인의 신체, 의복, 소지품 및 유치실을 검사하고, 유치인의 소지품을 출감시까지 보관할 수 있다.(8조 1항)”만 들먹이지 말고, “유치중의 피의자(이하 “유치인”이라 한다)에 대하여는 그 처우의 적정으로 인권의 보장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2조)”는 규칙을 먼저 명심하기만 했어도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례로, 이제까지 다른 연행자들은 이런 인권 침해를 당한 것이 아직 이야기되지 않고 있습니다. 8월 15일에 잡혀간 사람들은 그 전에 잡혀간 다른 여성 연행자들과 뭐가 달라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었던 유치장 인권

사실 이런 유치장 인권은 이제까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2000년 ~ 2002년에는 경찰의 ‘알몸 수색’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경찰 스스로 “중범죄자 및 자해 우려자”에 한해 집중 수색을 실시하겠다는 역점 시책이 발표된 적도 있습니다. (이때 논란은 경찰의 관행적 알몸수사가 2001년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정리됩니다.)

물론 알몸 수색 논란과 이번 속옷 탈의 사건을 동일하게 놓고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결국 자발적으로 속옷을 벗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이 경찰의 무죄를 뒷받침하는 논리입니다. 그렇지만 “피해 여성의 의사에 반하여” “강압적인 권유가 이뤄졌으며” “이에 의해 피해여성이 수치심을 느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경찰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 <피해자 유치 및 호송 규칙> 제 8조가 실은 앞서 말한 위헌 판결때문에 발생한 논쟁에서 개정된 대표적인 규칙이라는 사실입니다. 사실 8조의 개정 핵심은 유치인을 유치장에 수감할때, 그 대상자의 죄질에 따라 선별적으로 신체검사를 하라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선별 기준이 너무 포괄적이고, 전권을 유치인 보호관에게 일임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문제는 안전 불감증이 아니라 인권 불감증

이 문제를 인권 문제가 아닌 안전 문제로 보고 있는 글을 읽고 많이 놀랐습니다. 게다가 안전 문제이기 때문에 시위대와 다른 범죄자들간의 구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보고선 더욱. 물론 유치장에 들어갈때 신체검사가, 안전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 따져가며 조사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개정된 <유치 규칙> 8조를 비롯, 미국과 영국에서도 죄질의 경중에 따라 수색을 실시하지 일방적으로 신체 검사를 실시하진 않습니다. 속옷등을 함부로 빼앗지 않는 것은 물론입니다(애시당초 일반 검사는 속옷 착용 상태로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실제로 2003년 유치장 입감 도중 ‘안경’을 강제로 빼앗긴 사람이 진정한 사건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사례(02진인407의결)도 있습니다.

뭐, 결국 이번 일은 경찰의 인권 불감증적 관행이 전면에 드러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내부 규칙을 가지고 관행적으로 저질러왔던 일이, 실제로는 인권을 훼손하는 일이었던 게지요. 뭐, 자세하게 유치장에 대한 정의나 여러가지 법적 검토들까지 더 다루면 좋겠지만, 제가 이 내용으로 논문 쓰는 것도 아니니, 일단은 이 정도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 그렇지만, 이런 일에 대해 일일이 왜 인권 침해인지를 설명해야만 하는 상황이 씁쓸하네요. 덕분에 어제 오늘, 계속 제게 걸맞지 않은 글들을 쓰고 있는 느낌입니다. 거참, 편하게 살기 어려운 인생이로군요.

* <피해자 유치 및 호송 규칙>등의 ‘규칙’은, 대법원 판례(2001다51466)에 의거, 행정조직 내부의 행정명령 성격을 가지지 법규 명령의 성격을 가지지 않았다고 판시된바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은 이 규칙에 따라 공권력을 행사해도,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합니다.

* 유치장 제도는 이외에도 꽤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안이 없어서 방치되고 있는 측면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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