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은 이명박의 대선 공약이 아니다

 

냉정하게 얘기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반값 등록금’을 약속한 적이 없다. 아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당정책비교프로그램 사이트에서 확인한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등록금 관련 공약이다.

 

공약.14 세계 어디서나 환영받는 글로벌 인재 양성 및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맞춤형 교육지원 시스템, 취업 100% 대학프로젝트, 2080 평생학습플랜 등을 추진하겠습니다.

 

■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구축
◦ 자율형 사립학교 소외계층 학생 지원제도 도입
◦ 일반학교 저소득층 가정 학생 장학지원
◦ 대학생 근로장학금 확대 및 융자제도 혁신, 대학 기부금 세액공제
◦ 평생학습계좌제도(마일리지) 도입

■ 글로벌 연구지원시스템 구축
◦ 대학 연구자집단 중심 연구비 공개경쟁체제 구축
◦ 해외 석학 및 동료 연구자 참여 글로벌 연구네트워크 구축
◦ 보조금 확대 등을 통한 해외석학 영입 플랜
◦ 대학과 연구소 연계 촉진

■ 취업 100% 대학 프로젝트
◦ 대학교육에 대한 평가·인증·퇴출 시스템 구축
◦ 취업률 높이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
◦ 특성화 전문대학에 대한 수업연한 규제 완화
◦ 취업기회 확대와 취업능력 제고를 위한 실효성 있는 산학협력 지원

■ 2080 평생학습 플랜
◦ 직장인 대입특별전형 및 맞춤형 수강제도 지원
◦ 대학의 지역사회 기여 강화
◦ 대학강의 온라인 등 유비쿼터스 대학 시스템 구축 강화

 

맞춤형 국가장학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있어도, 어디에도 반값 등록금 공약 내용은 없다.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이명박은 공약과 다른 내용을 한마디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주요 공약 13번에 ‘사교육비를 반값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은 담겨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다는 오해는 대체 어디서 생긴 것일까?

 

 

한나라당의 주요 정책이었던 반값 등록금

 

오해의 원흉, 또는 그들이 자주 쓰는 표현대로 ‘괴담의 진원지’는 바로 한나라당 자신이다. 반값 등록금은 작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주요 역점 정책중 하나였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이 한나라당이 내놓은 대학 등록금 부담 절반으로 줄이기 ‘반값 등록금‘ 법안이다. 잘 아시다시피 금년도에 대학교에서는 많게는 10%이상의 과도한 등록금 인상을 해서 의대나 이공계 같은 경우에는 연 등록금 부담이 1000만 원대를 넘거나 1000만 원대에 이르고 있어서 학부모로서는 도저히 불감당이다.
2007년 1월 23일, 한나라당 국회대책회의에서 전재희 정책위의장의 발언

 

9일 열릴 청와대 민생회담과 관련해 강 전 대표는 “(사학법 재개정과 사법개혁법안 등) 쟁점 법안은 물론 당론으로 밀고 있는 반값 아파트, 반값 등록금 등 민생법안도 의제에 포함됐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회담 전망을 밝게 봤다.
2007년 2월 8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발언

 

한나라당은 정략적인 개헌논의에 말려들지 않고 사학법, 주택법을 포함해서 반값 아파트, 반값 등록금, 기업출총제, 투자활성화, 일자리 창출과 같은 민생법안을 처리하는데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2007년 3월 9일,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김형오 원내대표의 발언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발의한 `반값 아파트’ 법안과 함께 당이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반값 등록금‘ 법안도 이번 3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부자’만을 챙기는 보수정당이 아니라 서민을 보듬는 민생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심겠다는 계산이다.

– 연합뉴스_한 ‘보수 이미지’ 탈색 부심, 2007년 3월 21일

 

이 대책은 그냥 단순한 대책이 아니라 중점 민생법안중 하나였으며, 대선 이전의 9월 정기 국회에서까지 주요 논쟁 사안중 하나였다.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의 주요 교육정책이기도 했으며, 2006~2007년 내내 한나라당이 입에 거품을 물면서 떠들고 다닌 정책(대학 다닐시에는 반만 내고, 나머지 반은 돈벌면 내라는 정책)이었다.

 

결국 ‘반값 등록금’에 대한 오해는, 한나라당의 작년까지 정책과 ‘반값 사교육비’ 공약이 맞물리면서 빚어낸 착시인 셈이다. 이 착시는 지난 3-4월에 있었던 등록금넷의  등록금 인하 투쟁에 대한 보도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애시당초 이명박은 저소득층에 대한 등록금 지원 및 장학금 확대 대책을 제외하면 어떤 등록금에 대한 대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제 한나라당이 해명하라

 

분명 이명박은 대선 기간동안 반값 등록금 공약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이 있었다고 믿었던 대학생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오해가 있었을 뿐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한나라당이 그 오해를 해명하는 일이다. 몇년동안이나 떠들고 다녔던 것을 보면, 등록금이 얼마나 비싼지 한나라당은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음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왜 입장이 바뀌었는가? 왜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고 있는가? 이에 한나라당은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만 한다. 자신들이 지난 2년동안 뻘소리를 하고 다닌 것인지, 아니면 의지가 있음에도 대통령에게 눌려 찍소리도 못하고 있는 것인지를. 자고로 ‘신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일관성이 결여된 자를 누가 믿겠는가?

 

소통을 하려고 해도 상대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자신의 일관성을 제발 증명해주기를 바란다.

* “빈곤의 대물림 끊는 교육복지프로젝트”라는, 지난 대선시절 이명박이 발표했던 공약 프로젝트인 ‘생애 희망 디딤돌 7대 프로젝트‘에서 반값 등록금을 얘기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 역시, 반값 등록금이 아닌 반값 사교육비 프로젝트입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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