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좌파일까? 조갑제와 전여옥의 대답은 ‘아니다’다. 그런데 좌파가 아니라는 이유가 제각각이다. 전여옥은 리버럴을 기피했기 때문에 좌파가 아니라고 하고, 조갑제는 리버럴이기 때문에 좌파가 아니라고 한다. … 뭐야 이거?
결론부터 말하자.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다. 미국은 공화당/민주당 양당 체재의 정치 구조를 가진 것은 다들 알테고, 이 들은 보수 양당으로 불린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청교도 정신을 기반으로, 공화주의/자유주의의 두가지 정치이념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나라고, 이 두가지 이념은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각각 대변된다. 이 두 이념은 모두 보수주의의 한 분파로, 서구 유럽에서 말하는 좌파(편의상 유럽식 좌파라 부르자)와는 확실히 다르다.
다른 한 편으로, 오바마는 좌파다. 기존 미국의 정치를 보수-우파(conservative-right)와 진보-좌파(liberal-left)로 나누는 시각에선 그렇게 규정된다. 미국의 보수-우파는 강력한 정부를 주장한 해밀턴의 뒤를 잇는 공화당으로 대표되고, 다른 한편으론 신우파(new right, 한국 뉴라이트가 이것 따왔다)라고 불리는 우파-민중주의(반정부, 사회/문화적 보수주의 및 기독교 근본주의, 백인우월주의)의 흐름이 존재한다.
반면 미국의 진보-좌파는 토머스 재퍼슨의 뒤를 잇는 민주당으로 대표되고, 지금의 주류는 1960년대의 신좌파(또는 베트남 반전 운동)을 통해 성장했다. 이들은 다문화 주의와 복지 국가, 민권 운동, 반문화(반전운동), 참여 민주주의, 시민 불복종 운동등의 흐름을 가지며 성장해왔다. 물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들은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을 봐도 알 수 있듯이(모두 민주당 정권에서 참전) 서구 좌파와는 다른 흐름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 공화주의의 공화당이 ‘작은 정부와 자유로운 시장’을 외치고 자유주의의 민주당이 ‘정부 개입’을 외치게된 아이러니에 대해선 나중에 이야기 하자. 이는 지지 기반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은 미국 역사속에 나타난 여러가지 좌/우적 흐름을 기반으로 해 존재하며, 과거/현재의 좌/우를 따로 분리하기 어렵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은 「강한 시민사회, 강한 민주주의」, 벤자민 R. 바버, 일산사-의 p31 각주를 참고할 것)
그럼, 현재 전여옥-조갑제의 개념 혼란은, 이런 미국 정치 지형에서 나온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발생했을까? 아니다. 실은 이런 개념 혼란은, 그들이 그동안 국민의 정부-참여정부를 미국식 ‘진보-좌파’ 개념을 빌려와 공격하면서 그들을 ‘유럽식 좌파-빨갱이’ 비슷하게 몰아가려고 했던 악의적 선전에서 나온 개념 혼란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전여옥이 자신의 글에서 ” 이번 미국선거에서도 오바마캠프에서는 ‘리버럴’ 즉 진보라고 불리우는 것 자체를” 기피했다며 애시당초 미국이란 나라에선 좌파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좌파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잡지 못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미국에서 유럽식 좌파는 1920년, 1950년대 초반 두번의 마녀 사냥을 거치면서 거의 소멸했다.)
이렇게 개념을 제대로 못잡은 이유는..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여옥의 발언은 동아일보 10월 15일자 기사(링크)에 거의 90% 가깝게 기반한 발언이다. … 그렇지만, 최근 오마바 인수위(?)는 취임 즉시 리버럴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공표했다. (링크)(그러니까, 동아일보 기사를 곧이 곧대로 믿으면 언제나 손해본다니까)
반면 조갑제의 글은(링크)는 리버럴 개념은 제대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해석이 틀렸다. 미국에서 리버럴은 말 그대로 자유주의자가 아니다. 당신들 해석대로 ‘진보-좌파’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만약 국민의 정부-참여 정부가 좌파가 맞다면 말이다. 실제 미국 민주당과 한국 민주당의 정치적 지향은 상당히 비슷하다. 복지 국가 지향-외교에 의한 해결 모색-부자에 대한 증세-국가의 개입-인권 신장 및 다문화 주의에 대한 존중까지.
자- 이제 남은 것은 한국의 우파들이 개념을 바로 잡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를 무슬림이나, 사회주의자라고 공격한 삐라들은 숱하게 나돌았다. 이제 그런 짓들은 좀 그만하고, 자신이 말하는 좌파의 개념규정이 무엇인지를 밝혀야만 한다.
노무현 정권이 좌파였는가? 그렇다면 오바마도 좌파다. 오바마는 좌파가 아닌가? 그렇다면 노무현도 좌파가 아니다.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 둘 다 좌파가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과거 민주당 정권을 좌파라 부른 것을 사과하던지, 아니면 자신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내세우며, 오바마 역시 좌파임을 인정하던지.
자- 어쩔 것인가? 설마 한미 FTA를 추진한 자들을 사회주의자라고 몰고가진 못할 거고… 자- 유럽식 좌파 개념을 택할 것인가, 미국식 좌파 개념을 택할 것인가? … 아니면 이도저도 아니라고 변명할 것인가? 그들이 앞으로 어떤 대답을 내놓을 지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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