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발생이후, 호주 언론들이 취재한 몇가지 기사가 특이합니다. 바로, 피해자 두 사람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내용을 취재해 기사를 썼더군요. 한국으로 따지면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취재해서 기사를 쓴 것과 마찬가지인데... 한국에선 유명인들의 미니홈피에 올라온 글이나, 방명록에 올라온 글이 일부 인용된 적은 있어도, 이렇게 개인 블로그를 아예 취재 대상으로 삼은 적이.. 있었나요?
사실 이 사건은 여러가지 면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이긴 합니다. 젊고 잘생긴 두 동양인 남녀가, 칼을 들고 침입한 변태적 성취향을 가진 괴한에게, 벌거벗은 채로, 각자 수 차례의 성추행을 당하고, 강제로 아파트 3층 발코니에서 떨어져 한 명은 중상, 다른 한명은 사망했습니다. ... 성적이고, 폭력적이고, 끔찍합니다.
- The Aystraillian_Balcony death fall student loved life, boyfriend
- Brisbane Times_Balcony fall: tragic end to budding love story(SMH에 동시 게재)
어쩌면 기자들이 두 사람의 블로그를 뒤지게 된 이유도, 그런 호기심 어린 사례였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기사는 대부분, 페이스북에 드러난 두 사람의 사적인 관계, 그러니까... 러브 스토리에 집중합니다. 두 사람이 어떤 말을 주고 받았는지, 그들의 닉네임은 무엇이며, 서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들이 어떻게 생긴 사람들이었는지. ...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어떻게 그들을 위로하고 있는지.
예를 들어 중국인 여성의 닉네임은 ELva 였고, 한국인 남성에게 BF란 1촌명(?)을 붙여줬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함께 여행한 곳의 사진을 올렸고, 그 사진에 "luv"라거나 "Elva is happy with my bf"란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baby baby baby … kkkk,"라거나 "kkk … my honey … luv u … kkk."라면서 사랑을 표현합니다.
이제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블로그, 또는 미니 홈피를 취재하는 것은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죽어도 블로그는 남습니다. 친구들은 내 블로그를 찾아와서 내게 "슬프다"는 말을 건넵니다. 내가 사라져도 남은 들여다본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예전에 썼던 글처럼, 그런 블로그 취재를 부정적으로 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는 내 자신, 또는 내 자신을 대표하는 장소가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곳으로 나를 만나러 옵니다. 내 이야기를 읽으려고 오고, 우연히 검색엔진에 낚여서도 옵니다. 댓글을 다는 것은 말을 건네는 것이고,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는 것과 같습니다.
... 그리고 내가 죽은 다음에도, 누군가는 이 블로그를 찾아오겠지요. 처음에는 슬퍼하는 사람들의 글이 많겠지만, 나중엔 검색엔진에 걸려서 오는 사람이 더 많아질겝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내가 죽은 지도 모르고 "좋은 글이네요~ 퍼갈게요~"하고 댓글을 남길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제 닉네임을 도용해서 "ㅋㅋㅋ 님 오랫만이셈"하고 답글을 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블로그는, 인터넷에 미리 써놓은 내 부음기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란 사람,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살다가 떠난다-는, 나에 대한 기록이란 의미에서 말입니다. ... 왠지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가식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