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기득권인것 누가 모르나요?

예상한 그대로 조중동의 언론 플레이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언론노조 총파업은 MBC만의 총파업이며, 이건 민영화가 되면 월급이 적어질 것을 걱정한 MBC 구성원들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몇몇 블로거들도 이와 비슷하게 동의하는 분들이 있기에, 몇가지만 적어봅니다.

그러기 전에, 언론을 경제논리로 바라보자는 어떤 나라 대통령의 논리에 대해서만 잠깐 언급하겠습니다. … 참, 알고는 있었지만, 그 인식의 천박함에 계속 놀라게 되는 내가 더 불쌍할 지경이네요. 언론이 무슨 콘텐츠 제공업체인줄로만 아시나요? 언론의 기본적인 기능은 정보 제공 + 오락 제공 +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고 보통 정의합니다. 이 정도는 상식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느라 바쁜 것은 알지만, 공부는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삽질이나 하라고 대통령 뽑아준 것은 아니니까.

그 가운데 켈리와 돈웨이의 주장에 따르면, 미디어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감시 기능이고, 그 다음은 민주주의 기능입니다. 그런 기능을 위해 필요한 것이 미디어의 자유이고, 그 자유는 미디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적극적 자유의 실천으로만 얻을 수 있습니다.

공영 방송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고, 공공성은 그런 자유를 끊임없이 사유화 시키려는 국가권력과 시장의 개입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거나, 최소한 중화시킬 수 있을 때에만 얻어지는 것입니다. 사적인 이익에 좌우되는 언론을 결코 공공적이라고 얘기하지는 않지요. 공공성은 곧 시민사회의 이익, 다시 말해 우리의 이익과 직결됩니다.

언론의 공공성 획득 노력을 우리가 지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았을때 생기는 가장 불행한 사례가 바로 히틀러와 괴벨스의 나치…이고, 80년대 있었던 평화의댐 소동이 되겠습니다. … 여기까진 쌀로 밥 짓는 이야기지만, 이런 기본 전제조차도 부정하고 넘어가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잠깐만 끄적.

출처_류동협의 맛있는 대중문화

MBC, 기득권인 것,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몇 사람들의 비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우선 붉은매님은 「언론노조 파업에 냉소를 보내는 이유」에서, 과거 기자실 폐쇄(취재 선진화 방안)에는 비판적이었던 방송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결국 자기에게 좋은 것만 취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기존에 있던 방송, 결코 문제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저는 MBC도 분명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사회 상층부는 아니더라도(방송사의 구성원은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언론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번 언론악법 개정은, MBC 지키기 이전에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MBC가 민영화가 되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재벌과 보수 언론이 방송에 개입할, 그래서 그들의 사적 이해관계에 복무하게 될, 방송의 공공성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문제이기에 분노하는 겁니다. 그들이 위선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냉소를 보내게 되면, 이익을 볼 사람은 누구일까요? … 잘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검투사님의 「역시 대한민국 네티즌들의 떠받들림을 받기 위해서는…」글 역시 동의하지 않습니다.

독과점은 문제 있지 않냐구요?

해달님은 「언론 노조 총파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통해 아래의 8가지 생각을 정리해 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하나 체크해 봅니다.

1. 현행 우리나라의 방송 체계가 독과점 형태이며 독과점은 여러가지 문제를 가질 수밖에 없다.

보통 정부는 공공성을 내세워 미디어 산업의 소유를 규제하고, 이념의 자유로운 유통을 내세워 미디어 산업은 정부 제약을 반대합니다. -_-; 현재 우리나라에선 반대가 되었는데… 유감스럽지만, 미디어 소유에 대한 규제 완화는 오히려 소유의 집중을 낳게 된다는 것이 현재 학계에서 일반적인 정설입니다. 미 FCC의 1998년 보고서가 한가지 사례가 될 수 있겠네요.

2. 현재 파업이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고 부정할수 없다는것. (민영화가 문제라면 SBS의 존재 의의는 참 궁금하다.)

이번 파업은 언론 공공성 사수가 목적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SBS도 동참했죠. 밥그릇 지키기가 목적이라면 어떤 밥그릇을 어떻게 지키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 주셔야 합니다. 참고로, 이번 파업의 참가자는 MBC만이 아닙니다. …KBS가 왜 빠졌는 지는 KBS에 물어보시는 것이 나을듯. (오히려 KBS 노조가 밥그릇 지키기였죠?)

…이건 조금 딴 소리인데, 밥그릇 지키기 위해 파업하면 뭐가 문제가 되나요?

3. 단순히 방송장악이 문제라면 여당 입장에서 국영방송 장악이 훨씬 쉽다는 것.

현재 한나라당이 재벌, 보수언론과 적대적인 관계라면 그렇습니다. 🙂 실제로 공영방송은 항상 국가의 개입이 일정선에서 중화될 수 있도록 항상 신경써야 하며, 영국 BBC의 사례로 살펴볼 경우, 그것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은 ‘방송 스스로의 자기 규제’ 문화입니다(조항제, 2000).

…다만 이런 식으로 정권이 직접 개입하고자 할 경우, 그에 따른 강력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누가 그걸 두눈 뻔히 뜨고 놔두겠습니까?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바엔,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이 방송을 먹어삼키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더 낫죠 🙂

4. 가까운 시일에 방송시장이 개방될수밖에 없다는것.

한미FTA 얘기 같은데… 개방된 것은 주로 PP시장입니다. 무료로 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진 지상파 방송과 착각한 오류.

5. 현재 인터넷 티비를 비롯한 몇가지 컨택츠 개밸이 필요하며 현행체재 안에서는 쉽지 않다는것.

개발은 개발이겠죠? 다시 말해 IPTV를 비롯한 뉴미디어 시장에서는, 매체 개발에 따른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현행 체재에서 쉽지 않다는 거죠? 왜요? 🙂

새로운 매체 등장에 따른 컨텐츠 개발 문제는 몇십년전 TV가 등장했을 때도 동일하게 나타난 문제였습니다. 새로운 매체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는 원래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재벌이 들어오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컨텐츠를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 그런데, 그건 지금도 할 수 있습니다. -_-;

해봤자 안팔려서 문제인 거지…

6. 방송국이 가지고 있는 비효율이라는 문제는 민영화가 가장 손쉬운 해결이라는것

역시 공공성을 망각한 주장입니다. 공공성이 필요없고, 언론을 이익기업으로 본다면 가능한 주장입니다. 자고로 효율적인 공공기업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공공기업이라면, 이미 지하철 요금 및 난방비 등은 천정 부지로 올랐어야 할 겁니다.

…그렇다고, 방송국에 어떤 개혁적 흐름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픈 생각은 없습니다만- 아직까지 내용을 모르는 분야기에 말하기도 어렵네요. 어떤 효율성에 대한 개혁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거 따지면 몇십억 들여서 다큐멘터리 찍을 수도 없죠.

* 참고로, 작년 MBC의 당기 순이익은 1142억 입니다. …;;;; 누가 적자나는 방송이라 그래요?

7. 사람들이 우려하는 MBC등을 조중동을 소유할수도 있다는 문제는 차라리 MBC가 조중동 주식을 사서 조중동의 사주가 되는게 더 현실적이라는거.(둘다 불가능하지만, 경영권 방어도 못하면 죽어야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까지 비교하기는 귀찮아서, 조선일보와 MBC만 비교해봅니다.

MBC 주식 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조선일보 주식 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유감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MBC가 조선일보 주식을 사서 조선일보 사주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요? 🙂 반면 법이 개정되어 방송문화진흥위원회의 주식을 내다팔게되면, … 재벌이나 보수 언론이 MBC 지분의 20%까지도 살 수 있게 됩니다. 어찌될라나요? 🙂 …뭐, 최대 주주는 박근혜의 정수장학회이긴 하지만…(응?)

8. 겸업금지는 사실 문제가 있다.

…완전히 신문방송 겸업금지 푼 나라는 OECD 가입국 가운데 일본밖에 없습니다.

근데 쓰다보니, 해달님의 주장은 왠지 조선일보에서 하는 주장과 굉장히 비슷해서, 당황했습니다. 사실 제가 일일이 반박할 필요도 없이, 다른 분들 글 소개만 해버리면 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비판은 분명 개인 자유입니다. 근거 없이, 그냥 떠오른 생각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에 관련된 논쟁이 확장되어 간다면, 최소한 어느 정도 자료 조사에 기반을 둔 주장을 펼쳐주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생각해 봅니다. 이번 언론노조 총파업은 결국 “재벌과 보수 언론에 방송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싸움“입니다. 뭐, 법 바뀐다고 당장 집어삼키겠습니까만… 언젠가는, 반드시 집어삼킵니다. 현대 사회에서 방송의 영향력이란 것은, 재벌입장에선 이윤 정도는 가뿐히 무시하게 해줄 정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MBC를 비롯한 기성 언론들, 상당 부분 언론권력인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들이 시민들의 방송, 공공성과 재미를 함께 담보한 방송이 되는 것이지, 특정 재벌이나 보수 언론의 사적인 이해관계에 종속된 방송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금 정부는, 그런 방송이 될 길을 열어주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이 현 정권의 치부, 감추고 싶었던 부분을 그동안 드러냈던 것에 대한 앙갚음이자, 앞으로 자신의 정권 재창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원하는대로 되면, 삼성 X파일을 보도했던 이상호 기자같은 사람은 이제 두번 다시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80년대 후반에야 겨우 얻은 언론 자유가, 20년만에 시장과 정부에 종속되고 마는 거죠.

…그리고 저는, 그런 모습을 마주하기가 정말로 싫습니다. 다시 한번,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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