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 위헌 소송 관련자가 한마디 하자면-

오마이뉴스의 “변희재, ‘진중권, 그러면 나를 고소하라!’” 라는 글을 읽다가, 그가 말한 내용의 관련자로서 바로 잡을 것은 바로 잡아야겠다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기사에 따르면 변희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문화 됐다고? 김대중 정권 시절에 전기통신기본법 개정 작업을 했었다. 그 때 헌법재판소에서 일부 위헌 판결이 내려졌는데, 문제가 된 건 미풍양속저해 처벌에 관한 규정이었다. 공익질서 수호에 관한 건 여전히 유효하다. 사문화 된 법이라고 하면 곤란하다.”
출처 : 변희재 “진중권, 그러면 나를 고소하라!” – 오마이뉴스

위에 변희재가 예로 든 위헌 판결은, 1999년 제가 시삽으로 있던 동호회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이뤄진 소송의 결과 입니다. 그 소송은 1999년 6월, 항공대 대학생이 PC통신 나우누리 ‘찬우물’ 동호회의 ‘속보란’ 게시판에 “서해안 총격전, 어설프다 김대중!”이란 제목의 글을 게시하자, ‘나우누리’ 운영자가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위 게시물을 삭제하고 청구인에 대하여 ‘나우누리’ 이용을 1개월 동안 중지시킨 사건입니다.

이때 위헌 판결을 받은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53조 1항과 2항으로, 그 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1991.8.10. 법률 제4394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 ①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도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때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위헌 판정을 받지 않았다고, ‘사문화되지 않은’ 여전히 유효한 조항이라고 변희재는 주장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때 왜 위헌 판정을 받지 않았는지 아나요?

그때 우리가 위헌 소송을 걸지 않았거든요. -_-^

위헌 소송은 아무나 아무 법을 가지고 아무 때나 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법의 사용으로 인해 누군가의 권리가 직접 침해를 받고 있어야 소송이 가능합니다. 위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그동안 적용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작년 촛불집회때 처음 적용되어, 현재 위헌소송에 걸려있는 상태입니다.

진중권 선생님이 “사문화”된 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이명박 정권 이전까진 한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법이었거든요.

전기통신기본법 47조는 왜 위헌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가

당시 위헌판정을 받은 사유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명확성 원칙 위반’, 다른 하나는 ‘과잉금지 원칙 위반’입니다.

명확성 원칙 위반이란 판정을 받은 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서,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여기서의 “공익”은 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의 안전보장·질서유지”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오히려 상위 개념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즉 “공익”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처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제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 또는 헌법상 언론·출판자유의 한계를 그대로 법률에 옮겨 놓은 것을 뛰어넘어, 아예 이를 초과한 상위 개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다.

이처럼, “공익”이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

적어도 공권력에 의하여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입법에서 아무런 추가적인 제한요건 없이 막연히 “공익을 해하는”이라는 잣대로 일체의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에 현저하게 부응하지 못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란 판정을 받은 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온라인매체상의 정보의 신속한 유통을 고려한다면 표현물 삭제와 같은 일정한 규제조치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내용 그 자체로 불법성이 뚜렷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명백한 표현물이 아닌 한 … 유해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나 유해의 가능성만으로 표현물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조화될 수 없다.

그런데,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은 “공익을 해하는”이라는 목적을 전제로 하여 규제를 가하는 것으로서 “공익”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

다양한 의견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을 봉쇄한다. 성(性), 혼인, 가족제도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혼전동거, 계약결혼, 동성애 등에 관한 표현)이 “공익”을 해하는 것으로 규제되고 예민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정부의 경제정책 비판, 징집반대, 양심상의 집총거부, 통일문제 등에 관한 표현)이 “공익”을 해하는 것으로 규제된다면, 전기통신의 이용자는 표현행위에 있어 위축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열린 논의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

* 출처_헌법 재판소_2002. 6. 27. 99헌마480 전원재판부(헌재 2002.06.27, 99헌마480, 판례집 제14권 1집 , 616)

이상의 논리대로 라면, 현재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도 위헌판정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인데, 예-전에 사문화되어 위헌소송 걸릴 일도 없었던 법규정을 두고 이제와서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변희재는, 위 위헌판결에 나타난 법원의 다음과 같은 인식을 항상 마음에 두고 다녀야 할 것입니다.

… 아니, 이건 한나라당을 비롯한 대다수 “입법 만능주의자”들이나, “검열 우선주의자”들에게도 마찬가지겠네요.

대저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익”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집권자에 대한 비판적 표현은 “공익”를 해하는 것으로 쉽게 규제될 소지도 있다.

우리 재판소는,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확인한 바 있음을(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39-340) 환기하여 둔다.

* 이밖에도 노무현 정권 시절 인터넷 경제의 붕괴가 시작됐다는 주장도 했는데… 아마 포털의 독점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별로 논박할 가치도 없으니 생략.

* 미네르바의 글을 자꾸 공문서 위조에 가깝다..라고 몰아가려는 경향도 보이는데, 이 역시 기각. 오직 TEXT로만 작성된 내용이, 허위인지 아닌지는 법적으로 따져 물어볼 수 있겠지만, ‘공문서 위조’로 보일 수 있을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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