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구속을 통해 정부가 잃어버린 것

미네르바가 구속됐다. 2009년 1월 10일 오후. 이 구속으로 인해, 미네르바는 더 이상 미네르바가 아니게 되었다. 미네르바라는 이름은 이제, 현실의 인격체인 누군가를 떠나, 그 이름만으로도 ‘상징’이 되어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미네르바’라는 이름을 들으면 더이상 로마신화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서울대 앞의 어떤 서점도, 신촌의 한 커피숍도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미네르바는 이제, 탄압받은 네티즌의 상징,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는 한국사회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어떠했는 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그 이름만으로도 “옳은 말을 하고도 잡혀간 사람”으로 사람들은 생각할테니까. 미네르바가 상징으로 남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이번 실질영장심사였다.

그런데 법원은 그것을 차버렸다. 덕분에 잡혀간 미네르바가 진짜인지 아닌지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김용상 판사는,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뒤를 이어, 이명박 정권에 충성하려다 오히려 대못을 박아버린, 두번째 외부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기자들의 입에서조차 ‘미쳤다’라는 소리가 나오는 판결을, 이회창도 어이없어 하는 결정을 내려버린 탓이다.

그 뿐만 아니다. 이번 구속영장 발부로 인해, 김용상 판사는 국가의 품격을 흔들어버렸다. 이명박 정권에서 유일하게, 그래도 의심을 덜하고 있었던 법원의 신뢰를 흔들어버렸다.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국회-행정-사법기관의 3부가 자신의 원칙을 지키지 못한채, 그저 충성 경쟁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은, 이 나라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품격을 잃어버린 국가에 국민은 기대지 않는다. 품격이 사라진 국가는 권위를, 문화적 동의를 잃어버린다. 그런 국가가 국민에게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폭력의 동원을 통한 강제적 복종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 그것이 얼마나 가능할까? 안그래도 지지도가 바닥인 상태, 어지간한 정책 수행이 힘들 정도의 지지도를 가진 상태에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명박이 조금, 불쌍해졌다. 이런 사람들 밖에 없다니, 참 복도 없구나. 하지만 인과응보. 칭찬받을 줄 알고 자기 편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를 키운 것은, 바로 자기자신이 아니었던가. 밑의 사람들이 모두 윗 사람 눈치만 보게 만드는 자신의 스타일, MB식 시스템이 아니었던가.

… 결국 모든 것은, 뿌린대로 거두는 법일까. 그냥 그냥, 미네르바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보다가 든 생각. 이제 ‘미네르바’라는 이름은 갈수록 현실의 인격체와 동일시되지 않고, 제2, 제3의 미네르바, 법률의 미네르바, 경영의 미네르바, 가요계의 미네르바…등등으로 등장하게 될테니까. 그들은 미네르바를 사기꾼으로 만들고 싶겠지만, 실제론 언더그라운드에서 독학으로 나타난 신예-를 뜻할 가능성이 더 많으므로.

…아니면 사파 지도자(니나 잘해의 ‘솔개’ 같은)나 전략가를 부르는 말이 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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