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30대 전문대졸 백수이면 어때서?

자꾸 미네르바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려는 몇몇 언론들이 있어서 글을 씁니다. 예, 정부 말대로 미네르바가 30대 무직에 전문대 출신이라고 인정해 보기로 하죠. 그런데,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요? 그것은 분명 일종의 위선이고, 과도한 자기포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미네르바가 그동안 쓴 글들의 가치가 떨어지진 않습니다. … 애시당초, 잘나가는 사람이라 유명해진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미네르바를 50대로 추정한 것? 네티즌들이 아니라 한 신문사였습니다. 최근에 자기 고백적인 글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그건 좀 황당해서 다들 반신반의했었죠. 하지만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미네르바가 노인으로 자신을 포장한 것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은 마음과 함께, 사람들이 자기를 그런 사람으로 인정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같이 있었을 겁니다.

… 그리고 까놓고 말해, 미네르바가 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전문가이길 바란 사람들도 많았으니까요.

우리편 경제전문가였던 미네르바

왜냐구요? 우리 편이었거든요. 지금 경제 상황에 대해 자신있게 말하는 몇몇 사람들 가운데, 거의 유일한 우리편이었거든요. 그 잘나신 정부가 747과 고환율 정책을 외치고, 그 잘나신 경제전문가들이 반토막 나는 펀드와 경제 불황에 대해 입닫고 있을 때, 과감하게 할 말 했던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그 예측을 믿을 수 있는 근거로, 이제까지 몇몇 변화들을 맞춰왔으니까요. 물론, 다른 한편으로 미네르바의 예측은 그가 책임지지 않을 위치에 있다는 것과, 그래서 자신의 소신을 여러 번 쉽게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것에 기반합니다. … 그렇지만 그게 어찌되었건 몇 번은 맞았구요. 그래서 신뢰를 얻었습니다.

솔직히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 그동안 뭐했습니까? 믿으라는 말, 어쩔 수 없었다는 말 외에는 뭐 한 것이 있습니까? 그런 당신들을, 자기 이익만 챙기는 당신들을 대체 누가 어떻게 믿습니까? 그 와중에 나타난 것이 미네르바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솔직한 정보를 전해주고 있다고 믿어진 사람.

기왕이면 그런 사람이, 정말 최고급 엘리트중 하나길 많은 사람들이 바랬던 것, 사실입니다. 물론, 그가 말하는 비관론에 기대 이명박 정부의 종말을 외쳤던 사람들,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 이미 정보를 가둔다고 가둬지는 시대가 아닙니다.

30대 전문대졸 백수 미네르바, 차라리 환영한다

그런 그가, 이제와 30대 전문대졸 백수라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요? 대한민국 최상위 1%, 우리를 위해 몰래 힘쓰는 어떤 엘리트가 아니어서 실망하셨나요? 어차피 그건 환상입니다. 세상에 그런 엘리트,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없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이, 현실에 더 맞는 일일겁니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노블리스 오블리제 따위 기대할 수 없는 나라에서는요.

그래서 오히려 30대 전문대졸 백수 미네르바-가 더 반갑습니다. 그래도 자신이 노력해서 공부하면, 그 정도의 예측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줬잖아요? 그리고 그런 예측을 통해, 인터넷 공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줬잖아요? 더 이상 그런 예측들이 저-기, 우리 펀드 반토막나도 절대 책임지지 않는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알려줬잖아요?

저는 앞으로도 미네르바가 더 많은 공부를 해서, 더 좋은 글을 써주길 바랍니다. 다행히 30대네요. 아직 앞길이 창창하군요. 그리고 그런 미네르바에 자극받아, 더 많은 재야 고수들이 태어나기를 희망합니다. … 그리고 그 때문에, 금융전문가들도 몸보신 할 생각만 하지 말고 좀더 자기 소신 가지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래도, 미네르바를 너무 믿지는 마

실은 원래 준비했던 글의 제목이 이거였습니다. “미네르바를 믿지마”. 미네르바가 우리 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 누구도 대신 책임져줄 사람 없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 그런데 너무 쉽게 자신의 머리를 남에게 맡기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내가 생각할 것 남이 대신 생각해주고, 남이 대신 결정내려주면… 그건 남의 삶을 사는 것이지 내 삶이 아닙니다. 미네르바의 많은 이야기들도 하나의 충고, 하나의 정보로 받아들여야지- “미네르바가 말했으니 파국을 준비하자”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자신의 머리를 내팽겨치는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란 말이 있죠? 저는 그 반대로 말해볼까 합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모르게 되고, 모르게 되면 보이지 않으니- 알고 난 뒤에 보이는 것은 그 전과 같지 않을거라고. 그리고 이젠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정부든 은행이든 어디든 언제 우리들 등쳐먹을지 모르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런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게 뭡니까. 그냥 잡아가 버리는 군요. 잡아간 명목은 “요청은 했지만 공문은 보내지 않은 사실”에 대해 공문이라고 썼다는 것. 그 사실을 통해 미네르바가 주가 조작을 했습니까, 아니면 환율 조작을 했습니까? 자기 과신을 위해 그 사실을 공표한 것은 맞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허위 사실이라면… 그날 환율 변동은 대체 왜 그랬습니까?

지하벙커에 숨어있는 사람들은, 밝은 햇살 밑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시민들이 굉장히 무서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찾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 배우려고 하는 한, 몇 백을 잡아가둔들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오히려 미네르바 같이 스스로 공부한 이들이 더 많이 활약할 수 있게 해주는 길, 그게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길입니다.

* 이 글은 “정부의 주장이 만약 전부 사실이라면?” 이란 것을 가정하고 쓴 글임을 다시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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