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종교란에 항상 천주교라고 적었을까요? 모태신앙이고, 유아세례를 받았으며, 성당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했고, 지금도 가끔 나가니까? … 그러니까, 날때부터 그 분위기에 익숙해서?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천주교-라고 말할 때, 그 천주교-라는 이름에 담겨있는 울림이 좋았다고- 그렇게는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종교에 있어 관용적인 자세,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포용, 바티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세계적 신앙 공동체 … 어떤 배타적이지 않은 분위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천주교라고 적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 그런데 어쩌면, 저 혼자 가지고 있었던 환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에 대한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천주교 안에서 머물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자신이 없어집니다.
앰네스티는 2006년, 을지로 입구를 지나가다가 단체에 대한 설명듣고, 별 망설이지 않고 가입했습니다. 그 이후 가끔 밀리긴 했어도 회비 납부를 중단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작년 촛불집회때는 엠네스티의 활동 덕분에 고맙기도 했구요. 하지만 가자 지구 학살 문제를 보면서, 그리고 이번 논쟁에서… 몇몇 분들이 가지고 있는 뻴셈의 생각을 읽었습니다. 역시… 점점 함께할 자신이 없어집니다.
진보신당은 사람 따라 지지했습니다. … 이상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진보신당이 아직 딱히 강령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진중권 선생님과 심상정 전 의원이라면, 믿을만한 사람이기에… 그 사람들을 따라서, 지지정당을 결정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여전히 운동권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계속 지지를 해야할지, 고민이 됩니다.
언제나 가장 싫어했던 것은, 뺄셈의 사고였습니다. 근본주의-라고 제가 부르는 배타적 사고들. 다른 사람들을 내치고, 상처주며, 자신의 옮음을 주장하기 위해 점점 많은 사람들을 우리-라는 이름에서 빼버리는 사람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그저 상대방을 쓰러트려 이기려는 사람들.
…쓴 웃음과, 딱한 마음과,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이 범벅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애시당초, 조직에 속해서 활동하는 것 자체를 못견뎌하는 성격이, 이럴 때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야 겠습니다. 조금 더, 조금 더 자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