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치맨 오프닝으로 보는 미국 현대사

영화 왓치맨의 오프닝은 영화가 시작되는 1985년 이전, 그러니까 왓치맨의 기원이 된 코스튬 히어로가 등장한 1939년부터 1985년까지의 역사를 간략하게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실제 역사와 믹스된 가상의 역사입니다. 그렇다면, 왓치맨의 세계에서는 실제의 어떤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우선 왓치맨이 등장하기 이전의 미국사부터 간략하게 짚어보자면, 1920년대의 미국은 ‘광란의 1920년대(The Roaring Twenties)’라 불리던 시기에 있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미국은 정치적으론 광적인 애국주의 등장과 대규모 이민 유입등으로 인한 유색인종에 대한 테러, 경제적으론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항의하는 파업과 자본가들의 대립이 이어지던 시기입니다.

그렇지만 문화적으론 1920년 라디오 방송국의 개국을 기점으로 대중소비문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스윙재즈와 타블로이드 신문이 활개를 치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신여성들이 등장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들뜸과 데카당스의 분위기가 지배하던 시기. 동시에 1920년부터 효력을 발휘한 금주법의 부작용으로 정치와 사회는 부정부패에 휩싸여 있고, 뒷골목에선 갱스터들이 활동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광란의 1920년대도 잠깐, 1929년 블랙 튜즈데이를 기점으로 미국은 대공황 시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주식시장의 붕괴와 함께 미국의 실업률은 30%를 넘나들게 되고, 3년동안 은행 40%와 기업 1만 5천개가 도산하게 되죠. 이런 사회 분위기를 기반으로 탄생하게된 만화 영웅들이 바로 ‘코스튬 히어로’라고 불리는 슈퍼 영웅들입니다.

 

1938년 6월, 슈퍼맨의 등장

 

DC에서 시작된 슈퍼맨의 연재가 시작된 것이 바로 1938년 6월입니다. 그리고 1939년에는 배트맨의 연재가 시작됩니다. 이때를 배경으로 시작된 코스튬 히어로들의 활동이 바로 ‘왓치맨’ 결성의 배경이 됩니다. 이때부터 영화(또는 만화)만의 다른 가상 역사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갱(기관총 켈리냐…-_-;)들도 잡고… 범죄률도 많이 줄이고… 실크 스펙터는 상업적인 성공(?)도 거두는 듯 하지만, 사실 이때(1930년대 후반)는 미 당국이 조직 범죄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지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1932년 당선)이 뉴딜 정책을 시행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의 참전

 

그러다 1941년, 제 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하게 됩니다. 바로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전쟁에 참가하게되고, 아이러니 하지만… 실업난이 한방에 해소되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경제성장도… -_-; (물론 뉴딜은, 전쟁이 없었어도 성공적이었을 거라는 이야기가 더 많다고 합니다.)

이때 (당연히) 비공식적으로 다른 만화의 슈퍼 히어로들은 슈퍼맨을 제외하고는 모두 참전-_-한 상태로 만화에 그려졌다고 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왓치맨의 선배-_-들은 참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알 수 없음). 대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실크 스펙터만 원자탄을 투하한 폭격기의 핀업걸-로 등장하게 되지요.

 

▲ 실크 스펙터를 그려넣은 B-29 전폭기
▲ 실제 핵폭탄 투하에 참여한 전폭기 ENOLA GAY

사실, 이 핵폭탄 투하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죄없는 1명을 죽여서 100명을 살릴 수 있다면, 당신은 그 죄없는 1명을 죽일 수 있겠는가?’ 라는. … 배트맨 다크나이트에서도 던진 질문이기도 합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1945년, 핵폭탄 투하후 일본은 항복하게 됩니다. 그때 찍힌 사진으로 가장 유명한 사진이 바로 아래의 사진이죠.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거의 비슷하게 패러디합니다. (영화상으론, 1946년 저때 찍힌 사진으로 인해 사진의 주인공인 ‘실루엣’이 레즈비언으로 밝혀지고, 그로 인해 미니트맨(왓치맨의 전신)을 탈퇴하게 되며, 6주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게 됩니다.)

1945년 4월 루즈벨트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1945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루먼. 그는 핵폭탄 투하 결정을 비롯해, 마샬 플랜 등 미국 역사의 또다른 굵직굵직한 결정들을 내리게 됩니다. … 바로 트루먼 독트린으로 불리는, 동서 냉전시대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매카시즘 광풍. 한국에선 한국전쟁 발발…-_-;; (…참고로, 트루먼은 부시, 후버, 다음으로 인기가 최악인 대통령이라고 하네요..)

 

1949년, 소련 원자폭탄 개발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취임이후 한국전 -_-은 휴전상태로 접어들게 되나, 동서 냉전 상황은 그대로 지속. 소련은 1949년 원폭 개발 이후 1957년 위성 발사에 성공하며, 이로 인해 미-소 양진영은 상당히 오랜 냉전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군비 경쟁과 과학 기술 경쟁도 이때부터 발발. 화학, 물리, 생물 등이 이로 인해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는 아이러니한 효과도 -_-;

…그러다가 1959년에 닥터 맨하탄이 등장…(응?)

 

1960년, J.F 케네디 당선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우려했듯이, 이때 미국이 당면한 큰 문제중 하나는 군수산업이 지나치게 팽창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J.F.케네디가 당선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이 군수산업에 치우친 경제상황을 바로잡는 일이었습니다.

New Frontier Program을 이용해 각종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을 폈고, 대학교, 시골지방, 실업자교육 등을 비롯 각종 농업과 의료보험관리에도 투자했습니다. NASA를 설립해 우주경쟁 시대…에도 진입했고, 마틴 루터 킹 목사로 대변되는 흑인 민권운동이 일어난 시기이기도 합니다.

 

1961년, 쿠바 혁명

 

1961년, 쿠바에서는 카스트로를 주축으로 한 혁명이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미 CIA는 피그만 침공을 준비하지만 다 당하고…-_-;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게다가 이 사건으로 위협을 느낀 카스트로는 소련에 핵미사일을 주문.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흐루시초프는 핵미사일 다섯 개를 보내게 됩니다. 일명 쿠바 미사일 위기.

위기에 몰린 케네디는 흐루시초프와 협상을 통해 ‘터키에서 미국 철수-쿠바로 가는 핵미사일 철수’라는 타협안을 성사시키지만(이때 미-소 핫라인 개설 및 핵실험규제조약 서명), 미국에서 여론은 굉장히 나빠진 상황. 여론을 달래기 위해 지역 연설을 다니던 중에 암살 당하게 됩니다. … 영화에서는 이때 암살을 도운 것이 왓치맨중 하나인 코메디언-으로 나오죠.

 

1963년, J.F. 케네디 암살

 

케네디의 암살은 미국사의 영원한 떡밥 가운데 하나입니다. 온갖 음모론이 판치는 사건이죠. 뒤이은 린든 B. 존슨 대통령 기간은 미국사에서 흑인민권, 히피, 그리고 베트남 전쟁으로 기억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4년 인권법(세칭 인종차별폐지법)을 통과시킴으로서 흑인(..실은 많은 유색인종들이 함께 결합)민권운동의 승리(?)를 이끌어 냅니다.

… 그렇지만 베트남전으로 인해, 그 성과는 완전히 묻혀버리고 맙니다.

 

1964년,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1963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성립된 남베트남 고딘디엠 정부의 독재가 계속되고 불교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자, 베트남 공산세력은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을 결성하고 분노한 베트남 시민들과 함께 전면적인 무장투쟁에 나서게 됩니다. 그에 대한 기폭제가 된 것이 바로 63년 6월 11일, 사이공 미국 대사관 앞에서 분신한 틱 꽝 득 스님(사진).

이로 인해 63년 11월 군부쿠데타가 발생해 고딘디엠 정부가 전복되고, 미국은 1964년 통킹만 사건을 조작, 65년부터 베트남에 폭격을 가하다가 1966년부터 미 육군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975년까지 이어진 베트남 전쟁이 이렇게 발발하게 된 거죠.

 

1968년, 닉슨 당선, 반전 운동, 그리고…. 베트남전

 

1968년, 민주당의 민권운동지지에 등을 돌린 남부의 협조를 받아, 공화당의 닉슨이 대통령에 넉넉하게 당선됩니다. 닉슨이야 워낙에 논란이 많은 인물이니 굳이 이야기하기 뭐하고… 이때 닉슨이 지명한 헨리 키신저 대통령 안보 보좌관… 역시, 닉슨에 걸맞는 악명 높은 인물이었죠..

닉슨은 기본적으로 반전 운동에 굉장히 부정적인 강경 보수주의자였습니다. 키신저 역시 마찬가지로, 이들은 국민들에게 베트남에서 발을 뺄 것처럼 얘기하면서도 하노이에 대한 폭격을 강화하고, 북베트남의 진격 루트를 막기 위해 캄보디아에 대한 침략까지 감행합니다. 이로 인해 여론은 더 나빠지고…

그 와중에, 1970년, 켄트 주립 대학에서 군인들이 학생들에게 총기를 발포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28명의 군인들이 200여명의 학생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4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 이후 왓치맨의 역사와 실제 역사는 완전히 갈리게 됩니다. 실제 역사에서 닉슨은 베트남에서 겨우 발을 빼고, 갑자기 엉뚱하게 중국과의 외교를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비난과 모략으로 일그러진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 정책을 펼쳐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안겨주고, 그로 인해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한 선거(1972년)에서 다시 대통령으로 뽑히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1974년 자진사퇴하게 됩니다(실질적 탄핵).

…그렇지만 영화에선, 왓치맨-들의 도움으로 인해 베트남전에서 승리하고, 그로 인해 3선에도 성공하는 것으로 나오지요… 만약 정말 역사가 그렇게 흘러갔다면… 왓치맨의 배경이 되는 암울한 세상이 가상의 역사가 아니라 진짜 역사가 되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 … 이들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그나저나.. 쓰다보니, 갑자기 다시 한번 영화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아이맥스로 한번 다시봐야겠네요. 아이맥스, 왕십리가 나은가요- 아니면 용산이 나은가요? 혹시 경험하신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P.S. 마지막으로, 1969년,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에 성공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재밌는 패러디가 담겨있네요. 바로, 달에 도착한 우주비행사를 사진 찍어주는 사람이 닥터 맨하탄…입니다…ㅡ_ㅡ;;;

* 궁금증 하나. 원작을 못봐서 그러는데, 이런 오프닝에 등장한 장면들이 만화 왓치맨에도 나오나요?

* 이 글은 다음과 같은 글을 참고해서 작성되었습니다.

이준님의 글 「왓치맨 오프닝 동영상(약간 19금)」을 보다가 삘 받아서 적어봅니다. 그나저나… 은근히 시간 많이 잡아먹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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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오프닝으로 보는 미국 현대사”에 대한 2개의 생각

  1. 이런 글 너무 좋네요.
    미국사에 해박하지 못해서 찾아다니다가 아주 좋은 글 발견했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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