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사람들은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음성사서함에다 목소리를 남겼습니다. 전화로 직접 얘기하는 것은 왠지 낯부끄러운 일이라, 눈이 오면 눈이 온다고,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지금 어디 놀러가는데 보고 싶다고, 그렇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가끔은 술취한 목소리로, 대부분은 쌩목소리로, 때때로 배경음악을 깔아가면서 녹음을 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 정말 가끔은,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끊어버릴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럼 꼭 다시 제 삐삐로 음성이 들어오더라구요. ‘오빠 그러지 말고, 뭐라도 말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때는, 사람들마다 꼭 음성사서함앞에 자기 목소리나 음악을 넣어두곤 했어요. 지금 뭐하고 있습니다- 지금 2차 뒷풀이는 어디로 이동중입니다- 요즘 힘든 일이 많아서 빨리 연락을 못드리네요- 나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으니까, 니가 이 목소리로 들으면, 꼭 연락줬으면 좋겠다.
2009년 03월 20일 17시 12분에 남긴 음성
8383124.mp3
이글루스가 새로 제공하는 보이스 블로깅 서비스를 접하면서, 딱 그때가 생각나더라구요. 뭐, 형식은 정말 무지 많이 다르지만…. 전화에다 대고 혼자 이야기하는 것은 똑 같으니까요.. 🙂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서, 이젠 혼자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니… 뭔가 은밀한 맛은 없어졌지만.. 🙂 (다, 당신에게만 할 말이 많았다구!!)
이번에 출시된 보이스 블로깅 서비스는, 어쩌면 정말, 이글루스라는 블로그 서비스에 가장 걸맞는 기능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이글루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아시죠? 오덕들의 성지(응?), 이오쟁패라 불리는 이오공감, 밸리와 링크 시스템, 성인용 서비스(이젠 제한이 많이 풀렸지만… 어째서인지 평균 연령대가 더 올라가 버린듯), 그리고 타 블로그 서비스에서 보기 힘든 커뮤니티적인 정서.
…농담 삼아, “저 여기 처음왔어요” 라고 누가 글을 올리면, 지나가던 사람 한둘이 들려서는 “잘 오셨습니다”하고 댓글 달아주는- 서비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런 커뮤니티성-에 딱 맞는 기능이 이번에 출시된 보이스 블로깅 서비스가 아닐까-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거죠.
- 연애밸리 현피, 현장 생중계!
- 책나눔 번개 오신 분들의 후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지금 홍대앞에 와서 라멘 먹고 있는데, 정말 맛있어요!
- 방금 영화 드래곤볼을 보고 나오는 길입니다..휴… 디워보다 나아요.. (응?)
- 지금 론님 집에 와 있습니다. 히어로가 정말 통닭을 들고 왔습니다!! 히어로의 인터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런 것들 저런 것들, 이글루스에는 내부에서 쌓여가는 소소하고 재밌는(그리고 때로는 서로 피튀기는 -_-) 사건 사고들이 많이 있거든요. 하나의 거대한 블로그 기반 RPG 게임…같은 곳이 이글루스라서요. 저도 이 글 포함, 두 번째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꽤 재미있네요.
…그리고 그 재미는, 무엇보다- 댓글 달아주는 친구들과, 옛날 삐삐를 생각나게 만드는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뭐, 물론, 미투데이-나 이런 곳에서도 이미 서비스하고 있던 기능이긴 하지만….말입니다. 🙂 뭔가, 미투랑은 다르다고나 할까요, 미투랑은 다르다!
하지만 좋은 점이 있으면 아쉬운 점도 있는 법. 아래와 같은 기능들이 더 추가가 되면 어떨까-하고 생각해봅니다.
우선, 스킨의 추가가 필요합니다.
위 그림은 영화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홈페이지에서 제공해줬던 윈앰프 스킨의 모습입니다. 어차피 음질도 그리 좋지 않은데… 이런 옛날 라디오느낌의 스킨들, 제공해주면 안될까요? 그밖에 이글루양이라던가 뭐라던가 기타 등등도…(응?)
두번째, 댓글을 문자로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스 블로깅은 대부분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않을때 이뤄지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짐작됩니다. 그렇다면, 댓글이 달렸을때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댓글을 문자로 받아보는 기능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그럼 보이스 블로깅 사용도도 더 높아질 것 같은데… 🙂
…그리고 솔직히 음질이 별로 안좋아요. ㅜ_ㅜ .. 한편으론 그게 매력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앞으로도 보이스 블로깅이 점점 발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꽤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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