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8mile 은 어디에 있을까

디트로이트를 다녀왔습니다. 한때 최고의 공업도시였으나, 지금은 많이 피폐해진, 그곳에. 돌아다닐때 절대로 차창을 열면 안된다고 주의받는 그곳에. 디트로이트 GM타워를 구경하고 지나오는데, 동생의 실수로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를 한참 헤맸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8Mile 표지판을 만났습니다.

8Mile, 이 단어를 보고 에미넴의 영화가 생각났다면, 맞습니다. 바로 그 8Miles 입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나누는 경계, 흑인 하류 계층과 백인 중산층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도로. 디트로이트는 미국 도시중에서 흑인이 가장 많은 도시입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들리는 말로는 1967년 흑인폭동(?) 이후, 백인들이 도시를 탈출하기 시작해 그렇게 변했다고 합니다.

도시의 중심부는 흑인들만 사는 도시. 그리고 주변에는 백인들만 사는 도시. 그 곳이 바로 디트로이트입니다. 정말 설마 그럴까-라고 생각했는데, 이 도시, 제가 아는 미국 도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관광 안내소가 없는 도시입니다. 영화 로보캅의 배경이 되었던 곳, 미국에서 범죄률이 가장 높은 곳. 한때는 도시인구의 60% 이상이 흑인이었던 곳.

…그 도시를 가로지르는, 평온함과 비루함의 경계가 되는 곳, 8Mile.

낮의 평온함이 감춰지는 밤, 그 8Mile 안에서, 구경하고 헤맸던 시간 내내, 나는, 딱 4명의 백인만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관광객 둘, 벨보이 하나, 경호원 하나. 그 앞에서 인간은 평등할거야, 알고보면 다 똑같은 사람이야-라는 착한 명제는 가슴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착한 말을 하기 이전에, 차의 문을 잠그고, 만나는 사람에게 하이-하고 인사를 합니다. (응?) 몸을 긴장시키고, 동작 하나하나 천천히, 무관심한척 움직입니다. 혹시라도 있을 사고를 피하기 위해, 나는 내 몸 하나를 먼저 보호하려 듭니다…. 설혹 그것이 편견일뿐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이 도시의 경험이 없습니다. …

내 안에, 온갖 허위들이 순식간에 잠재워지고 마는 바로 그곳, 8Mile. 잘난 척 착한 척하는 허영을 모두 집어치우고, 내 한 몸 살기 위해 몸을 움추리게 되는 기준, 8Mile. 나는 이곳에서 정말, 내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를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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