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차단 제도는 알다시피, 전파 방해 장치를 이용해 특정 지역에서 강제로 이동통신전파를 막는 법률적 제도를 말합니다. 경찰이 이 조치를 요구한 이유는 ‘피싱 사기’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거기에 학계는 ‘컨닝’을 막기 위해서, ‘문화계’에서는 공연 관람 방해를 막기 위해 비슷한 것을 요청해서, 같이 논의를 했다는데….
설마 진짜로 시행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런 발상이 나왔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이 시대의 기본 이념이 ‘막고 짜르고 정지하고’ 한마디로 소통을 차단시키는 것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네요. 아- 전파 차단을 하면 편하긴 하죠. 그러니까, 공연장 관람 분위기를 통제해야 하는 사람, 학생들 컨닝을 통제해야 하는 사람, 피싱 사기를 통제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다고, 그게 없어지나요?
– 요즘 자살카페에서 만나 같이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인터넷 카페 개설을 못하게 하자.
– 요즘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많으니 차는 팔아도 운전은 못하게 하자.
– 요즘 댓글로 인해 피해받는 사람이 많으니 댓글을 못달게 하자
…이러는 거랑 기본적인 마인드가 대체 뭐가 다른가요? 참 내, 이건 무슨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고..
검열과 통제, 그것이 노리는 것은 사람들의 행동을 뜻대로 제어하는 것이겠죠. 서로 대화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지배자에게 불리한 정보는 흘러다니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저 노예로 살아가도록 길들이는 것.
피싱 사기, 컨닝, 공연 관람 방해를 막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요? 안나쁘죠. 막아야할 일들이죠.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막기 위한 방식입니다. 저 방법은 되게 편하게, 날로 먹겠다는 방법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한번 그런 것들에 길들여지면 그 다음에 올 일은? 뻔하잖아요-
윗 집의 연애하는 것들 하루종일 전화로 떠들어대서 시끄러우니 통화 차단 해달라- 저 놈이 내 레포트 배껴쓰는 것 같으니 처벌해 달라- 감히 영화 보는데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다니! 쫓아내달라… 이런 시대가 올거라구요.
캠페인과 에티켓으로 처리해야할 일을,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괘씸하고 못마땅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인정되기 시작했을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갈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이런 황당한 요청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방통위에서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회의까지 했다는 것이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제발, 최소한의 상식을 되묻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