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을 정리하면 하루가 달라진다

한때 전 미국 부통령 엘고어의 어지러운 책상이 화제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책장에 빽빽히 꽂혀있는 책, 모니터 세 대를 동시에 이용할 정도로 잘 갖춰준 IT 환경과는 다르게, 그의 책상은 온갖 책과 자료, 잡지들로 정신이 없을 정도로 복잡했지요. 덕분에 키보드와 마우스 놓을 곳도 부족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많이 불편할 것 같은데, 어떤 분들은 싱긋 웃으면서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말을 들려줍니다. “어수선한(cluttered) 책상이 어수선한 정신을 반영한다면, 비어있는(empty) 책상은 무엇을 반영할까?” … 멋진 말이죠? 🙂 그런데 여기서 속으시면 안됩니다. -_-; 왜냐하면 어수선함의 반댓말은 ‘잘 정리됨’이지, 텅 빈 것이 아니니까요.

A Wide Open Future (Gore in his office in May 2007)

당신의 책상이 당신을 말해준다

디자이너 사토 가시와는 자신의 책 <이 사람은 왜 정리에 강한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정리술이란, 정리를 위한 정리가 아니라 쾌적한 삶을 위한 본질적 방법론”이라고. 실은 여기에 책상 정리에 관한 진짜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바로 그 사람의 책상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라는 사실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직장에서의 업무는 나에게 주어진 일만 딱 해낸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게 맡겨진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고, 거기에 직장 상사의 지시는 시도때도 없이 내려옵니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의 업무 진행 방법이 어느 정도 시스템화 되어있지 않다면, 조금만 한 눈을 팔아도 갈팡질팡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니까 책상이 반듯하다는 것은,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할 시스템, 일종의 업무 진행을 위한 프로세스를 스스로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건 결국 자신의 일을 자신이 컨트롤할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고, 주어진 업무의 부담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런, 왠지 써놓고 보니 책상만 정리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는 말처럼 들려버리네요. 🙂 그렇지만 사실이랍니다. 책상만 제대로 정리해도, 일도 인생도 사랑도, 어느정도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만들수 있습니다. 지나친 깔끔은 오히려 인생에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책상정리의 기본 – 분류하기, 버리기, 제자리 찾기

그럼 책상정리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기본은 세 가지입니다. 분류하기, 버리기, 제 자리 찾기.

먼저 분류하기를 실행해 볼까요? 매우 쉽습니다. 큰 비닐이나 상자 3-4개를 준비하고, 책상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간단히 분류해서 그 안에 쓸어담습니다. 그런 식으로 책상을 텅 비우는 겁니다. 분류는 프로젝트별로 해도 되고, 아니면 개인용/업무용등으로 나눠서 해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책상 위를 쓸어담는 것이니까요. 물론 서랍까지 탈탈 털어주셔도 괜찮습니다.

그 다음은 버리기입니다. 사실 이 버리기-가 바로 책상정리의 가장 핵심적인 작업에 해당합니다. 각각 박스에 담긴 물건들을 다시 세가지로 나눠보세요. 지금 당장 필요한 것, 필요할 것 같지만 잘 모르겠는 것, 그리고 버릴 것으로. 버릴 것들은 당장 버립니다. 잘 모르겠는 것들은 큰 상자 하나에 몰아서 담아둡니다(6개월 뒤에도 찾지 않은 자료들이라면 버리세요). 그리고 당장 필요한 것들만 책상 위에 올려놓습니다.

마지막은 제자리 찾기입니다. 책상 위에는 자주 쓰는 것들만 올려두세요. 처리해야할 서류들은 서류 상자를 만들어서 담아놓고, 당장 읽어야할 자료들만 책상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 밖에 자주 쓰는 문방구류와 전화기, 계산기등을 책상 위에 놓습니다. 자주 안쓰는 것들은 뒷 편으로, 가끔 쓰는 것들은 서랍에 넣어둡니다. 이때 한가지 팁을 드린다면, 가급적 필요한 것은 한 눈에 보이도록 놓으라는 겁니다.

잘 정리하셨나요? 그럼 대부분 책상 위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만 남을 겁니다. 전화기, 당장 필요한 서류, 문방구류, 컴퓨터와 키보드, 마우스, 메모지, 시계… 그리고 메모를 붙여놓기 위한 메모판 정도가. 그리고 이렇게 정리하는 가운데, 스스로 몇 가지 기준을 세우고 결정을 내린 것을 알고 계실겁니다.

정리된 책상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사실 이 결정-이 중요합니다. 결정은 하나의 선택이고, 선택은 내 삶을 이렇게 운영하겠다-라는 정책을 결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리정돈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문제입니다.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정리를 해도 결국 금방 어지러워진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시죠? 🙂 앞서 정리정돈된 모습이 자신을 보여준다고 했던 것, 일을 처리할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의미랍니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정리정돈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매일 출근하자마자, 자리를 정리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나면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자리를 정리하는 버릇을 들여보세요. 이 작업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날 할 일이 무엇인지, 그날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업무 시작 전에 뇌를 미리 워밍업 시키는 겁니다.

그 다음, 매일 집에 돌아가서는 가방 안의 것들을 모두 꺼내 놓으세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습니다. 처음에는 귀찮겠지만, 그날그날 가방안의 내용물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내일 해야할 일이 무엇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가 있고, 불필요한 것들을 들고다닐 일이 없어지게 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의 가방을 뒤집어서 안의 내용물들을 살펴보세요. 의외로, 별 필요없는 것들, 일주일에 한번도 쓰지 않는 것들을 잔뜩 가지고 다니는 자신을 발견하실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내린 결정은 문서로 정리해 두고, 한달에 한번씩 그 규칙을 실행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예를 들어 저는 ‘잘 모르겠는 것’으로 묶어둔 물건들은 6개월동안 한번도 보지 않았으면, 중요 서류가 아닐 경우, 버립니다. 책상 위에 있는 것들중 일주일에 한번도 안쓰는 것들은 책상 서랍에 넣습니다. 처리할 서류나 읽어야할 자료 가운데, 보름이 지났어도 그대로인 것들은 바로 처리하거나 아니면 버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정리를 통해 내 삶이, 내 업무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 흐름을 숙지하는 일입니다. 시스템화를 통해 불필요한 망설임과, 그 망설임에서 오는 부담감을 줄이고, 삶에 여유를 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니까요. 일 잘하는 사람이 연애도 잘한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라니까요. 🙂 자 그럼, 지금 당장이라도 한번, 책상 정리를 해보세요. 여기서 망설이다간 또 몇달간 아무 것도 안하게 됩니다. 제가 보장한다니까요! (응?)

이 사람은 왜 정리에 강한가 –
사토 가시와 지음, 정은지 옮김/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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