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천권의 책을 읽은 블로거가 권하는 독서법

진중권 선생님과 닮았다. 파란 여우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첫번째 생각입니다. 아아, 외모가 아니구요, 글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요. 예, 지난 12월 12일, 알라딘에서 주최한 <깐깐한 독서 본능>의 저자, 파란 여우(윤미화)님과의 만나는 자리에 다녀왔답니다.

일단 저는 파란여우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독자와의 대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들으면 꽤 슬퍼할 일이긴 하지만… 실은, 지난 5년간 1000권의 책을 읽고 천 개의 서평을 남긴 분이라기에, 어디 책 읽기에 도움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참석했거든요. 예, 저는 이렇게 사적인 욕심이 가득…한 사람입니다. ㅜㅡ

염소 사료값 버시는 데 한푼도 보태드리지 못하고…(이날 오신 분들만 아는 이야기)

▲ 이날의 주인공, 파란 여우님

나는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날 이야기의 시작은, 개인적인 궁금증을 풀어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공무원 생활을 그만둔 동기, 귀농에 대한 이야기, 책을 내게된 동기…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는데요, 당황했던 것은,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농촌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책을 거의 읽지 않는 분이셨다고 하네요. 대신 음주가무연애에 능하셨다고…(응?)

장정일의 ‘독서일기’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빼면 아예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꽉 막힌 공무원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귀농하면서부터 책을 읽기 시작. 5년간 읽은 책이 천권. 쓴 서평이 천 개… 아이쿠,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그런데 그냥 특별한 목적은 없었다고, 그냥 공부하는 기분으로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고.

아마 그동안 방안이 텅텅 비어있었으니, 뭐든 들이는대로 들어갔던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 것도 나름이지요, 계속 공부만 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다보니 책 읽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노는 듯 공부하고 공부하듯 노는 것처럼 책을 읽으신다고-

아무래도 기초는 있으셨을 것 같지만, 그래도 10여년..(응?)간 놀다가 다시 책 읽기가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 그동안 많이 배고프셨나 보구나…하는 생각이 잠시 들어 속으로 눈물. (응응?)

먼저 자신에게 맞는 책을 발견하라

하지만 아무리 허기져도 혓바닥은 맛을 구별하는 법. 책을 많이 읽고 싶은 분들에게, 파란여우님은 먼저 “자신에게 맞는 책을 발견하라”라고 권합니다. 우리에겐 서로 다른 입맛이 있으니, 그 입맛에 맞는 책을 찾으라구요. 입맛에 맞는 책을 찾지 못하면 지루하고 책 읽기가 어려워진다구요. 남들이 다 맛있다고 해도 내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니, 잘 찾아야 한다고 하시네요.

…그러니까, 허세로 -_- 책을 읽지는 말라는 겁니다.

그리고 일단 찾아냈으면, 깊이 읽을 것을 권합니다. 사실 이건 놀이보다는 공부에 가까운데… 파란여우님은 그동안 많이 굶으셨기에, 참 맛있게 드셨다고. 그때 도움 되는 것이 남의 독서, 남이 써놓은 서평, 남이 추천해준 책들…이라고 합니다. 다만 주의할 것은,절대 그 추천을 그대로 따라가진 말라는 것. 왜냐고요? 그건 그 사람 입맛이지, 우리 입맛은 아니니까요.. (당연!)

그래도 참고는 해야겠지요? 🙂 다만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 밖에 있는 것은 모두 요리재료일뿐, 그것을 어떻게 요리해 먹을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거죠. 그것이 바로 남에겐 쉽게 알려주기 힘든 자신의 노하우, 자신의 요리비법, 또는 가끔은 지혜. … 요리책이 아무리 좋아도 음식의 맛은 요리사에 따라서 백이면 백 다 다른 법이니까요.

…그리고 가끔은, 간식으로 다른 장르의 책도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읽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 정리하고, 다시 읽기

자, 이제 입맛에 맞는 요리도 찾았고, 그 요리에 대한 요리재료도 충분히 갖췄습니다. 그 다음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예, 먹으면서 맛을 음미하고, 소화하는 일입니다. 어떻게? 바로 글로 남기는 일입니다. …일명 서평을 쓰라는 거죠. 여기서 파란여우님은 자신의 요리비법, 노하우를 하나 꺼내듭니다.

바로 서평공책을 가지고 기록하는 것. 서평공책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100% 까먹기 때문이죠. -_-; 그럼 공책에 기록하는 내용은? 간단합니다. 몇페이지 몇째줄인지를 적고, 간단한 감상이나 느낌을 적습니다. 자기 의견이 있으면 그 의견도. 그럼 나중에, 그 공책만 봐도 그 책을 기억하게 된다고 합니다. … 그러니까, 음식은 맛을 음미하면서 먹으라는 거지요.

그렇게 맛있게 먹고 났으면, 이제는 서평을 쓸 시간입니다… (제대로 먹기 힘드네요…ㅜㅜ)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노하우가 제공됩니다. 이왕 쓸거면, 음식맛에 대해서만 쓰지 말라는 거죠. 그냥 쓰면 미니홈피지만, 요리사나 음식점, 날씨, 그때그때 뉴스들을 섞어놓으면 미슐랭 가이드가 완성된다는 말씀.

다시 말해 살아있는 글을 써달라-는 주문 되겠습니다. (요새 클라이언트 참 까다롭습니다…) 작가 사생활이나 개인사적인 것들, 그때그때 뉴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 다시 말해 책 안의 내용을 끄집어내어 책 밖의 세상과 연결시켜 달라는 주문. 책에서는 주는 정보를 활용해서 세상을 다시 보라는 주문…

자- 그럼 본격적으로, 파란여우님이 제시하는, 서평을 쓸 때 주의할 몇 가지 것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서평을 쓸 때 주의할 몇가지 것들

  • 글의 살을 빼라, 빼고 또 빼라 : 스티븐 킹에게서(?) 배운 거지만, 글의 10%를 항상 빼라고 합니다. 아까워하지 말라고. 글이 뚜렷하게 살아나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심지어 헤밍웨이는 이렇게도 얘기했다죠. 사랑하는 것들을 다 죽여버리라고…
  • 디테일이 중요하다 : 딴 건 아니고, 책 안에 숨겨진 작가의 숨겨진 장치들을 잘 찾아내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좋은 책일수록 작가가 숨겨놓은, 그래서 읽는 사람이 많이 알면 알수록 보이는 부분이 더 많다고 하지요… 나중에, 다시 한번 책을 읽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에 있지 않을까요.
  • 전체주제를 잃지말아야 한다 : 책 밖의 세상과 책 안의 세상을 잘 접붙이기하돼, 전체 주제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각각의 소재가 잘 엮이지 않으면 뭐가 뭔지 알 수 앖게 된다고. 근데 그나저나, 이런 것들 잘하면 그 분 이미 고수..인데요.
  • 방법론에만 집중하지 말아라 : 앞서 말하듯, 책은 알면 아는 만큼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앎이란, 결코 어떤 머릿 속 지식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세상살면서 느낀 많은 것들, 그 경험이 바로 앎-이지요. 그 앎- 책 밖의 세상과 연결될 때 책도 살고 서평도 산다고 파란여우님은 말합니다.

    그러니까, 책만 읽지 말고 (응?) 연애도 하고 여행도 하고 집회도 좀 나가보고, 특히 돈 벌 걱정이 덜할 젊을 때..(요즘은 젊어도 다들 이 걱정 먼저 합니다만)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합니다. 그게 다 자기에게 남는 거라고. 그래서 알게된 것들로, 책 속에 숨어있는 작가와 숨바꼭질도 하고 숨은 그림 찾기도 하고 논쟁도 하고 카운터 펀치도 날리면서, 그렇게 책을 읽는 거라구요.

으아… 그런데 정리하면서 또 느끼는 거지만, 정말 제대로 맛있게 책을 음미하는 일이 정말 쉽지가 않네요. 하기사,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싶지만, 그래도, 책은 꼭 이렇게 읽어야해! 라고 여기시는 분들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 역시 하나의 정보, 어떻게 먹을 지는 결국 자신이 결정하는 일이니까요. 그래도 한번 책 좀 읽어보고 싶다- 기억에 남기고 싶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정보가, 부디 알찬 정보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그나저나 본인은 이날, 자신이 안 까칠하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는데, 그 말 하실때도 까칠해 보이셨다는…. ;;;
깐깐한 독서본능 –
윤미화 지음/21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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