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후회하기 싫은 스물다섯가지

여행을 떠나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마음이 힘들어 질 때는, 그냥 여행이나 떠났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여행을 떠날 수 없을 때, 대신 서점을 찾는다. 서점은 낯익은 도시에서, 유일한 여행지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아직 보지 못한 많은 것들, 그 안에 담겨있을 이야기들. 그렇게 서점을 배회하고 있다보면, 가끔 어떤 책이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니 마음 다 알아-하는 것처럼, 슬쩍 다가와서는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나를 본다.

그 만남이 늘 즐겁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충동 구매를 했다는 생각에 속 상하기도 하고, 어떤 책은 읽고나서 그대로 카페에 내버려두고 나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만난 책들은 언제나 나와 죽이 잘 맞았다. 그닥 좋은 책이 아닌 것 같은데도, 그때만큼은 마음에 힘을 주고 위로가 되어줬다. …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 다섯가지』, 이 책도 그렇게 만난 책이다. 조금 나이 먹은, 죽을 때는 멀었지만 인생 사는 법은 조금 알 것 같다-라는 느낌의 얼굴을 가진 형을 닮은….실은 내가, 죽기 전에 사람들이 후회하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거든…

후회, 인생에서 미루고 미루던 숙제

지은이는 일본의 호스피스 전문의로, 말기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의료의 전문가다. 그러니까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편히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사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을 많이 마주봐야만 했다. 이 책은 그가 가장 많이 들은, 죽어간 사람들이 죽기 전에 후회했던 스물 다섯가지에 대한 기록이다.

어찌보면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인생 수업』과 비슷하지만, 읽고나면 많이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인생 수업』이 각각의 사례에 충실하면서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이 가져야할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 책은 구체적으로 ‘다들 이런 것을 후회하니 이런 것은 뒤로 미루지 말아라’라는 충고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편하게 읽히면서도 뭔가 허전하기도 하다. 어떤 눈물 나는 사례, 그런 것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저자가 봐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두리뭉실하게 뭉뚱그려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교훈은 생각보다 굉장히 직설적이다. 어떤 잠언이나 교훈을 던져준다기 보다는, 당장 현실에서 미루고 있는 이런저런 것들을 미루지 말아라-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어간 사람들의 작은 후회들

책에서 던지는 메세지는 참 간결하다. 사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다. 책에서 제시하는 스물 다섯 가지 후회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섯 번째 후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일곱 번째 후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여덟 번째 후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홉 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열두 번째 후회,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열세 번째 후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열네 번째 후회, 결혼했더라면
열다섯 번째 후회, 자식이 있었더라면
열여섯 번째 후회,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열일곱 번째 후회,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열여덟 번째 후회,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열아홉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스무 번째 후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스물두 번째 후회,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스물세 번째 후회,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스물네 번째 후회,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해라,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라…는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겸손했더라면, 친절했더라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은 왠지 낯설다. 진짜(?)로 만나게 되는 죽어간 이들의 후회는, 어떤 눈물나는 감동, 종교적인 깨달음이 아니라… 이렇게 소박하면서도 작은 것들이다.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때론 너무나 작아서, 오히려 헛웃음이 나기도 한다. 자식을 혼인 시켰더라면, 담배를 끊었더라면, 결혼을 했더라면, 건강을 소중하게 여겼더라면, 유산을 미리 염두에 뒀더라면…

지금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하지만 결국 던지는 메세지는 같다. 어떤 목적을 위해 살지 말고, 지금을 위해 살아라-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을 소중히 하며 살아라-라는 메세지.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참 실행하기 어려운 메세지.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지금에만 충실하면 삶이 행복해질까? 지금의 희생 없이 안정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누군가의 말 그대로, 이제 곧 죽을 사람들이 그런 것 아니면 뭘 후회하겠냐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그 죽음 만큼은 평등하다. 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것은 하찮게 보일 것이다…라고, 말은 쉽게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도 눈 앞의 일을 처리하는 것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니까.

그런데.. 웃기게도, 그러니까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가 더 다가온다. 한편으론 ‘아, 내가 죽기 전에 이런 것들을 준비해야 겠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정말 담배를 끊어야 하는 건가’하는 생각도 든다. 건강만을 위해서 ‘맛있는 것’을 포기하는 인생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고…

게다가 살아있을 때 치루는 장례식 같은 것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 마지막에 받게 되는 완화 치료가… 죽기 전에, 힘닿는 데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라는 뜻이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다시, 내 삶을 되돌아 보다

책은 매우 쉽게 읽힌다. 마치 자기계발서 같다. 어떤 마음의 울림이 둥-하고 온다고 여겨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왠지, 나이 많은 형이 내게, 이런 것 저런 것들 생각해 보라고 충고해준, 작은 지침서 같다. 다 읽고 나서 한번 세어봤다. 내가 후회하지 않을 만한 것들은 몇가지 일까- 하고.

일곱 가지 정도는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다섯 가지 정도는 그때 되면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머지 열 세가지 정도는… 아마 나도, 반드시, 후회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화통하게 웃으며, 내 삶에 한점 후회는 없다-라고 웃으며 죽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잘..은 모르겠다. 조금 더 생각해 봐야할 문제. 지금의 내 삶과, 지금 하고 싶은 것들과, 후회하지 않을 것들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에 대해서. 정답이야 없겠지만, 그렇게 계속 고민하다보면, 그래도… 뭔가, 조금은 덜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 지도교수님에게 먼저 전화를 드려야 겠다..

* 담배 피시는 분들에게 선물해 주시면 좋을듯. -_-; 스물다섯가지 후회중에 “담배를 일찍 끊을 것”이란 것이 있습니다. 저도 그 부분 읽고나서, 아- 정말 담배 끊어야 하나- 하고 고민했답니다…

* 이 책과 함께 『10-10-10』과 『일단 만나』라는 책을 샀습니다. 처음엔 사면서 이 맥락없는 구매목록은 대체 뭘까..하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보니 묘하게 통하는 것이 있네요. 다른 두 책에 대한 리뷰는 주말쯤에 올리겠습니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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