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담비 UCC 네티즌 승소 판결 뒤에 남은 것

작년에, 다섯살난 여자아이가 손담비의 미쳤어-춤을 따라추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저작권 침해라고 삭제당한 사건, 기억나시죠? 그 사건에 대한 판결이 어제(18일) 나왔습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2부는 해당 동영상을 삭제하도록 포털업체에 요구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등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해당 UCC를 복원하고 2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 했습니다.

사실 어이없는 사건이긴 했지만, 소송에서 승리할 수 있을 지는 불명확했는데… 다행히 승소했다고 합니다. 아직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남았지만, 부디 계속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사건의 개요는 아래와 같습니다.

  1. 2009년초, 우모씨가 딸이 노래 부른 동영상을 네이버 블로그에 등록
  2.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네이버에 해당 동영상 삭제 요청
  3. 우씨, 네이버에 동영상 복원 요청했지만 네이버측에서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아오라’며 거절
  4. 2009년 8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우모씨와 함께 네이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 제기
  5. 2010년 2월, 서울남부지법 우모씨 일부 승소 판결, 20만원 배상 판결.

당시 음저협과 네이버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유형석 음저협 법무실장 :
  • 모니터링 결과 이번 소송 건처럼 꼬마가 부른 것도 있고,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 것도 있었음. ‘노래가 사용됐다’는 것은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삭제 요청을 한 것. 
  • 음원을 사용하지 않은 경미한 사안이라는 말이 있지만, 저작권이 음원에만 있는 것은 아님. 원 작사·작곡가의 권리는 음원과는 관계가 없는 문제. 
  • 상업적인 의도가 없다고 해도, 개인이 사적으로 본인이나 가족 등으로 한정해 이용한 것은 아님. 네이버는 그런 사람들을 모아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음. 저작물을 이용해 이득이 생겼으면 저작자에게 적정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함.
원윤식 네이버 홍보팀장 :
  • 현 저작권법에선 가수의 춤 동작이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도 저작권 범주에 포함됨.
  • 이 부분에 대해 저작권자인 음저협이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법 테두리에서 실행한 것뿐 
법원이 해당 동영상을 독자적인 저작물로 판단하게 된 판결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가족여행 중 촬영한 딸의 모습을 대중문화가 아이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비평을 담아 올린 동영상이 저작물의 상업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2. 게다가 우씨의 딸이 노래 부르는 장면은 전체 동영상 가운데 15초 정도로 극히 짧다. 그마저도 음정, 박자, 화음이 본래의 저작물과 상당 부분 다르다

3. 따라서 동영상은 우씨의 딸이 추는 춤과 표정 등이 기록된 독자적 저작물로 판단된다.

4. 또한 가수 손담비 음악의 상업적인 가치를 도용해 영리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고 볼 수 없다.

5. 그러므로 우씨의 동영상이 본래 저작물을 본질적인 면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법원이 봤을 때 이 동영상은 오히려 인지도 확산에 기여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덧붙여, 이번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는 한 저작물을 널리 공유하게 하는 목적도 지녔다

2. UCC 형태로 제작된 해당 동영상 게시까지 제한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양한 문화ㆍ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게 될 것이다.

3. 따라서 우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네이버의 경우, 저작권 침해/비침해를 판단할 입장에 서 있지 않고, 재게시 요청 방법을 안내했으며, 우모씨가 재게시 요청시한인 30일 안에 재게시를 요청하지 못했기에, 이번엔 책임없음-으로 결론난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네이버는 공정 이용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오로지 절차상 하자가 있어서 게시물 복귀를 하지 않았던 것임..으로 이번 판결에서 빠져나갔네요.

이번 판결에서 다행인 것은 법원이 참여연대 공정법 센타에서 이야기한 저작권법의 ‘공정 이용 권리’와 ‘표현의 자유’ 침해 주장에 대해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불행인 것은, 저작권자(?)가 요청시 무조건 삭제하고 보는, 기계적으로 삭제하고 보는 포털사이트의 관행을 ‘인정할’ 근거를 남겨줬다는 사실입니다.

직접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해프닝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해당 동영상-을 찍어서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음저협에서 ‘저작권 있는 노래가 사용된 동영상’이 있으면 다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이 요청에 대해 포털 사이트 측이 기계적으로 처리한 결과가 이번 동영상 삭제와 그로 인한 손해배상소송, 그리고 원고 승소-라는 결정으로 이어진 것 같다는 말입니다(…사실 기계적으로 응답하지 않으면 어찌할 방법도 없구요).

저작물, 제대로 된 공정이용 가이드 라인 마련해야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얘기하자면,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사적 이익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쪽은 저작물로 인해 이익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고, 한쪽은 편하게 저작물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댓가 없이는 시장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시장 없이는 저작물 생산과 유통은 구멍가게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반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오히려 시장 흐름은 경직되며 죽어버릴 것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는 ‘말’이 없다면 어떤 저작물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실제로 해외 연예 블로그 페레즈 힐튼에서 ‘불법(?)’으로 원더걸스 뮤직비디오를 소개했던 것에 대해선 오히려 보도자료가 나오는 세상이니…-_-;;
그렇다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음악 업계에서 신경써야할 것은 항소가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바로, 말로만 얘기되다 지금은 지지부진해진, 저작물의 공정 이용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어서 제대로 만드는 것. (예전 2007년, 정통부에서 내놓은 가이드 라인이 있었지만, 업계의 의견을 지나치게 반영한데다 ‘~하면 안됩니다’라는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사실상 사문화된 바 있습니다.)
이미 작년부터 다음, NHN에선 저작권 단체와 협약을 맺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만들겠다고 한 저작물 공정이용 가이드는 아직도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나경원 의원조차도 -_-;; 이에 대해 자료집을 낸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앞으로 다섯살 꼬마 UCC 같은 사건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작년에 개정된 저작권법 밑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어떤 불안감을 가지며 UCC를 제작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불안감은, 결국 UCC 자체의 제작을 꺼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닌 거지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저작물에 대한 공정 이용 가이드 라인을 어떻게 만들수 있을까요? 어쩌면 법원의 무죄 판결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바로 그런 가이드 라인을 당장 만들지는 못해도,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이야기할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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