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가 풍기고 있는 분위기는 분명합니다. 이 기사 안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콧대 높은 철부지’가, ‘동양의 어느 현자를 찾아가 인생의 지혜를 묻는다’라는 식의 스토리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잡스에 대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새파란 젊은 사업가’, ‘참담한 실패로 인해’라는 식으로 묘사한 반면, 이병철에 대해 ‘삼성과 국가의 명운을 걸고’, ‘필생의 도전’, ‘세계적인 사업가’라는 묘사를 붙이고 있는데서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이 기사를 끝맺고 있습니다.
삼성전기 이형도 부회장은 “(잡스가 재기에 성공한 과정을)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호암이 잡스에게 전했던 3대 경영철학이 향후 애플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회고했다.
아주 그냥 손발이 오그라 들어서 더 할 말이 없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는 중요한 것이 하나 빠져있습니다. 바로, 스티브 잡스-가 왜 한국에 와서 왜 이병철을 만났는가-하는 것입니다. … 솔직히 이때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 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기에, 놀랍기는 합니다만-
1983년 11월이라면, 애플의 야심작 LISA가 실패하고 맥킨토시로 전향할 무렵입니다(1983년 10월 발표, 1984년 1월 출시). 바로 이 시기에, 잡스는 왜 굉장히 낯선 이 나라까지 와야 했을까요? 게다가 기사와는 달리… 제가 알기론 삼성은, 당시, 별로 세계적인 기업이 아니었습니다..-_-^ (지금 중국 중소 가전업체 보는 느낌 정도라 생각하시면 될 듯)
뭐, 당연히, 근거없는 상상입니다. ^^ 그래도 최소한, 그런 이병철의 이야기에 “잡스가 뒤늦게 가르침을 깨달아” 애플에 돌아와 그의 가르침대로 애플을 일으켜 세웠다-라는 근거없는 망상 보다는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안 그런가요?
* 추가 정보. 그리고 나서 삼성에서 애플에 모니터와 디스크 드라이브…를 납품..했다고 하네요. -_-; 그냥 비지니스 미팅이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