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탈옥, 어떻게 봐야할까?

사실 우리 세대라면, 탈옥이란 말을 들으면 영화 쇼생크 탈출을 생각하시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처음엔 아이폰 탈옥, 탈옥하니까 무슨 쇼생크 탈출 패러디물이라도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알고보니 영어인 ‘Jailbreak’를 그대로 번역한 말이 탈옥이었다. … -_-;;

여기서 말하는 탈옥은, 아이폰에 담겨진 기본 프로그램(펌 웨어)을 개조해서, 애플에서 허용하지 않는 다른 기능이나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아무래도 제조사가 가둬둔 감옥에서 벗어나 이용자가 해방된다는 의미에서 이런 말을 쓰는 것 같다고 추측할 수 밖에.

…하긴, 어떤 면에서 보면 애플은, 정말 독재가 같을 때가 많으니까.

물론 아이폰의 기능 제약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것은 아니다. 정말 그랬다면 폰이 안 팔렸을테고… 다만 이용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원해주지 않는 기능들이 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멀티태스킹. 아이폰에선 영어사전을 띄워놓고 영어로 된 글을 읽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기본적인 폰트나 바탕화면도 바꿀 수가 없다. 외장형 키보드를 달아서 글을 쓰거나 일반적인 휴대폰처럼 문자 입력 방식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기본적인 부분은 제조사가 아니면 절대 손대지 못하게 한다.

아이폰을 탈옥시키는 이유

사실 이런 종류의 해킹이 아이폰에서만 이뤄져 왔던 것은 아니다. 예전 Palm 사의 PDA를 쓰는 사람들은 hack 이라 부르는 유틸리티를 이용해서 해당 기기의 모자란 부분을 보충해 왔다. 일반적인 휴대폰을 가지고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휴대폰 화면을 자기 입맛대로 바꿔쓰거나, 해킹한 모바일 게임을 설치해서 쓰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휴대폰은 한번 출시되면 끝이고, 그 안에 담긴 프로그램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지 않아도 사용이 불편해지진 않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에 들어가는 펌웨어를 한번도 업데이트 해 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보통 그 안에 어떤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하는 가에 따라,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난다.

이용자들이 프로그램을 수정해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넣고 싶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이 보기에 제조사만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있는 것은, 아이폰이란 기기가 가진 가능성을 다 써먹을 수 없게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아이폰 탈옥의 문제점

간단히 말해 자동차 튜닝과 비슷하다. 많은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신의 차를 튜닝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아이폰 탈옥도 그런 목적으로 이뤄진다. 최초의 아이폰 탈옥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이폰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벨소리로 만들어 넣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 애시당초 해커들은 컴퓨터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데, 그 가능성을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막아버리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지만 자동차 튜닝의 끝은 순정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아이폰도 탈옥을 하게 되면 불안정한 면이 많아진다. 애시당초 제조사가 개인적인 펌웨어 조작을 막아놓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폰 탈옥에 성공했다고 해도, 갑작스럽게 기기 작동이 완전히 멈춰버린다거나 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보안 위협도 있다. 언론에 공개된 아이폰용 바이러스나 보안 관련 문제는 모두 탈옥한 폰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게다가 탈옥한 아이폰은 제조사의 라이센스를 어긴 것으로 여겨져 고장나도 수리를 받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굳이 탈옥을 하는 이유는?

그런데도 왜 굳이 탈옥을 하려할까? 두가지 이유다. 아까 말한대로, 탈옥을 하면 아이폰을 더 예쁘게 만들 수가 있고, 더 나은 기능을 사용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에는 첫 화면을 제외하면 바탕화면을 깔 수가 없다. 외부 키보드도 사용할 수가 없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종류별로 모아넣는 것도 힘들고, 통화목록에서 특정 번호만 지운다거나 스팸 메시지를 차단한다거나 하는 기능도 제공하지 않는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을 수는 있지만,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들은 그것마저도 쉽지가 않다.

…그런데 탈옥을 하게 되면 이런 고민들이 모두 한꺼번에 풀린다. 그러니까 아무 것도 없는 기본형 승용차에 파워 핸들도 달고, 네비게이션도 붙이고, 후방 주차 카메라도 장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제조사에서 제공해주지 않는 프로그램과 유료로 파는 프로그램을 공짜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옥할 경우에도 애플에서 제공하는 공식 앱스토어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 더해 다른 경로로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이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단순히 제조사 비인증 프로그램(무료)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유료로 팔리는 프로그램을 해킹해서 설치하는 경우도 많다. 일종의 불법 복제와 마찬가지다.

합법과 불법 사이에 끼여있는 아이폰 탈옥

그렇다면 아이폰 탈옥은 불법일까? 애매하다. 사실 탈옥이란 방법 자체는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자리잡고 있다. 일종의 편법이랄까.

미국에서도 저작권 관련한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된 상태가 아니다. 작년 2월 미국 전자 프론티어 재단에서는 저작권 관리국에 아이폰 탈옥과 애플 비인증 프로그램을 쓰는 문제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그 요청에 대해 애플은 오히려 아이폰 탈옥은 불법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관련링크) 이에 대한 결정은 올해 말에나 나올 예정이다.

반면 탈옥을 통해 불법 프로그램을 쓰는 일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건 저작권법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탈옥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사용을 권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책을 샀다고 치자. 책을 찢든 불태우든 베개로 쓰던 그건 자기 마음이다. 하지만 책을 샀다고 해서 책 안에 담긴 내용도 자기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애플 입장에서는, 애플의 사업 모델 자체를 훼방놓을 가능성이 있기에,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아이폰 탈옥, 앱스토어 사업 모델에 끼칠 영향은?

현재같은 상황에서도 탈옥을 해서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를 쓰는 사람들 숫자는 약 8.5% 정도로 추산된다. 아이폰 누적 판매량만 해도 4천만대가 넘기 때문에, 이 8%라는 비율은 엄청난 숫자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물론 이들이 모두 불법 프로그램을 쓴다고 볼 수는 없다. 분명히 어떤 편의성을 위해서 탈옥한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까놓고 말해 컴퓨터나 휴대폰의 역사에서, 이용자들이 제조사가 제시한 가이드 라인을 모두 지키며 살았다면 지금 같은 발전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컴퓨터 기술의 역사는 끊임없는 해킹의 역사다. 다시 말해 이용에 제한을 가하려는 사용자와 그를 넘어서려는 이용자간의 싸움이기도 했다.

반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만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탈옥한 사람들 중에 불법 프로그램을 안 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들 결코 안쓴다고 볼 수는 없다. 애시당초 탈옥하는 그 순간, 제조사에서 제공한 방법과는 다른 방법의 이용 경로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짜로 사용할 방법이 있는데 돈을 내야한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공짜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방법은 프로그램의 정상적인 유통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가급적 탈옥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폰을 이용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하지만 탈옥을 시킬 경우 그에 따르는 불안정함을 미리 충분히 알아둬야만 한다. 권한을 가지게 되면 책임도 져야한다. …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애플에서 아이폰 이용자들이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을 어느 정도 열어주는 것이지만…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는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하지만 애플사도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자신들이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사용자들에겐 분명히 독재로 비치는 것이 사실이란 것을.

* 94.5Mhz, YTN 라디오 금요일 오후 8시 40분, 뉴스집중분석 – 클릭! 인터넷 이슈, 3월 12일 원고 입니다.

* 인신공격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2010.03.14_08:5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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