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방구(…;;) 체인 스태플스(Staples), 오피스 데포와 온라인 프린팅 업체인 비스타 프린트 모두에서, 명함 제작이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스탸플스에선 지난 3년간 무려 두자리 숫자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하네요.
명함 산업이 성장한 세가지 이유
명함이 더 많이 쓰이고 있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명함은 디지털 프로그램(앱스) 같은 것보다 자신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훨씬 사용하기 쉽다는 것. Bump 같은 앱(연락처등을 교환하기 위한 스마트폰용 앱)은 편리하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용방법도 배워야만 합니다. 하지만 종이 명함은 지갑에서 꺼내 건네주면 끝. 훨씬 간편하지요.
두번째는 명함을 건네는 행위 자체에서, 어떤 감정적인 교류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지니스 미팅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만약 비지니스 미팅 자리에 나갔는데, 누가 범프하죠! 라고 하면… 갑이 을에게 할 소리는 되지만, 을은 갑에게 할 수 없는 -_- 일이겠지요.
게다가 BUMP에서 교환되는 연락처는 모두 같은 형식입니다. 자기자신을 남과 구별지어 알릴 수 없는 방법이 없지요. 쉽게 기억시키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명함은 훨씬 더 강력합니다. 명함은 남과 금방 구별되는 디자인을 입힐 수도 있고, 명함을 읽는 사람에게 자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소개할 시간도 가질 수 있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친구에게 연락처를 건네기도 편하지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싱글’들이 빠 같은 곳에서 만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연락처를 건네주기도 편하구요(응?). BUMP 같은 앱은 서로의 연락처가 교환되니까, 잘 모르는 사람이랑 하기에는 조금.. 그렇잖아요? ^^ 그렇다고 메모지에 적어서 건네주는 것은 분실의 우려가 높고…
디지털 시대에 생각해보는 아날로그 문화
그리고 세번째로, 사람들은 인쇄된 자신의 이름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명함이 더이상, 특정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의 도구가 아니게된 것과도 관련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명함은 구직중인 사람이거나, 일정한 직장 주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 프리랜서, 또는 주부들에게 더 필요합니다.
명함은 명함을 넣으면 추첨을 통해 공짜 음식을 드립니다! 하는 음식점 명함컵에 집어넣을 수도 있고, 너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는 분들에게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가장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명함 제작 비용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싸고, 명함인식기를 통해 쉽게 정리도 가능하거든요(…미국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미국 종이 명함 시장의 성장을 보면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꼭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자연스럽게 이뤄진 발상의 전환이랄까요. 아니면 디지털 시대가 되더라도,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은 크게 변하지 않으며, 그 사이에 새로운 기회가 도사리고 있을 지도 모른달까요.
어쩌면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은 명함은 지금, 중요한 것은 혁신이 아니라, 그 혁신을 통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 봐야 한다고, 그런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구시대의 유물이었던 명함이, 새로운 사용용도를 개척하면서 살아남은 것처럼, 뭐든 디지털이 된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