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홍보관이라는 장소, 선택된 영상, 그곳에 가게된 이유”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그건 3DTV를 모른다는 이야기고.
2. 현재 3D 기술은, 당연히, 각각 장단점이 분명한 편이다. 회사마다 그 부족한 점을 보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는다. 셔터 글래스(SG) 방식은 3D 입체감이 뚜렷하다. 편광방식보다 화질도 좋다. 그 대신 안경 가격이 비싸고, 불편하고, 충전을 해야하며, 오래 쓰고 있으면 어지럽다. (작년 SG 방식 3DTV에서 3D로 게임을 하다 매스꺼움과 어지러움을 겪었다고 이미 고백한 바 있다.)
편광 안경(FPR) 방식은 안경 값이 싸다. 편하다. 3D 입체감이 덜한 대신 어지러움등도 덜하다(이건 롯데월드에서 열린 행사에서 한 시간 가까이 게임을 하면서 확인했다.). 대신 화질이 떨어진다. 화면 앞에 필름을 붙여야 하기에 밝기도 올려야 한다. 여기까진 어차피 뻔한 소리다.
그런 것 없다. 누군가는 보이고 누군가는 안보인다고 한다. 그냥 그런 것이다. 누군가에겐 너무 밝은 화면이 누군가에겐 선명한 화면이 되기도 한다. 그 차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게다가 많은 3D TV 체험자들은 정보가 부족하다. 혹시 3D 입체가 잘 느껴지지 않는가? 당신이 외사시일 가능성이 높다. 3D 화면을 보면 두통이 많이 일어나는가? 아직 유의미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내사시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 혹시 간질이나 다른 광발작 등의 증상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3DTV 를 봐서는 안된다. 최소한 기초적인 안전 기준이 나올 때까지는 그렇다. 어린 아이들한테도 3D 입체영상 체험이 그리 좋다고 여겨지진 않는다. 아이들의 뇌는 아직 여물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회사에선 소비자에게 잘 말해주지 않는다.
4. 대신 모든 회사들은 자사에 가장 유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고르고, 영상을 고르고, 참가자를 고른다. LG야 부를 사람이 적었는지…(응?) 삼성쪽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도 함께 초대하긴 했지만. 삼성은 형광등이 적은, 어두운 곳을 골라 플리커 문제가 덜 발생하도록 손을 썼을 것이고, 반대로 LG는 밝은 곳에서 여럿이 동시에 3DTV를 보게 함으로써 편광안경 방식을 자랑한다. 2D->3D 변환 기술 영상도 자사 TV에 사용했을 경우 더 3D 효과가 잘 나오는 영상을 고른다.
…솔직히 그래서, LG 비교 시연회장에 도착하기 전에 마음 속 결론은 이미 나 있는 상태였다.
사실 올해, LG와 삼성이 한 일은, 전설(?)같은 얘기인 ‘NASA에서 만든 무중력에서도 써지는 볼펜’ 이야기와 비슷하다. 무중력 상태에서 볼펜을 쓸 수 없자 NASA는 최신 기술을 개발해 볼펜을 보완하고, 소련에서는 대신 연필을 썼다-는 이 이야기는, 3DTV에 대한 LG와 삼성의 대응과 일맥 상통한다.
3D 안경이 문제가 되자 삼성은 공밀레..를 통해 3D 안경을 초박형(?)으로 만들어 버렸고, LG는 구형이지만 더 간편한 편광 안경 방식으로 바꿔버렸다. 그리곤 삼성을 도발했다. 여기에 삼성이 걸려들었다. 화내고, 평소에 담지 못할 말까지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뱉았다가 LG에 사과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런 결과는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앞서 말한 유홍식 교수의 조사에서 LG 3DTV를 사겠다고 말한 소비자는 10명중 8명. LG와 삼성의 논쟁이 시작되면서 판매량도 크게 늘어나, 작년엔 전체 TV 판매량에서 3DTV 매출이 2%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14%에 이른다(..작년은 출시 초기이긴 했다). 그 가운데 LG 제품의 판매량이 많았다. 다나와에 따르면 다나와에서 판매된 전체 3DTV 모델 가운데 LG의 LW5700 단일 모델이 최고 63%까지 차지했다.
…물론 이런 결과가 나온데에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던 LG와 삼성 TV의 가격차도 한몫했다. 당시 비슷한 성능에 42인치였던 LG제품이 140만원대 초반. 40인치였던 삼성제품이 200만원대 초반이었다. … 말이 더 필요한가?
6. 삼성은 애시당초 3D TV 논쟁에 끼어들지 말았어야 한다. 스마트TV로 관심을 가져가도록 유도했어야 하는데, 발끈하는 바람에 3DTV 품질 논쟁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갔다. 인지도도 높아졌고, 마침 가격도 적당해졌다. 당연히 판매량도 늘어난다. 스마트TV? 그걸 누가 관심 가진담.
… 솔직히 순식간에 이야기의 중심이 3D로 넘어가서, 나도 놀랐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스마트 TV! 스마트 TV를 외치며 다들 3DTV에는 이제 관심이 식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관심이 식긴 개뿔이. 이제야 구입이 원활한 가격대에 겨우 진입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