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 철수가 소비자 탓인가?

재미있는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한국을 떠나는 외국기업들: 침략자를 몰아낸 집주인의 승리인가?」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처음엔 페북에서 한분이 추천하시기에 별 생각없이 읽었는데, 몇몇분들이 계속 추천하시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글을 남겨 봅니다.

* 이 분이 지금은 글을 내리셨는데요- 알고보니 야후 전 임직원이셨다고 합니다. 윗 글의 내용은 이 기사(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원문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YTN에서 “해외 IT 기업 철수는 한국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서이다“라고 분석한 것을 놓고, 그게 아니다, 한국 소비자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는 글입니다.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실제로 글에서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주장의 근거는 이렇습니다. ① 수많은 해외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② 그들의 철수 성명에는 한결같이 좀더 중요한 곳에 투자를 하겠다. ③ = 한국은 성공을 도모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이 성공을 도모할 수 있는 시장이 되지 못한 근거로 ① 소바자들 입맛이 까다로우며 ② 경쟁자들로 꽉차 있으며 ③ 국제적 중요성도 낮다(=큰 시장이 아니다)를 들고 있습니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그로 인해 일자리도 줄어들고 해외 취업도 어렵게 되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선택권도 제약받게 되고, 이런 사태의 가장 큰 문제가 소비자에게 있으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다양한 상품을 사용해 보면서 국제적 시야를 갖추려는 능동적 소비자가 되라고 합니다.

….야!!!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해외 기업들이 철수하는 것은, 소비자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금융 부문.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대처 미비, 토종 업체들의 선전, 해외 본사 중심의 경영 고집이 문제였습니다.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직접 원인이구요. 그 다음 문제가 된 IT 부분.

야후 코리아? 오버추어로 돈 벌었는데 오버추어가 흔들린 것이 가장 큰 문제였죠. 모토로라?? 중국, 일본을 제외한 전체 아시아에서 물러난다고 합니다. 구글에서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거든요. RIM? 철수 안했습니다. 그런데 본사 차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진행 못하고 있죠. HTC? 전세계적으로 제대로 휴대폰 못팔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시장에서 해외 IT 업체 철수는 몇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하나는 내수 시장 침체로 인한 여파. 둘째는 LTE 로 보조금이 집중되는 시기에 LTE폰을 제대로 못내놓은 것. … 그런데요, LTE로 보조금이 집중되고 있는 판국에, 한국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국제적인 시야를 얻기 위해 3G에 비싸고 불편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안팔리는 모델을 일부러 사줘야만 했을까요?

소비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구입합니다. 물론 그때그때 트렌드에 휩쓸리기도 하고, 그런 결과가 선택의 제약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MS의 윈도우가 독점하다시피 했을 때도 그런 우려는 있었고,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도 그런 우려는 있었으며, 지금은 삼성의 갤럭시에 대해서도 그런 우려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다른 선택을 권유하는 것까지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거랑 ‘문제는 소비자에게 있다’라고 하는 것은 다른 일이거든요.

한국 IT 시장이요? 2009년 기준으로 18조, 157억달러 정도의 시장입니다. 전세계 시장에서 1.6% 정도를 차지하고 있죠. 작아보이죠? 그런데 무시할만한 시장은 아닙니다. 우리보다 훨씬 큰 캐나다도 368억달러 정도에요. EU, 미국, 일본을 제외하면 인구대비 가장 큰 시장중 하나입니다. 이런 시장이니 저 회사들이 들어온 거고, 사업을 못했으니 나가는 겁니다.

그런데 그걸 소비자가 문제고, 앞으로도 소비자가 계속 이러면 한국 시장은 내리막길을 걸을거다…라. 죄송합니다. 번짓수를 잘못짚으셨습니다. 소비자가 불편한 제품을 안사줘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불편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해외 기업들이 물러났다면, 그건 오히려 당연한 거구요.

대체 거기에 소비자들이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받아야할 이유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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