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앱 개발로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2013년 9월 아레나 옴므에 기고한 글입니다. 백업 차원에서 옮겨 놓습니다.

앱은 여전히 금맥일까? 막대한 수익을 내는 앱은 존재한다. 아이디어를 앞세우는 창업자들과 앱 시장에 뛰어드는 개발자들도 많다. 하지만 이제 앱 거품은 꺼졌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한다. 5년 전 시작된 이야기다.

2008년 7월 10일, 애플에서 앱스토어를 처음 오픈했다.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앱스토어 오픈 이전에는 아이폰에서 앱을 사용할 수 없었다. 아이폰 발표가 2007년 1월에 있었고, 2007년 6월부터 팔기 시작했으니 대략 1년 정도 앱을 사용할 수 없었던 셈이다. 물론 해킹을 하면 가능했지만, 그건 다른 이야깃거리로 남겨두기로 하자.

그날 이후 앱스토어는 전 세계 산업을 뒤흔들어놓았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예전에는 이랬다. 컴퓨터를 사고, 그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매장에 가서 구입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온라인 구매도 가능했지만, 그렇게 해서 팔린 소프트웨어는 많지 않았다.

휴대폰에서 소프트웨어를 구입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에서 프로그램 설치 파일을 다운로드하거나, 설치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찾아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만 했다. 사기도 팔기도 쓰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앱스토어는 그런 불편함을 모두 해결해버렸다.

처음에는 우려스러운 시선도 있었다. 그걸 누가 사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하나의 서비스에 개발자들이 종속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애플이 대신 판매•관리해준다. 좋은 앱만 만들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 게다가 당시 스마트폰용 앱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그리 많지 않았다. 새로운 황금 광맥이 발견된 것이다.

금광에서 금을 캐고 싶은 개발자들의 골드러시가 이어졌다. 앱을 개발해 떼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연일 언론에 이어졌다. 다들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프리랜서로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고 떠들어 댔다. 이후 소프트웨어 공급 방식이 빠르게 앱스토어 형태로 바뀐 것은 물론이다.

언제나 그렇듯 거품은 순식간에 꺼졌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스마트폰 이용자가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기회이자 위기였다. 스마트폰용 앱 개발자들이 늘어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앱들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수없이 많은 앱들이 잠깐 빛을 발하다 사라져갔다.

소프트웨어 판매 방식이 바뀌자 소프트웨어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사람들은 쉽게 다운로드해 써보고 쉽게 지웠으며, 유료 앱을 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회사의 외주를 받아서 앱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튼 개발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외주 개발 역시 단가가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세상은 앱이 아니라 같은 서비스의 시대로 이동했다. 더 이상 앱을 만들어 먹고살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전화위복일까? 2012년, 한때 인기를 끌었다 사그라지는 것처럼 보였던 앱 제작이 다시 붐을 일으켰다.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다수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 메신저 앱, 카카오톡 때문이다. 단순한 메신저 서비스에서 플랫폼으로 전환한 카카오톡은 이모티콘 등을 팔았던 경험을 기반으로 게임을 론칭했고, 이 게임들은 곧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카카오톡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이렇게 붐업된 앱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윈드 런너’ ‘아이 러브 커피’ 등의 게임은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다들 한번쯤 설치해 즐겨본 적이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이 밝힌 카카오 게임의 월 매출액은 약 4백억. 덕분에 한국은 2013년 1분기 구글 플레이 유료 매출과 앱 다운로드 국가 순위에서 일본을 제치고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는 구글 플레이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뒀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애니팡과 뒤를 이을 여러 카카오 게임의 성공은 벤처 창업 열풍과 맞물려 젊은이들이 앱 개발에 뛰어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앱 시장 자체가 여전히 계속 성장하고 있고, 스마트폰 보급 역시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개발에 필요한 초기 비용이 크게 들지 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쉽게 전 세계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일이다. 게다가 여전히 세계는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성장 동력에 목말라 있다. 자신의 하드웨어에 맞는 새로운 앱이 만들어지길 원하는 업체들도 상당수다. 잘만 하면 벼락부자도 꿈이 아니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지만 섣불리 뛰어들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초기 앱 개발 붐이 꺼지기 시작했을 때 상황과 지금 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 더 많은 이용자와 기기가 앱 판매율을 더 높이겠지만, 내 앱을 사주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하드웨어 업체에 편향되어 있으며, 실제론 이들이 앱을 외주로 개발할 가능성이 더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삶을 꾸려가기에는, 이 시장이 안정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앱을 사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앱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앱의 73%는 무료이고, 그들의 80%는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용자들이 유료 앱을 거의 다운로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유료 앱의 20%만 1백 번 이상 다운로드되고, 오직 0.2%만이 1만 번 이상 다운로드된다. 스트리밍 컬러 스튜디오가 2백52명의 게임 개발자들을 조사해 얻은 결과 역시 이런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응답자의 4%는 앱스토어에서 1백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25%는 3만 달러 정도를 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25%는 2백 달러도 받지 못했다.

카카오 게임도 다르지 않다. 대형 게임사들이 만든 게임이 대부분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가 9천억 규모로 성장하면서 게임 제작과 홍보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막대한 비용을 댈 수 없는 소규모 게임사의 게임이 인기를 얻기 어려운 일이 됐다. 게임이 아닌 다른 카테고리 앱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업무용으로 이름난 앱들이나 사전, 어학 종류가 아니면 거의 수익이 나질 않는다. 게다가 사용자들은 예전보다 더 많이 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다운로드해도 한 번 써보고 지우거나 안 쓰고 가만히 놔두기만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졌다.

그럼 앱 시장의 미래는 어둠뿐일까? 여전히 개발자들은 독립할 수 없는 부속품처럼 고용된 직원으로만 남아야 할까? 앱 개발로 창업하려는 청년들은 어서 빨리 사업을 접거나, 대기업에 인수되기를 꿈꾸는 것이 나을까?

현 단계에서 앱으로 먹고살기 힘든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수많은 앱 개발자들이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독립보다는 큰 회사에 들어가서 안정적으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고 생활이 될 정도의 돈만 들어와도 좋을 텐데, 그게 또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단언컨대, 개발자들의 시대는 반드시 다시 온다.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세계의 흐름이 이미 이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무슨 그렇게 거창한 얘기를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현재 소프트웨어가 변화를 일으켰고, 일으키고 있는 부분은 사용자와 생산자의 사이, 바로 중간 유통 단계다. 오래전 신문사에서 식자공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온라인 게임은 전통적인 게임 업체들의 수익을 하락시켰으며, N스크린 서비스 넷플릭스는 오프라인 대여점을 무너뜨렸고, 온라인 서점은 동네 책방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온라인 쇼핑몰이야 두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기회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지금 하는 그 일이, 당신이 생활하면서 접하는 많은 일들이 앞으로 더 많이 소프트웨어로 처리될 것이다. 배우는 것, 아이를 돌보는 것, 서류를 작성하는 것, 여행, 쇼핑, 데이트 등 업무와 일상 전반에 소프트웨어가 개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개입할 것이다.

그 가운데 어떤 앱이 등장해서 환영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변화하는 과정 속에 프로그래머들의 시대는 찾아올 것이다. 그 시대가 앞당겨올지 천천히 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거나, 당신에게 달린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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