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올 한해 애플은 기록적인 성공을 거뒀다. 2015년 2분기 회계 기준, 분기 매출액 580억 달러에 순이익 136억달러. 마진율이 40% 달하는 몇 안되는 기업.
…하지만 이런 실적은, 거꾸로 보자면 이런 말이다. 애플은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애플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정도. 그리고 올해 매출액 성장은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이 폭발적으로인 팔렸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애플은 아이폰을 팔면서 딴 것도 파는 회사이고, 마지막 남은 고급 스마트폰 시장을 올해 차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가 올해 매출이다.
3. 스마트폰은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저렴하면서도 꽤 괜찮은 중고급 스마트폰들이 줄지어 출시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올해와 같은 판매량 폭발은 두번 다시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폰 외에 다른 제품은 아이폰 같은 매출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게 지금 애플이 처한 딜레마다. 애플은 더 많은 고객을 원하는데, 이제 남아있는 고객이 별로 없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가입형 서비스를 별로 내놓지 않던 애플이, 올해부터 자꾸 가입형 서비스를 내놓는다. 애플 뮤직을 월정액으로 내놓더니, 이젠 매년 아이폰을 새것으로 바꿔주겠다며,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가입하라고 한다. 매월 32달러를 내면 앞으로 2년동안, 새 아이폰을 항상 쓸 수 있다면서.
4. 기존에 이통사들이 내놓던 가입형 스마트폰 교체 프로그램을 이제 애플이 내놓았다. 아이폰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고객들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충성 고객들을 안정적으로 예측 가능한 고정 고객으로 가져가면서, 2년마다 한번 바뀌는 폰 교체 주기를 줄이고 대기 수요를 없애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성공 가능성은 높다.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이폰6s 플러스 64G를 살 경우 월 40.75, 2년에 978달러. 애플케어 포함에 새로운 폰이 나오면 그 아이폰으로 교체 가능. 이런 조건이면 언락폰을 일시불로 주고 사는 것보다 좋은 조건이다. 게다가… 일종의 할부 판매다. 굳이 비싼 통신 요금제에 가입하고 싶지 않거나, 목돈은 없지만 통신사 약정 노예가 되기 싫은 젊은 고객들에겐 상당히 좋은 조건인 셈이다.
매출에도 어느 정도 도움될 것이다. 하지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기긴 어렵다. 애플은 당분간 차가운 시절을 보내야 한다. 시장이 나이 들어가니 당연히 찾아오는 순간이다. 이 시기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면 성공하는 것이고, 아니라면… 글쎄. 당연한 이야기를 꼭 말로 해야할까.
뭐, 이 시기가 애플에게 봄이 될 지 가을이 될 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