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윈도 에브리웨어 전략의 승부수가 숨어있다
윈도 10s가 공개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일 미국 뉴욕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교육용 PC 시장’을 타깃으로 한 윈도 10S와 관련 디바이스를 공개했다.
지디넷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윈도 10S는 윈도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한 앱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윈도 10이다. 유니버설 윈도 플랫폼(UWP) 기반으로 제작된 앱뿐만 아니라, 기존 윈도 PC용 앱(윈 32 앱)도 윈도 스토어에 올릴 수 있게 변환하면 이용할 수 있다.
신형 서피스의 AP는 누가 만들까?
MS 오피스 기본 제공은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고, MS팀즈 및 교육용 마인 크래프트를 무료 제공(일부 기간 한정)해서 교육을 돕는 것도 좋은 발상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조만간 삼성, 에이서, 에이수스, 델, 후지쯔 등의 하드웨어 파트너들과 함께 189달러부터 시작하는 저가형 PC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라는 것.
어쩌면 그 교육용 PC는, ARM 기반의, 크롬북과 같은 위치의 PC일 가능성이 꽤 높다. 실제로 MS는 작년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AP에서 돌아가는 윈도 10을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MS는 8일 중국 심천에서 윈헥(WinHEC) 행사를 열고 ARM 기반 CPU를 사용하는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에서 윈도 10 기능을 온전히 이용할 수 있도록 퀄컴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리 마이어슨(Terry Myers) MS 윈도 및 디바이스 그룹 부사장은 이날 “윈도 10이 ARM 상태계에 들어가게 돼 흥분된다”며 “얇고, 가볍고, 매우 효율적이며 항상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 다양한 기기에서 윈도 10을 이용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출처)
단순히 ARM에서 돌아가는 윈도라면 과거에 출시했다 처참하게 실패한 윈도 RT의 재림에 불과할 테지만, 이번엔 에뮬레이션을 통해 다른 윈도 32 앱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발표한 윈도 10s와 비슷하다.
기업 간의 이해 관계도 맞아떨어진다. 이용자들은 싸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인터넷 머신을 원하고 있고, MS는 모든 기기에서 윈도를 쓸 수 있게 하는 ‘윈도 에브리웨어 전략’을 펴면서 PC 시장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다. 퀄컴 역시 스마트 기기 시장 이후 새로운 시장을 원하고 있고.
문제는 너무나 처참했던 서피스 RT의 기억.
윈도 RT를 탑재했던 이 태블릿은 부족한 앱과 호환성으로 인해 MS에 9억 달러란 손실을 안겨주며 2013년 판매 종료된 비운의 제품이다. 이런 실패 사례가 생생히 남아있는 한, 검증된 기존 윈텔 PC 가 멀쩡히 있는 판에 여기에 뛰어들 하드웨어 업체는 드물다. MS가 직접 제조-판매하기엔 예상 판매 가격대가 너무 낮은 편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윈도 10s 발표는 윈도가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알리면서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굉장히 신중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윈도 10s를 교육용 OS라고 못 박아 버린 것도 그렇고, 돌아가는 하드웨어 사양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며 파트너 사들의 하드웨어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그렇고.
슬쩍 페이크로(?) 서피스 랩탑이란 기존 윈-텔 PC를 내놓은 것도 그렇고(응?).
조심스럽긴 하지만, 윈도 10의 성공적인(또는 반강제적인?) 안착과 윈도 10s의 발표를 기점으로, MS는 하드웨어 종속을 탈피한, 진짜 윈도 에브리웨어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도가 성공한다면 이 성과를 기반으로 MS는 기존과는 완전히 달라진 기업으로 태어날 수도 있다.
파편화된 임베디드 윈도 OS를 윈도 10 라인업으로 정리하고, 윈도 10s가 사물인터넷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가능성을 높이며, 인텔/퀄컴이라는 반도체 기업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정말 모든 것에 윈도를! 별 것 아닌 것 같은 교육용 OS에 숨겨져 있는 빅 픽(농담).
물론 아직은 그냥, 가능성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