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올해 처음 적고 싶었던 이야기

정말,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그 시간이 왔습니다. 21세기라고 부르는 것도 아직 어색한데, 2000년대도 아니고 2010년대도 아니고 2020년대라니요. 그런데 여러분, 좀 더 살만해지셨습니까?

작년에 오사카를 여행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복리보다 비싸다’. 복리가 돈이 많고 적음을 나타내지 않으니 말이 안되는 문장입니다. 말이 안되는 걸 아는데, 자꾸 머리에 남습니다. 생각해 보니 오래 전, 헨리 소로우가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The price of anything is the amount of life you exchange for it”

라고(직역하면 좀 이상한데, 물건을 산만큼 물건을 쓸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책 샀으면 읽어야죠.).

미디엄에서 읽은 글에선 또 이렇게 말하더군요.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제공하는 도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기술이 주는 편의가 아니라, 기술이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우리 경제 시스템은 모든 마찰을 제거하는 것이 모두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믿음에 기반한다. 우리는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 믿음을 계속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신기술은 어떤 ‘마찰(=장애물)’을 줄여주는 일에 집중하고, 그게 사람을 위해 좋은 거라 믿습니다. 친구들과 쉽게 연락하라고 SNS, 돈 쉽게 내라고 페이, 콘텐츠 쉽게 보라고 스트리밍 및 구독 서비스, 쇼핑 쉽게 하라고… 등등등. 그런데 그게 정말, 우리를 위한 기술인가요? 되물을 때가 됐다는 말이죠.

우리를 위한 기술이냐고 물으려면, 우리가 어떻게 살고 싶은 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삶이란 어떤 걸까요. 배부르고 등 따습고 스트레스 덜 받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하고 현재에 집중하는, 아마 그런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내 삶을, 정원 가꾸듯이 보살필 수 있는 삶.

 

 

지난 2010년대만큼이나, 2020년대도 큰 변화를 보일 겁니다. 지나간 다음에는 당연한 일들이, 막상 부딪히면 크게 느껴집니다. 이제야 전자제품을 다루기 어려워하던, 컴퓨터는 젊은 애들이나 쓰는 거라던, 인터넷을 어떻게 하냐던 어른들이 조금,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2000년대생들은 어쩌면 내 세대와는 전혀 다르게, 다른 라이프 스타일로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삶이 달라질까요? 생활 양식이 달라져도 백만 년 전부터 우리가 원하는 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해야 할 일도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스토아 학파가 이제와 다시 주목 받는 것도, 삶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아니까. 지금은 좀 더 명랑하게,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기술을 위한 사람이 아닌 사람을 위한 기술에 대해 계속 고민합니다. 근거 없는 낙관도 두려움에 기반한 비관도 아닌, 정말 삶을 위한 기술이란 무엇일까요. 어쩌면 일단, 버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명히 하기, 이 두 가지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 이거 정말 매번 얘기한 듯 한데, 이젠 안 그러면 너무 고달파요, 삶이. 당장 지금 구독하고 있는 콘텐츠 서비스만 해도 몇 개인가요.

 

 

앞으로 9일이 지나면, 이 블로그를 시작한 지 6천일이 됩니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이 늙어가요. 우리(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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